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5월 개통하는 울릉도 공항은 초정밀 GPS 보정시스템(SBAS)을 통해 시계가 확보되지 않은 상황에서도 안전하게 이·착륙을 지원한다. 기상 조건에 따라 1년에 3분의 1은 고립된 섬으로 살아야 했던 대한민국 동쪽 끝단 울릉도. SBAS가 하늘길마저 쉽지 않은 이곳 기상 조건을 극복하는 도구가 된다.
지난 12일 찾은 울릉도는 대한민국 항공 역사의 획을 긋는 두 가지 시설이 들어설 준비가 한창이었다. 국내 첫 소형공항 울릉 공항과 SBAS 기준국이다.
지난달 정부가 울릉공항 건설 총 사업비를 5755억원에서 6633억원으로 조정을 완료한 후 입찰공고까지 순조롭게 사업이 진행 중이다. 1997년 처음으로 울릉공항 타당성을 타진한 지 무려 22년만이다. 국토교통부는 17일 사업자 자격평가(PQ) 신청서를 마감해 연내 사업자를 선정한 후 내년 4월 착공할 예정이다.
1만여 울릉도민의 오랜 염원을 표현하듯 울릉도 관문 도동항 대형 전광판에는 '2025년 5월 울릉공항 개항'이 온종일 반짝였다. 서울에서 포항까지 기차로 3시간, 다시 포항 묵호항에서 울릉 도동항까지 3시간 반 항해를 마치고서야 겨우 밟을 수 있는 땅이지만 6월 울릉도는 관광객으로 붐볐다. 연간 관광객 50만시대. 지독한 배멀미의 고통과 배가 뜨지 않으면 며칠을 고립될 수 있다는 우려를 감내하면서까지 울릉도를 찾는 이들이다. 도민의 이동권 보장과 관광객 방문은 영토 수호를 위해서도 필수적이다. 하늘길이 열리면 관광객 100만 시대가 열릴 것으로 예상된다.
김병수 울릉군수는 “1년 3분의 1은 배가 다니질 못해 비행기를 원했는데 하늘길이 열리게 돼 주민이 얼마나 좋아하는지 모른다”고 말했다.
관광 수요에 대해서도 “올 해에만 벌써 20만명의 관광객이 다녀가고 5월에는 울릉도를 오가는 8척의 배가 거의 매일 정원이 다 찼을 정도”라면서 “비행기가 다니면 100만은 문제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대형공항 못지 않은 비용이 들어간다고 해도 짧은 활주로와 열악한 기상조건은 울릉 공항의 최대 취약점이다. 울릉공항은 활주로가 1200m×30m, 부지면적 41만2950㎡에 불과한 소형공항이다. 가두봉의 봉우리를 깎고 사동항 방파제 앞을 메워 설립한다. 계기착륙 시설 설치도 어렵고 시계 비행을 해야 하는 곳이다. 날씨가 좋은 날만 비행기가 뜰 수 있다는 뜻이다.
세계에서 7번째로 시도하는 SBAS가 이를 보완해 줄 전망이다. 17~37m의 GPS 오류를 3m 이내로 줄여주기 때문에 시계가 확보되지 않아도 GPS 신호를 따라 이·착륙할 수 있다. 75m 상공에서 활주로가 보이지 않는 날도 비행이 가능해진다. 국내 첫 소형공항이 될 울릉공항이 첨단 시스템을 통해 완성되는 셈이다.
울릉공항과 함께 울릉도는 SBAS 기준국 지역으로 선정돼 하반기부터 기준국 설치를 위한 공사를 하반기에 시작한다. 기준국은 GPS 신호가 이상이 있는지 없는지를 감시하는 '눈' 역할을 하는 곳이다. 울릉도 기준국은 국내 설치되는 7곳 중 가장 험지이면서 가장 중요한 곳이다. 기준국 이내에서만 보정이 가능하기 때문에 영토 끝단에 설치하는 곳이 가장 좋다.
기준국은 2020년 완공해 항공을 제외한 내비게이션, 자율주행자동차 등 일반 서비스에 SBAS 적용이 가능해진다. 항공시스템 적용을 위한 인증을 받아 2022년 말부터는 항공에서도 SBAS를 이용할 수 있다.
남기욱 SBAS 사업단장은 “한국형 SBAS인 'KASS'가 완공되면 위치정보를 이용한 서비스가 정밀해질 것”이라면서 “정밀한 위치 정보로 항공 수용량이 대폭 늘어나고 울릉도 공항 결항 일수도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울릉=문보경 정책 전문기자 okmun@etnews.com, 국토교통부 공동취재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