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아라비아가 내년부터 2024년까지 총 60억달러(약 7조원)를 우리나라에 투자, 양국 에너지 및 경제협력 체계를 강화한다.
26일 방한한 모하메드 빈 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와 문재인 대통령은 서울 신라호텔에서 열린 '에쓰오일 복합석유화학시설 준공식'에 참석해 경제 협력 확대를 약속했다.
양국은 석유산업 전반의 전략적 협력을 확대하고, 미래지향적 신규 투자를 확대키로 했다. 이날 준공식을 가진 에쓰오일 설비는 잔사유고도화시설(RUC)과 올레핀다운스트림(ODC) 설비다.
양국 지도자가 행사에 함께 참석한 것은 공장 준공이 갖는 의미가 크기 때문이다. 빈 살만 왕세자가 이끄는 사우디는 국영 석유회사인 아람코를 통해 에쓰오일 지분 63.41%를 보유하고 있다.
에쓰오일은 두 설비를 통해 정유에서 석유화학사로 도약을 꾀한다. 석유를 정제한 후 남은 잔사유를 재처리해 고부가가치 화학제품으로 만들 수 있게 됐다. 기초 원료가 되는 폴리프로필렌과 산화프로필렌을 각각 연산 40만5000톤, 30만톤을 생산할 수 있다.
에쓰오일 관계자는 “지난해 기준 석유화학 비중은 13%에 불과했다”면서 “하지만 다가오는 에너지 전환 시대에 대비해 석유에서 화학으로 지평을 넓히고, 종합에너지 화학기업으로 발돋움하려는 것”이라고 밝혔다.
알 나세르 아람코 CEO는 준공식 기념사에서 “아람코가 1991년 에쓰오일에 첫 투자한 이후 정유 생산능력은 9만배럴에서 지난해 66만9000배럴까지 증가했고, 매출은 31배 증가했다”며 “에쓰오일은 다른 분야에 투자하고 파트너십을 구축하는데 훌륭한 모델이 됐다”고 말했다.
우리나라로서는 수출 증대와 일자리 창출 등 경제 효과 측면에서 의미가 크다. 에쓰오일에 따르면 이번 설비를 위해 300여개 협력사, 연인원 450만명이 건설에 참여했다. 경제 유발 효과는 1조5000억원에 이른다. 에쓰오일은 이 설비에 총 4조8000억원을 투자했다.
에쓰오일은 2024년까지 추가로 7조원을 투자, 화학 설비를 확대하는 계획도 내놨다. 이번에도 아람코가 전폭 지원하기로 하고 양해각서(MOU)를 교환했다.
에쓰오일은 이미 울산시 온산공장 인근 부지 40만㎡를 확보했다. 이곳에 스팀크래커 및 올레핀 다운스트림 시설을 짓는다는 계획이다. 연간 150만톤에 이르는 에틸렌 등을 생산해 석유화학사로 확고한 입지를 다진다는 복안이다.
공장 건설이 진행되는 동안 경제 효과도 클 전망이다. 건설에 연인원 270만명이 참여하고 상시 고용 400명 충원 등 일자리 창출 효과가 발생할 것으로 기대된다.
업계 안팎에선 에쓰오일이 총 2단계에 걸친 석유화학 프로젝트를 마무리할 경우,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가장 경쟁력 있는 에너지·화학사로 발돋움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김철수 에쓰오일 이사회 의장은 “우리나라 정유·석유화학 산업 역사상 가장 큰 규모의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했다”면서 “43년 전 작은 정유사로 출발한 에쓰오일이 정유·석유화학 사업을 통합하고, 미래 성장동력을 확충할 수 있는 혁신적인 전환을 이루게 됐다”고 말했다.
류태웅기자 bigheroryu@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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