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받아 놓은 물량 어쩌나" 주류 고시 연기에 업계 '혼란'

해당 사진은 기사와 직접적인 관련이 없음. 사진=전자신문 DB.
해당 사진은 기사와 직접적인 관련이 없음. 사진=전자신문 DB.

“불만이 많았지만 고시 변경에 따라 힘들게 준비를 마쳤습니다. 하지만 유예기간 시행도 예고하지 않은채 갑작스런 유예로 인해 혼란은 더욱 가중되고 있습니다. 업계 간 이해득실에 따른 현장의 혼란과 반발은 정부가 생각하는 것 이상입니다.”

국세청이 1일 시행 예정이었던 주류거래질서 확립에 관한 명령위임 고시 개정안 시행을 연기하자 한 주류업계 관계자는 이날 “국세청의 오락가락 행태를 이해할 수 없고 이에 대한 불만은 분노 수준에 달한다”며 이같이 밝혔다.

국세청이 '주류 리베이트 쌍벌제'를 골자로 한 고시 개정안 시행을 이틀 앞두고 연기하자 주류 업계는 당혹감과 함께 강한 불만을 내비쳤다. 국세청은 해석의 모호성을 해소하고 제도의 실효성을 확보하기 위해 충분히 검토해 합리적 방안을 마련한 후 시행하겠다는 설명이다.

대표적인 주류 거래선인 제조사와 도매상은 난감한 상황이다. 시행을 앞두고 영업 현장과 거래처(소매점)에 대한 홍보과 교육은 물론 자체 규정까지 변경하며 준비해온 것이 물거품이 됐기 때문이다.

고시 시행을 앞두고 평소와 다른 물량이 출고된 것도 향후 시장에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주류 업계는 고시 시행일에 맞춰 평소 보다 많은 물량을 거래했다. 일부 업체는 평달보다 2~3배 많은 물량을 거래했고 대형업체의 경우 더 많은 물량 거래가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시행 시점 예고 없는 연기에 앞당겨 받은 물량에 대한 재고 부담과 함께 자금에 상당한 압박감을 떠안게 됐다.

많은 물량을 출고한 제조사 입장도 난감한 상황이다. 마지막으로 인센티브를 받을 수 있는 기회라 생각한 도매상들의 요청에 평소보다 많은 금액이 인센티브로 제공됐지만 고시 연기로 인해 이러한 상황을 한 번 더 맞이해야 하는데 따른 불만이 큰 상황이다.

한 주류업체 관계자는 “마지막이라는 도매상의 요청을 거부할 수 없어 평소보다 많은 물량을 요구하며 이에 따른 리베이트가 제공된 것은 사실”이라며 “고시 연기로 인해 또 다시 이런 홍역을 치뤄야 할 것이 두려운 상황”이라고 불만을 토로했다.

이러한 현상은 제조사 실적에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한정된 시장이지만 기형적 현상으로 인해 6월 출고량이 급증해 2분기 혹은 상반기 실적은 호조를 보이겠지만 이로인해 3분기 혹은 하반기 실적이 추락할 것은 자명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때문에 주류업계에서는 국세청에 대한 불만이 고조되고 있는 상황이다. 섣부른 정책 추진으로 현장의 혼란과 시장 왜곡 현상만 가지고 왔다는 이유에서다.

업계 관계자는 “업계에 미칠 파장을 충분히 헤아리지 못하고 업계 의견을 수렴한 뒤 재추진하겠다는 것 자체가 정책에 허점이 많다는 것을 스스로 인정한 것”이라며 “20년 넘은 영업 룰이 바뀌는데, 단계적 시행이나 시범 시행 등의 완충재가 없었다”고 지적했다.

이주현 유통 전문기자 jhjh13@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