경제협력개발기구(OECD)와 별도로 내국세법을 통해 디지털세를 독자 징수하는 국가도 많다. 이들 국가는 고정사업장 중심의 글로벌 과세 기준을 자국 실정에 맞게 손질했다.
이스라엘과 인도는 고정사업장 범위에 중요한 경제적 실체 기준을 넣었다. 물리적 공간과 무관하게 광고, 마케팅 활동과 같은 수익 창출 행위가 발생했다면 고정사업장으로 간주하겠다는 결정이다. 고정사업장 범위를 넓게 보려는 OECD 행보에 발맞춘 제도다.
사우디아라비아는 가상의 고정사업장 개념을 도입했다. 영업·마케팅 직원 수, 광고 노출 규모, 플랫폼 사용자 수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고정사업장으로 보겠다는 의도다.
헝가리와 이탈리아, 인도는 디지털 거래 대상 원천세 제도를 내국세법에 적용했다. 기술서비스나 온라인광고 등으로 벌어들인 수익을 재무제표에 별도 구분, 집계하도록 한다. 이 금액을 과세표준으로 법인세를 물린다.
미국과 영국은 최저한세를 받는다. '최소 법인세'로 불린다. OECD가 최근 선보인 미니멈 텍스와 비슷한 내용이다. 관계사를 조세피난처에 두더라도 해당 지역 수익 중 일부를 모회사 관할 과세당국에 세금으로 내야 한다.
영국은 좀 더 적극적이다. 영국 국세청은 디지털기업에 대한 세무조사를 늘린다. 과세권 강화를 통한 디지털세 실마리를 찾겠다는 복안이다. 2020년까지 실리콘밸리에 거점을 둔 유명 법인을 대상으로 세무조사를 확대하겠다고 공언했다.
반면 OECD에 반기를 들고 자체 디지털세를 걷으려는 유럽연합(EU) 상당수는 당초 계획을 잠정 보류했다. 프랑스와 스페인이 대표적이다. 다국적 기업 매출에 3% 상당 디지털세를 물리겠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현재 관련 논의를 중단, OECD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다국적 기업 상당수는 미국 기업이다. 미국을 차별한다는 일각의 지적에 부담을 느낀 것이라는 분석이다. 국제통화기금(IMF)도 올해 초 OECD 보고서를 정면 반박하며 자체 대안을 제시하겠다고 밝혔지만 아직 구체적 행동은 나오지 않고 있다.
최종희기자 choij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