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자동차 업체들이 매년 반복되는 노동조합의 '하투(夏鬪)', '고임금저효율' 구조로 경쟁력이 약해지고 있다. 이로 인해 국내 자동차 생산량은 2016년 '빅5'에서 6위로 떨어졌고, 지난해에는 멕시코에게까지 뒤쳐지면서 7위로 내려앉았다. 특히 매년 임금은 오르지만, 생산효율성은 향상되지 않는다. 이 구조를 해결하지 않으면 글로벌 시장에서 도태될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았다.
16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자동차 생산량은 전년 대비 2.1% 감소한 402만9000대를 기록했다. 세계 자동차 생산량에서 한국이 차지하는 비중도 4.1%로 전년대비 0.1% 포인트 감소했다. 이는 멕시코(411만대)에 이어 글로벌 7위 수준이다.
우리나라는 2005년 370만대 생산을 기록하며 처음으로 '5대 완성차 생산국'에 진입했다. 이후 꾸준한 성장을 통해 11년 동안 '빅5' 지위를 유지했다. 하지만 2011년 465만7094대를 기록한 이후 성장과 축소를 반복하다 2015년(455만대) 이후 급격히 감소했다. 450만대가 처음 무너진 2016년(422만대) 인도에 추월을 허용하면서 6위로 내려앉았다. 이후 매년 생산량이 줄면서 세계 7위까지 떨어졌다. 올해는 르노삼성자동차 장기파업으로 인해 400만대 생산도 위험한 상황이다.
산업계 및 전문가들은 △대립적 노사관계 △경직된 노동시장 구조 △고비용저효율 생산구조 고착화 등으로 생산경쟁력이 상실된 것을 글로벌 경쟁력 약화의 주요 원인으로 꼽았다. 지난해 2월 한국지엠 군산공장 폐쇄로 인한 생산 중단, 내수와 수출의 동반 부진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고 분석했다. 반면 인도와 멕시코는 임금수준 대비 높은 생산성으로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높은 임금 대비 낮은 생산성은 가장 큰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지난해 기준 국내 자동차 업체의 연간 평균임금은 약 9000만원으로, 국내 제조업 평균 임금보다 2배 이상 높다. 반면 자동차 1대를 생산하기 위해 투입되는 시간으로 측정하는 노동생산성의 경우 26.8시간으로, 토요타(24.1시간), 제너럴모터스(23.4시간) 등 글로벌 경쟁업체들보다 훨씬 길다.
업계 및 전문가들은 과거 해외 선진국들이 경직된 노사관계를 해결했던 것을 연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대표적인 사례가 토요타다. 토요타 노사는 실적과 상관없이 대내·외적인 환경을 고려해 임금 및 단체협의를 진행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토요타가 사상 처음으로 영업이익 1조엔(약 9조원)을 돌파했을 때, 노조는 임금인상 대신 60세까지 정년보장을 요구했다. 2004년 당시 1조1621억엔(약 12조6887억원)이라는 사상 최대 순이익을 기록했을 때는 보너스를 6% 줄였다. 글로벌 전체 실적은 커졌지만, 내수판매가 부진했다는 이유에서다. 토요타 노조도 1950년 최장 75일 장기파업까지 벌였던 '강성노조'였지만, 세계 2차대전 이후 경영위기를 맞은 이후 1962년 '무파업 선언'과 함께 상생을 이뤄왔다.
업계 관계자는 “고비용저효율과 같은 구조적인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우리나라 자동차 산업 글로벌 경쟁력은 계속 나빠질 수밖에 없다”면서 “노조는 매년 임금인상분은 챙기면서, 생산성 향상을 위한 방안 마련에는 소극적인 것이 문제인데, 토요타, GM, BMW 등 위기를 겪었던 글로벌 업체들의 사례를 연구해서 노사가 모두 발전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국가 경쟁력도 높아질 수 있다”고 밝혔다.
류종은 자동차/항공 전문기자 rje312@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