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에서 명품을 밀수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이명희 전 일우재단 이사장,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이 각각 징역형과 벌금형을 받았다. 죄질이 나쁘지만 실형을 선고할 만큼 중한 범죄가 아니라는 재판부 판단이다. 이명희, 조현아 모녀가 집행유예를 선고 받으면서 한진그룹 경영 복귀가 가시화될 전망이다.
13일 법조계에 따르면 인천지법 형사6단독 오창훈 판사는 이날 관세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이 전 이사장에게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1년, 벌금 700만원과 3700여만원 추징, 80시간의 사회봉사를 선고했다. 같은 혐의를 받은 조 전 부사장에게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 벌금 480만원과 6300여만원 추징, 80시간의 사회봉사를 선고했다.
이 전 이사장은 2013년 5월부터 지난해 3월까지 해외지사에서 과일, 도자기, 장식용품 등을 대한항공 여객기를 이용해 총 46차례에 걸쳐 3700여만 원을 밀수한 혐의로 기소됐다. 또 2014년 1월부터 7월까지 해외에서 구입한 선반, 소파 등 3500여만 원의 개인 물품의 수입자 및 납세의무자를 대한항공으로 허위신고한 혐의도 받았다.
조 전 부사장은 2012년 1월부터 지난해 5월까지 해외 인터넷 쇼핑몰에서 구입한 9000여만 원 상당의 의류, 가방, 장난감 등 물품을 총 205차례에 걸쳐 대한항공 여객기로 밀수한 혐의로 기소됐다.
재판부는 두 모녀의 범행 횟수, 내용 등에 비춰볼 때 죄책이 가볍지 않다고 판단했다. 이들이 대기업 회장 가족이라는 지위를 이용해 개인적 소비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해 위력을 행사한 것에 대해 실형을 선고할 만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밀수 행위의 목적이 개인적 소비였을 뿐, 유통질서를 교란해 실형을 받을 만한 중범죄가 아니라고 판단해 집행유예와 벌금형을 선고했다.
재계는 이 전 이사장과 조 전 부사장이 실형을 면하면서 경영복귀 가능성이 높아질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 한진가(家) 막내 조현민은 지난해 '물컵갑질'로 대한항공, 진에어 등 한진그룹 5개 계열사 임원에서 물러났다가 검찰로부터 '공소권 없음' '혐의없음' 처분을 받은 뒤 최근 한진칼 전무 겸 정석기업 부사장으로 복귀했다.
이 전 이사장은 고(故) 조양호 전 한진그룹 회장의 한진칼 지분(24.79%) 중 가장 많은 5.94%를 상속 받을 것으로 보인다. 또 한진그룹 부동산 업무를 총괄하는 정석기업의 유일한 '오너 등기임원'으로 경영권을 확보한 상태다.
조 전 부사장도 경영 복귀가 빨라질 전망이다. 조 전 부사장은 2014년 '땅콩회항 사건'으로 한진그룹 모든 계열사 임원에서 물러났다. 2017년 12월 대법원에서 땅콩회항에 대해 집행유예 확정 판결을 받고, 2018년 3월 주주총회에서 '칼호텔네트워크' 등기이사(사장)로 3년 4개월 만에 복귀했다. 하지만 밀수혐의가 드러나면서 경영권에서 다시 물러났다.
재계 한 관계자는 “조 전 회장이 생전 '3세 경영' 승계를 위해 그려놓은 청사진이 있는데, 각종 논란과 갑작스런 별세로 차질이 발생했다”면서 “경영 공백이나 경영권 방어를 위해 이 전 이사장, 조 전 부사장 경영 복귀에 대한 본격적인 논의가 진행될 것”이라고 했다.
류종은 자동차/항공 전문기자 rje312@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