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뮬러1(F1)은 자동차 레이싱의 최고봉이다. 시속 300㎞를 넘는 속도와 고막이 터질 정도로 시끄러운 엔진소리는 사람들의 가슴을 뛰게 한다. 하지만 소음공해와 온실가스 문제가 집중적으로 제기되면서 새로운 형태의 자동차 레이싱의 필요성은 점차 커졌다. 국제자동차연맹(FIA)는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전기차를 이용한 '포뮬러E'가 탄생했다. 시끄러운 엔진소리 대신 모터소리가 들리고, 특정 조건에 따라 출력을 조절할 수 있는 미래형 레이싱 포뮬러E 현장을 찾았다.
지난 22일 스위스 수도 베른에서 열린 '2018~2019 ABB 포뮬러E 챔피언십' 11라운드가 개최됐다. 도심에서 열린 이번 대회는 총 14개의 코너가 적용된 총 길이 2.75㎞ 구간을 시계 반대 방향으로 주행하는 것으로 진행됐다. 특히 스타트 라인과 피니쉬 라인 차이는 550m이며, 8번 코너와 9번 코너 사이에 어택존이 마련됐다.
올해 대회는 DS 테치타, 아우디 압트 셰플러, 엔지번 버진 레이싱 3개 팀이 시즌 우승을 두고 경합하고 있다. 시즌 11번째 레이스인 베른 E-Prix에는 지난 10라운드와 마찬가지로 11개 팀에서 22명의 드라이버가 참가했다. 시즌 종반인 만큼 경쟁은 더욱 치열했다.
경기 시작 직후 다중 추돌사고가 발생하면서 경기가 중단됐다. 예선 3위를 차지한 닛산 레이싱팀의 세바스티안 부에미가 첫 번째 코너에서 속도를 줄이는 순간 마힌드라, 제옥스 드래곤, 엔비전 버진 레이싱, 아우디 압트 셰플러 등 차량 9대가 추돌했다. 또 엔비전 버진 레이싱팀의 로빈 프리즌스는 마힌드라 레이싱팀 차량에 뒷부분이 부딪히면서 180도 미끄러졌다. 결국 1명이 실격, 4명이 포기한 채 17명만으로 경기가 진행됐다.
예선에서 1위를 차지한 DS 테치타의 장 에릭 베르그네가 1위를 차지했다. 장 에릭은 이번 대회 우승으로 28점을 획득해 총점 130점으로 시즌 1위를 확고히 했다. 이어 파나소닉 재규어 레이싱팀의 미치 에반스가 2위(18점), 부에미가 3위(15점)를 각각 기록했다. 팀 순위는 DS 테치타가 승점 216점으로 아우디 압트 셰플러(173점), 엔비전 버진 레이싱(150점)과 차이를 벌리면서 1위를 지켰다.
포뮬러E는 지난해부터 스위스 기술혁신 기업 'ABB'와 7년간 협력체계를 구축했다. 대회명도 ABB 명성, 혁신, 기술리더십을 포뮬러E에 더한다는 의미로 'ABB 포뮬러E 챔피언십'으로 바꾸었다.
FIA 레이싱 대회에서 파트너사 이름이 포함된 것은 포뮬러E가 유일하다. ABB와 FIA는 자동차 레이싱의 전기화, 디지털화, 친환경화를 위한 협력을 지속적으로 해나갈 계획이다.
포뮬러E는 모든 팀이 동일한 섀시를 사용하지만, 배터리를 제외한 파워트레인(동력계통)을 규정 안에서 자유롭게 설계할 수 있다. 이번 시즌에서 처음 도입된 2세대 차량은 최대 출력 250㎾, 최대 속력은 280㎞/h, 드라이버 포함 최소 중량은 900㎏(배터리 385㎏ 포함)이다. 또 배터리 때문에 차량을 갈아타던 방식에서 XALT 신형 배터리셀을 적용한 배터리(54㎾h)를 적용해 45분 경기를 차량 교체 없이 달릴 수 있게 됐다.
올 시즌부터는 레이스 중 △어택모드 △팬부스트 두 가지 방식을 통해 성능을 증가시킬 수 있다. 어택모드는 세 번째 바퀴 이후 특정 코너 레이스 라인 바깥쪽에 위치한 발동 지점을 지나면 일정 시간동안 추가 25㎾의 출력을 얻을 수 있다. 이번에 처음 도입된 팬부스트는 경기 전 팬들이 드라이버에게 투표한 결과를 바탕으로 상위 5명의 드라이버에게 5초간 자유롭게 사용 가능한 25㎾를 제공하는 것이다.
ABB와 FIA는 '2019~2020 ABB 포뮬러E 챔피언십' 시즌6에서 대한민국 수도 서울 E-Prix를 개최한다. 2020년 5월 3일 10라운드 경기가 서울에서 펼쳐질 예정이다.
포뮬러E 경기는 뉴욕, 런던, 파리, 홍콩 등 세계적인 도시에서 열리고 있어, 서울의 국제적인 명성도 올라갈 것으로 보인다. 주최 측은 오는 7월 2일 서울 E-Prix 경기 장소를 포함한 자세한 사항을 공개할 예정이다.
베른(스위스)=류종은 자동차/항공 전문기자 rje312@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