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원 몰리는 동네·대형병원...벼랑 끝 내몰리는 '중소병원'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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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정난에 허덕이는 중소병원 불만이 폭발한다. 대형병원 환자 쏠림현상이 심화되는데다 정부 지원책이 대형병원, 동네의원에 편중돼 정책 사각지대에 놓였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의료전달체계 전면 개편을 요구하며 투쟁까지 선언한 상황에서 정부가 대형병원 쏠림 현상을 해소할 방안을 제시할지 주목된다.

1일 병원 업계에 따르면 중소병원인 병원급 의료기관을 중심으로 왜곡된 의료전달체계 개편 목소리가 높다. 환자 감소에 따른 수익성 악화, 인력 확보 난항 등 악순환이 반복되면서 정부 대응책 마련을 요구하고 나섰다.

우리나라는 의료기관 규모에 따라 의원, 병원, 종합병원, 상급종합병원으로 나눠 환자 중증도에 따라 진료하는 의료전달체계를 갖고 있다. 하지만 급성기 환자 수술, 연구 등을 맡는 상급종합병원이 일반 환자까지 흡수하면서 의료전달체계가 무너진 지 오래다.

중소병원 업계는 무너진 의료전달체계에 따른 부작용이 임계치를 넘었다고 주장한다. 정부 정책 지원은커녕 규제가 강화되는 상황에서 대형병원으로 환자 쏠림이 심화되면서 폐업도 속출한다는 입장이다.

한 지역 중소병원 원장은 “동네의원은 1차 의료나 만성질환 관리 등으로 정부 정책 지원을 받고, 대형병원은 각종 연구과제나 지원금을 받는데 중간에 낀 병원급은 지원 사각지대에 놓였다”면서 “정부 지원 실종과 환자 수 감소로 힘든 상황에서 스프링클러 설치 의무화 등 규제까지 강화돼 삼중고에 시달린다”고 주장했다.

최도자 바른미래당 의원에 따르면 상급종합병원 총 진료비는 2017년 10조9000억원에서 지난해 14조원으로 28.7%나 증가했다. 전국 의료기관 총 진료비 중 상급종합병원이 차지하는 비율 역시 2017년 20.1%에서 2018년 22.9%로 늘었다. 특히 '빅5'로 꼽히는 서울대병원, 연세대세브란스병원, 서울아산병원, 삼성서울병원, 서울성모병원 점유율은 8.5%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반면 병원급 의료기관은 2017년 총 진료비 12조원에서 2018년 13조1000억원으로 8.9% 늘어나는데 그쳤다. 기관당 급여비 역시 상급종합병원은 2017년과 비교해 지난해 28%이상 늘었지만 병원급은 8.4% 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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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급종합병원 쏠림현상이 심화되면서 중소병원이 들고 일어섰다. 특히 쏠림현상이 더 심한 지역을 중심으로 투쟁까지 선언했다.

의료전달체계 왜곡 문제는 수년간 논의했지만 마땅한 해결책을 제시하지 못했다. 상급종합병원으로 몰리는 환자를 인위적으로 제한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대신 진료비를 높이거나 1, 2차 병원으로 돌려보내는 진료회송 사업 등을 추진하지만 효과는 미미하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상급종합병원 쏠림현상을 해소할 정책 연구용역을 발주하는 등 대책 마련이 진행 중이다.

서울 중소병원 원장은 “문재인 케어로 비급여 매출이 줄면서 환자 유치 경쟁은 더욱 치열해진다”면서 “대형병원이 중소병원 환자를 흡수하는 상황에서 의료전달체계 확립을 위해 환자 중증도에 따라 인위적으로 제한하거나 간호인력 수급, 토요가산제 등 강력한 정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최근 3년 국내 상급종합병원 총 진료비 현황(자료: 최도자 의원실)>

지원 몰리는 동네·대형병원...벼랑 끝 내몰리는 '중소병원'


정용철 의료/바이오 전문기자 jungyc@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