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구를 쓰지 않고도 손쉽게 에어컨과 실외기를 연결할 수 있는 기술이 개발됐다. 실외기 설치 작업이 수월해지는 것은 물론 안전사고가 줄어들 전망이다.
해마다 여름철이 되면 에어컨 설치기사는 눈코 뜰 새 없이 바빠진다. 보통 2인 1조로 움직인다. 하루 3건을 처리하는 것도 버겁다. 스탠드형과 벽걸이형으로 구성된 투인원 에어컨을 설치하는 데 4시간 반에서 5시간 남짓 걸린다. 일감이 몰릴 땐 한꺼번에 5건 넘게 주문이 들어온다. 아침 6시 에어컨 제조사 물류센터에 집합해 밤 10시 넘어 퇴근하는 경우가 다반사다.
근무여건은 열악하다. 안전을 위협받는다. 실외기 설치 작업이 위험천만하다. 대다수 아파트는 건물 외벽이나 베란다 난관 밖에 별도 거치대를 장착, 이곳에 실외기를 둔다. 설치기사, 실외기, 작업 공구가 아파트 고층에서 떨어졌다는 사고 소식이 끊이지 않는다.
설치기사는 거치대 위에서 곡예를 하듯 작업한다. 에어컨과 실외기 사이 가스가 순환하도록 파이프를 잇는다. 투인원 제품 기준 4개 파이프가 장착된다. 다양한 형태 공구를 활용해야 한다. 실외기 4곳, 에어컨(스탠드형·벽걸이형) 4곳에 달린 총 8개 밸브에 파이프를 단단히 고정하기 위해서다. 느슨하게 결합하면 가스가 샐 수 있다. 약 1시간 이상 소요된다.
에어컨 제조사도 근무여건 개선에 노력한다. 설치기사 대상 안전벨트가 달린 조끼 착용을 의무화했다. 작업 전 조끼를 입었는지 일일이 확인하는 곳도 있다. 벨트는 주로 난관에 건다. 근본적 해결책은 아니다. 난관이 붕괴하면서 설치기사와 함께 추락하는 사고가 최근 일어난 바 있다.
국내 스타트업 에녹테크(대표 민병수)가 이같은 난제를 풀 대안을 제시했다. 파이프를 실외기 밸브에 밀어 넣기만 하면 설치가 끝나는 기술을 두 가지 형태로 개발했다. 파이프를 고정하는 강력한 손잡이 구조 '서비스 밸브'를 선보였다. 손잡이를 돌려 열고 닫는 방식으로 파이프를 체결하거나 철거할 수 있다. 지난해 9월 특허 등록을 마쳤다. 현재 에어컨 전문기업 S사와 공급 관련 논의를 벌이고 있다.
사고 위험을 획기적으로 낮춘다. 실내에서 손만 뻗어 파이프를 밸브에 잇는 것이 가능해지기 때문이다. 파이프 연장 시 용접 작업도 필요 없다. 에어컨 제조사는 업무 효율을 높일 수 있다. 작업 시간이 단축된다. 멍키스패너와 같은 공구 도움 없이도 5분 내 파이프 연결 작업을 마칠 수 있다.
민병수 에녹테크 대표는 1983년 삼성전자 서비스센터에서 가전 부문 기술자로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1988년부터 에어컨 설치, 수리 업무를 맡았다. 30년 넘게 근무한 뒤 후배를 위해 지금 일에 매달렸다.
올해 초 에녹테크를 설립했다. 성북구 시니어기술창업센터 심사 평가에서 1위를 차지하는 등 기술력을 인정받았다. 시니어벤처협회가 운영하는 창업허브 디딤터에 입주했다. 민 대표는 “더는 인명 사고가 발생하지 않길 바란다”며 “기술 개발을 통해 사회에 공헌하고 싶다”고 말했다.
최종희기자 choij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