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자료제출 요구에도 '하세월'…외국계 기업 '배짱 대응'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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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계 기업 '배짱 대응'에 공정거래위원회 조사가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해외 본사 등에서 답변해야 한다는 이유로 자료 제출이 지연되는 일이 부지기수다. 절차적 공정성, 방어권을 앞세워 정당한 조사를 방해하기도 한다. 그럼에도 공정위 차원 대응책은 마땅치 않아 문제로 지적된다.

16일 정부와 업계에 따르면 공정위가 구글의 시장지배력남용 등 불공정행위 혐의 조사에 착수한지 3년이 지났다. 공정위 내에선 “올해는 결론을 내자”는 공감대가 있지만 연내 마무리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게 지배적 평가다.

조사가 장기화 되는 것은 '종합세트'라고 할 만큼 다양한 혐의를 다루고 있기 때문이지만 '자료 제출 지연'도 주요 원인 중 하나로 지적된다. 공정위는 구글코리아에 조사 관련 각종 자료 제출을 요구했고, 구글코리아는 상당 부분을 미국 본사 역할로 넘겼다. 그러나 본사 대응이 늦어지면서 공정위 조사는 속도를 내지 못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구글과 같은 사례는 비일비재하다.

지난해 공정위가 무혐의로 종결한 '비자카드 해외결제 수수료 인상' 사건도 비슷한 경우다. 공정위는 2016년 관련 신고를 접수해 조사에 착수했는데 종결까지 2년 걸렸다. 공정위는 비자코리아가 아닌 싱가포르에 있는 아시아·태평양지사로부터 자료를 받는 과정에서 어려움을 겪어 사건 처리가 늦어졌다.

공정위 관계자는 “외국계 기업을 조사할 때 본사 등의 자료 제출이 늦어지거나 불완전 자료를 내 조사 전반이 지연되는 일이 적지 않다”면서 “현실적으로 해외 현지로 조사를 나갈 수도 없어 무작정 기다리는 것 외엔 사실상 대안이 없다”고 말했다.

절차적 공정성, 방어권을 앞세워 조사에 협조하지 않는 일도 국내 기업보단 외국계 기업에서 두드러진다는 평가다. 법원 판례를 근거로 자료 공개를 거부하거나, 변호인이 없다는 이유로 사실여부 확인에 협조하지 않는 사례 등이 대표적이다.

심의 과정에서도 마찬가지다. 외국계 기업은 방어권 등을 앞세워 공정위에 심의를 수차례 열도록 요구하는 일이 잦다. 공정위 전원회의·소회의는 보통 1~2차례로 마무리 되는데, 외국계 기업이 피심인인 경우 횟수가 크게 늘어나는 경향이 있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법조계 관계자는 “공정위가 선진 경쟁당국 수준으로 피심인 보호를 강화해야 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외국계 기업의 '아전인수'식 대응에는 분명히 문제가 있다”면서 “공정위 조사 권한을 일부 강화하는 것도 고민해 볼 과제”라고 말했다.

유선일 경제정책 기자 ysi@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