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에서 '헌법'을 모르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우주위험'이란 생소한 단어에는 대다수 독자가 고개를 갸웃하거나, 이 분야에 관심이 좀 있으신 분들은 미국 배우 샌드라 블록이 주연한 2013년 영화 '그래비티'를 떠올릴 것이다. 더 나아가 그 중에서도 연배가 되는 이들은 1998년 같이 출시한 두 영화 '아마겟돈'과 '딥 임팩트'를 기억할 것이다. 천문학에 관심이 많은 소수 독자들은 이 두 영화가 1994년 7월에 있었던 '슈메이커-레비 혜성'의 목성 충돌 사건이 결정적 동인이 되었다는 것까지 알 것이다.
슈메이커-레비 혜성의 목성 충돌 사건은 인류가 최초로 태양계 내 천체들 간 충돌을 예측하고 실시간으로 관측한 천문현상이다. 작게는 수백미터에서 2킬로미터(㎞) 정도 크기를 갖는 21개 혜성 조각이 일주일간 기차처럼 한 줄로 차례차례 초속 60㎞ 속도로 목성에 충돌했다. 이때 어마어마한 충돌에너지가 발생했다. 유명한 목성의 '대적반'보다 뚜렷한 흔적을 남겼고, 그것이 몇 달 동안 관측돼 장관을 이뤘다.
지금으로부터 꼭 111년 전인 1908년 6월 30일 아침, 러시아 시베리아 퉁구스카에 충돌한 소행성(또는 혜성)은 2000제곱킬로미터(㎢)에 이르는 방대한 면적의 숲을 납작하게 만들었고, 2013년 2월 15일에 러시아 첼랴빈스크에 추락한 20m급 소행성은 1500여명 부상자와 400억원에 가까운 재산피해를 야기했다. 만약에 이런 자연 우주물체 충돌이 서울 한가운데로 향했다면 상상조차 하고 싶지 않은 결과를 낳았을 것이다.
화제를 바꿔서, 작년 만우절인 4월 1일 아침 출근 시간에 중국 실험우주정거장 '톈궁 1호'가 한반도를 가로질러 태평양에 추락하는 일이 있었다. 추락 2~3일 전부터 정부와 한국천문연구원은 자세한 추락 상황을 각종 미디어를 통해서 대중에 전파했다. 우주개발로 사용된 인공우주물체가 추락하면서 우리나라에 위험을 초래할 수도 있다는 것을 적어도 과학기술정보통신부, 한국천문연구원 그리고 대한민국 공군의 우주위험감시 실무자들은 피부로 느꼈다.
우리 정부는 이미 2014년에 우주위험대비 기본계획을 제정하고 자연우주물체 및 인공우주물체에 의한 우주위험에 대응하는 과학연구, 기술개발 그리고 관측 장비 구축을 시작했다. 2016년 1월에는 재난안전법을 개정하면서 소행성, 유성체와 같은 자연 우주물체의 추락과 충돌, 그리고 이에 준하는 자연현상으로 인한 재해에 관해서도 대응준비를 명시하고 있다.
대한민국 헌법 34조 6항을 다시 한 번 소리 내어 읽어 보자. '국가는 재해를 예방하고 그 위험으로부터 국민을 보호하기 위하여 노력해야 한다'는 내용이다. 할 수만 있다면 과학자도 정부와 함께 국민을 위험으로부터 보호하는 노력을 해야 할 의무가 있다.
조중현 한국천문연구원 우주위험감시센터장 jhjo39@kasi.re.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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