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리학은 세상(우주) 안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이 어떤 근본 원리에 의해 이뤄지는지를 연구하는 학문입니다. 뇌에 대한 연구는 물리학의 한 부분이면서 가장 중요한 연구라고 생각합니다.”
김진섭 한국뇌연구원 신경회로연구그룹장(책임연구원)은 “뇌는 '머릿속의 소우주'라고 생각하는데 신경회로 연구는 뇌작동 근본 원리를 찾는 분야고 물리학 전공자로서 호기심에서 연구를 시작하게 됐다”고 말했다.
김 연구원은 서울대 물리학과를 졸업, 석·박사학위를 받은 뒤 MIT 뇌인지과학과 박사후연구원으로 활동했다. 2014년부터 1년 동안 프린스턴대 신경과학연구소 박사후연구원으로 일했다. 지난 10년 동안 뇌신경과학분야 연구로 명성을 쌓았다.
김 연구원은 지난해 보는 뇌의 첫 단계인 망막에서 눈과 뇌를 연결하는 시각 채널을 확인하는 연구 성과를 내놨다. 당시 저명한 국제학술지 셀(Cell)에 연구논문이 게재되며 신경세포학계에 반향을 불러일으킨 인물이다.
김 연구원은 망막연구를 통해 커넥톰 연구 새 지평을 열었다. 그는 “뇌는 약 870억개 신경세포(뉴런)로 구성돼 있는데 신경세포에는 여러 유형이 있고, 각 유형마다 모양과 역할이 다르다”면서 “망막 신경세포 유형과 역할을 알아내는 것은 본다는 것의 비밀을 풀기 위한 첫단추”라고 말했다.
그는 생쥐 망막을 전자현미경으로 찍은 초고해상도 3차원 영상을 분석, 396개 신경절세포를 구조에 따라 47개 유형으로 분류했다. 47개 유형은 그동안 발표된 연구 가운데 가장 완전한 것이다.
“시각채널 연구성과는 각 단계마다 어려운 과정을 거쳐야하고 방대한 데이터를 다뤄야 합니다. 신경회로 구조를 찾아내는 인공지능(AI) 속도와 정확도를 높이는 연구가 중요합니다.”
그는 신경세포가 시냅스를 통해 연결돼 만드는 신경회로 구조를 밝혀내는 신경회로 연구뿐만 아니라 신경회로 기능을 수행하는 과정을 규명하는 계산신경과학, 신경회로 연결구조 전체를 규명하는 커넥톰 연구를 추진하고 있다. 그는 “신경회로는 연구라기보다 컴퓨터 공학에 가깝다. 이 과정을 거쳐 신경회로 구조를 찾아내면 그때부터 비로소 본격적인 신경회로 연구가 시작된다”고 말했다.
김 연구원은 “앞으로 정부는 인간 뇌에 대한 근본적 이해를 위해 뇌 관련 기초연구를 강화하고, 뇌지도 구축 등을 중점적으로 추진해 나갈 계획”이라면서 “향후 시각, 사고, 인지 등 뇌가 작동하는 원리를 보다 세밀하게 밝혀내는 연구를 수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대구=정재훈기자 jho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