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한 대당 1500달러(약 177만원) 어치 반도체가 들어가는 세상이 올 겁니다.”
글로벌 반도체 기업 인피니언이 차량용 반도체 시장을 밝게 전망했다. 전력 반도체 뿐 아니라 센싱, 연산(컴퓨팅), 보안 등 차량에 쓰일 수 있는 반도체를 종합적으로 개발하고 양산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지난 12일 서울 역삼동 포스코P&S타워에서 열린 '제2회 전자신문 테크위크'에서 최재홍 인피니언코리아 기술총괄 상무는 자율주행과 친환경 자동차 시대가 도래하면서 관련 반도체 시장이 커질 것으로 봤다.
'차세대 차량용 반도체 개발 동향과 과제'라는 주제로 발표에 나선 최 상무는 “자동차 혁신의 80%는 반도체에서 시작된다”는 말로 자동차 시장에서 반도체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차량 한 대에는 6000~1만개 반도체 부품이 들어가고, 100개 이상의 전자제어장치(ECU)가 들어간다”며 “오늘날 자동차는 가솔린이 아니라 소프트웨어가 움직인다는 이야기가 있을 정도로 반도체 비중이 높다”고 설명했다. 또 “지금은 차량 한 대당 375달러 정도 반도체가 필요하지만, 앞으로는 한 자동차에 1700달러 이상의 반도체가 들어간다”며 “이런 가능성을 보고 많은 회사들이 설비 구축에 투자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차량용 반도체가 각광받는 이유는 친환경 차량, 자율주행 자동차 기술이 무르익고 있기 때문이다.
구체적으로 친환경 차량에는 실리콘카바이드(SiC) 등 신소재를 활용한 300V 이상의 고전압 칩이 개발되고 있고, 질화갈륨(GaN)을 활용한 저 전압 칩과 칩 임베딩 기술이 개발되고 있다. 자율주행 차량 분야에서는 모든 운전을 차량 스스로 하는 자율주행 5단계를 구현하기까지 다양한 칩이 필요하다.
최 상무는 “물체를 식별하기 위한 라이다(Lidar), 레이더(Radar) 내·외부 카메라 등 센서, 수많은 이미지를 해석하고 연산하는 컴퓨팅, 이를 실행에 옮길 액추에이터 칩 등 수많은 반도체가 자동차에 탑재된다”고 설명했다.
인피니언은 자동차에 쓰일 반도체를 종합적으로 연구하고, 완성차 업체들과 협력해 제품을 개발한다.
최 상무는 “기존에 필요했던 칩 뿐만 아니라 최근 강조되고 있는 보안까지 아우르는 칩을 양산하기 위해 설비 투자도 진행했다”고 말했다.
다만 차량 반도체는 신뢰성을 확보해야 하는 문제 때문에, 긴 시간을 두고 투자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차량의 경우 작은 오류도 사고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완벽한 제품을 개발하려면 7년 이상이 걸린다”며 “일반적인 IT 기기와는 달리 신중한 접근이 필요한 분야”라고 전했다.
강해령기자 k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