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CN(Multi Channel Networks)은 최근 가장 크게 발전하고 있는 유망 산업분야다. 크리에이터 중심의 인플루언서 조직이 만드는 다채로운 콘텐츠와 이를 응용한 홍보 마케팅은 국내는 물론 해외 일각에서도 주목받고 있다.
이 가운데 중국 인플루언서 '왕홍'은 현지 대중에게는 물론 중국시장을 타진하려는 국내외 기업에 다소 폐쇄적인 현지 문호를 열어주는 매개체로서 큰 관심을 얻고 있다. 불닭볶음면 완판 사례나 국내 뷰티제품, 패션 등의 인기로 수백억대 수입을 올리며 주목받기 시작한 '왕홍'. 그들의 세계는 과연 어떨까. 서울 화양동 빅텐트 한국본사에서 모델 겸 왕홍으로 활동 중인 이민서와 인터뷰를 가졌다.
이민서는 국내외 런웨이를 누비던 패션모델이자 각종 뷰티대회 출전과 함께 연기자로서도 활약했던 인물이다. 현재 국내 프리랜서 모델 활동과 함께 70만 이상 중국 현지 구독자를 가진 왕홍이자 한·중 크리에이터 기업 빅텐트의 최고콘텐츠대표로 활동하고 있다. 그는 자신을 비롯한 왕홍의 주요 활동과 현지 반응, 그에 따른 국내 대중과 업계 비전 등을 이야기했다.
호기심과 관심, 왕홍을 만들다
이민서는 십수 년 국내외 런웨이를 오가며 쌓은 노하우에 중국 관련 정보를 결합한 콘텐츠로 성장해왔다. 비주류로 분류되던 온라인 스낵영상이나 중국 현지 내용에 대한 그녀의 꾸준한 관심은 최근 산업 움직임과 맞물려 국내 셀럽이자 왕홍으로서의 경쟁력이 되고 있다.
이민서는 “모델·미인대회·연기 등 다양한 활동 속에서 콘텐츠 분야에 대한 관심을 키워왔다. 특히 비주얼에 기준점을 두지 않고 다방면을 아우를 수 있는 콘텐츠에 대한 열망을 키워오던 중 중국에 대한 꾸준한 호기심으로 쌓은 정보와 맞물리면서 지금에 이르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MCN 플랫폼 발전이 두드러진 요즘에는 기본적인 개그코드를 비롯해 한·중 문화 브이로그, 커머스 관련 영상을 선보이고 있고, 오프라인 미식회 등도 만들면서 소통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중국 MCN시장, 평범한 인물 중심 왕홍과 다채로운 인프라 갖춰”
이민서가 왕홍으로 활약 중인 중국 MCN시장은 국내와는 유사한 듯 다른 양상을 띤다. 실제 '왕홍'은 크리에이터와 BJ 등 인터넷 스타를 일컫는 국내 인플루언서와 같은 개념이다. 다만 접속 인구나 플랫폼 숫자에서 엄청난 차이가 있다. 아프리카·트위치·유튜브·페이스북 등 대표 플랫폼 기반으로 움직이는 국내와는 달리 외산 플랫폼 제한이 높은 중국 특성상 웨이보나 타오바오 등 주요 플랫폼 외에도 자체 개발된 군소 플랫폼이 수백 개에 달한다.
여기에 국토와 인구 규모, 사회·정치적 조건에 따른 상업유통 신뢰성 확보를 위해 라이브커머스부터 결제까지 한 번에 진행되는 플랫폼 구조와, 이를 접하는 대중규모도 엄청나 왕홍이 갖는 파급력 또한 크다. 이민서는 한·중 인플루언서를 비교하며 이들 산업을 보는 패러다임 구조의 차이도 함께 설명했다.
그는 “왕홍은 실제 인터넷에서 흥하는 인물이라는 의미다. 펑티모·웨이야·오스틴 등 소위 K.O.L이라는 약어로 불리는 최상위권 왕홍부터 접속 인구에 따른 구분도 상당하다. 이들의 특징은 국내와는 좀 다르다. 비주얼과 유니크함을 앞세운 한국보다는 평범한 인물이 주축을 이룬다. 실제 접속자와 같은 평범함이 주는 동질감과 함께 다양한 활동을 펼치는 것에서 큰 차이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왕홍은 플랫폼뿐만 아니라 분야별로도 많이 나뉜다. 특히 커머스 분야는 중국의 경제상황과 유통구조에 따른 신뢰성문제로 빠르게 플랫폼화된 덕분에 활동하는 왕홍도 굉장히 세분화돼 있다”며 “국내 홈쇼핑업계 커머스와 달리 플랫폼과 인플루언서의 자연스러운 확장으로 이뤄진 것이 현 시점의 중국 왕홍으로 보면 될 것 같다”라고 덧붙였다.
◇“왕홍 타깃으로 한 국내 기업, 현지 이해하고 성실해야”
중국 왕홍의 부각은 현지 수요는 물론 이들을 대상으로 한 글로벌 기업의 커머스 매개로서 가치에 따른 것이다. 특히 최근에는 대중(對中) 판로 목적의 국내 중소기업과 파급력 확대를 꾀하는 국내 인플루언서의 주목도도 상당히 쏠리고 있다. 이민서는 왕홍으로 활약 중인 자신의 노하우를 바탕으로 국내 기업과 예비 인플루언서를 향한 왕홍의 가치 인식을 새롭게 전했다. 특히 현지에 대한 적극적인 이해를 바탕으로 성실성을 보여야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민서는 “왕홍으로 가치를 높여가는 와중에 국내 기업과 예비 인플루언서에게 사업제안과 요청을 많이 듣는다. 그 가운데 가장 난감한 것은 무조건적인 자신감만으로 다가오는 경우다. 이것이 위험한 것은 국내뿐만 아니라 중국에서도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먼저 왕홍을 타깃으로 한 기업 움직임에 대해 “중국은 결제시스템은 잘돼있지만 배송비와 시간 소요 등 문제 해결이 어렵다. 실제 타오바오에서는 라이브챗을 통해 직접 묻고 물건을 바로 담는 100위안 이하 물품중심 라이브 커머스가 가장 활발한데, 이는 물건의 질과 유통구조에 있어 분명히 하고 가지 않으면 소비자가 접근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이를 잘 마무리하고 적절한 왕홍을 찾는 것이 성공의 지름길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현재는 색조화장품을 중심으로 한 뷰티제품과 분유 등의 유아용품이 대세로 이뤄지지만, 한·중 양국 고령화 추세에 따라 관련 건강식품이나 의복, 화장품 등의 분야에서도 발전가능성이 있다. 물론 여기서도 무조건적인 우위성을 자신하기 보다는 꾸준한 상품가치 담보와 유통구조 확보가 필수적”이라고 덧붙였다.
또 이민서는 예비 왕홍을 향한 조언을 통해 '꾸준함과 관심'이라는 기본 키워드를 강조했다. 그는 “결국 콘텐츠는 장기전이기에 자극적인 것으로 일시효과를 노리기보다는 나만의 특화콘텐츠를 꾸준히 푸는 것이 핵심이라고 생각한다”며 “특히 왕홍에 있어서는 틱톡(현지명 도우인)을 중심으로 한 인기 플랫폼 내에서의 상위 콘텐츠 파악과 함께 현지 문화 이해가 필수적이다. 사회문화적인 발언이나 우위성을 함부로 말하면 현지 당국과 대중에게 제재되기 쉽다. 국가별 특수성을 어느 정도 이해하면서 꾸준히 연구하고 준비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실버세대 중심 왕홍 육성 위해 노력할 것”
이민서는 한·중 온·오프라인을 아우르는 인플루언서로서 양국으로부터 주목도를 높이고 있다. 그는 이런 관심을 토대로 자신만의 입지확보는 물론 실버산업을 중심으로 한 글로벌 MCN 산업의 새 비전을 꿈꾸고 있다. 이민서는 “시장이나 시대 흐름은 단순하다. 현 시점에서는 국내에서 유행하는 기술이 수년쯤 뒤 중국에서 유행하는 패턴을 보이지만, 빠른 기술흡수와 함께 그 속도가 점차 빨라지는 모양새다. 이는 MCN 영역에서도 마찬가지기에 이 시점을 대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주목할 부분은 시니어 분야다. MCN 계통에서 다소 소외된 계층인 실버세대는 고령화 추세에 따라 중심이 될 수 있기에 이들의 무대를 빠르게 준비할 필요가 있다”며 “이런 움직임에 맞춰 최근 커뮤니티 I'M MODEL SENIOR와의 협업 등 실버세대와 함께하는 MCN 문화를 만들고자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이민서는 “많이 부족하지만 점차 한·중 양국 문화와 커머스를 잇는 가교가 되기 위한 꾸준한 노력을 기울이는 동시에, 기업 빅텐트의 최고 콘텐츠 대표로서 단순 콘텐츠 크리에이터가 아닌 글로벌 MCN산업 대표로 거듭나기 위해 꾸준히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박동선 전자신문엔터테인먼트 기자 dspark@rpm9.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