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미세먼지 대책으로 부상중인 '내연기관 차량 퇴출'보다는 사업성장 단계를 고려해 전동화 병행발전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왔다. 자동차 산업이 국내 전체 산업의 20% 가량을 영향을 미치는 만큼 당장 내연기관 퇴출로 인한 타격이 막심할 것이라는 지적이다. 산업발전과 친환경성을 고루 갖출 수 있는 효율적 정책 설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조철 산업연구원(KEIT) 산업통상연구본부장은 27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 제2소회의실에서 열린 '미세먼지의 현실적 해법, 내연기관차 퇴출인가?' 토론회에서 “2030년 이후 하이브리드(HEV)를 포함한 전동화 비율은 내연기관보다 더 높겠지만, 여전히 내연기관을 필요로 하는 차량이 90% 이상”이라며 “환경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둘 내연기관을 포기하는 형태가 아닌 두 동력의 병행 발전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2030년 세계 전동화 차량 판매량은 전체 시장의 30%를 상회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만 대부분이 HEV, 플러그인하이브리드(PHEV)로, 순수전기차(BEV)나 수소전기차(FCEV) 비중은 9~10% 수준이 될 것으로 예측했다. 여전히 내연기관 차량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조 본부장은 내연기관을 완전히 퇴출시키겠다는 선언만으로도 국내 산업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 최근 자동차 내연기관 부품을 공급하는 국내 2·3차 협력사들은 사업을 포기하거나 다른 업종으로 전환하는 것도 고민 중이라고 전했다. 수천개에 달하는 국내 자동차 2·3차 협력사들이 무너지면 산업 붕괴까지 초래할 수 있다는 것이다.
조 본부장은 국내 친환경차 정책이 환경 정책적 목적과 산업 정책적 목적을 명확히 해야 한다고 밝혔다. 현재 우리나라는 2020년까지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97g/㎞ 줄이라는 규제가 있다. 여기에 친환경차 의무보급제, 내연기관차 퇴출 등의 정책이 추가적으로 실행되는 것은 중복 규제라는 것이다.
조 본부장은 “정부는 운송부문에서 목적치에 맞춰서 규제를 가하면, 나머지는 기업들이 시장 논리에 맞게 내연기관이나 전동화 차량을 개발하고 판매하도록 하는 것이 효율적이고 산업 발전에 선도적”이라며 “국내 자동차 산업이 수출 비중이 높은 만큼 해외 시장도 고려한 정책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배충식 한국과학기술원(KAIST) 기계공학과 교수는 내연기관 퇴출을 선언한 영국, 프랑스, 독일 등 자동차 생산국의 경우 선언적 의미가 강하거나, PHEV를 포함한 전동화 차량 보급확대를 위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극단적인 내연기관 퇴출은 산업 붕괴 뿐만 아니라 미래 인재 확보에도 부정적인 영향이 우려된다고 말했다.
배 교수는 “정부가 탈원전 정책을 펼친 뒤, 지난해 KAIST 원자력 공학과에 지원한 학생이 단 한 명도 없었다”면서 “내연기관 퇴출에 대한 이야기가 본격화되면 자동차, 동력기관을 전공하려는 학생들이 사라지고, 이는 결국 스스로 '자살 선고'를 내리게 되는 꼴”이라고 말했다.
류종은 자동차/항공 전문기자 rje312@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