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대통령-트럼프, 귓속말로 오간 北 비핵화 큰그림…내용은?

6·30 판문점 깜짝회동 이후 한반도 비핵화 시계가 다시 빨라지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북미 정상회담 결과를 당일 바로 전달받고 후속 대책 마련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30일 깜짝 북미회담이 이뤄진 판문점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이 악수를 하고 있다<출처:청와대>
30일 깜짝 북미회담이 이뤄진 판문점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이 악수를 하고 있다<출처:청와대>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1일 기자들과 만나 “북미 회담 이후 한미 정상이 함께 있었는데 거기서 일부 회담 내용이 전달됐고, 트럼프 대통령이 차량에 타기 직전까지 회담 관련 내용 일부를 전달받았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트럼프 대통령이 차량에 탑승하기 전에 통역을 제외한 한미 측 사람을 다 물리고 문 대통령과 귓속말을 했다”며 “중요한 내용이 그 대화 속에 있었다”고 전했다. 추후 북미 정상회담 내용은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미 정부로부터 전달 받았지만 현 단계에서는 공개할 수 없다고 했다.

지금까지 공개된 북미정상회담 내용은 북미가 2∼3주 내에 실무팀을 꾸려 비핵화 협상에 들어가기로 했다는 내용뿐이다. 문 대통령이 추가 협의 내용을 별도로 전해받은 만큼 한반도 평화프로세스의 다음 단계로 어떤 카드를 꺼내들지 주목된다. 북미 대화가 복원되기 전에는 남북 간 정상회담이 필요했지만 남북을 건너뛴 북미 간 만남이 바로 성사되면서 예전만큼 남북 대화의 필요성이 높진 않은 상황이다.

일각에서는 문 대통령이 한반도 문제에서 배제된 게 아니냐는 우려의 시각도 나오고 있다. 중재자 없이 북미 간 직접 거래가 이뤄짐에 따라 북미대화에 방점이 찍히는 분위기가 형성될 수 있다는 주장이다.

청와대는 4차 남북정상회담이 미뤄지더라도 한반도 평화프로세스의 '큰 그림'에서 올바른 과정이고, 중재자의 역할은 상황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청와대는 여전히 북미관계 개선에 청와대 역할이 적지않다는 점을 암시했다. 올 하반기에 비핵화 협상에서 진전이 나타날 수 있도록 중재자 역할에 충실하겠다는 입장이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현 단계에서 공개할 수 있는 부분은 한정적이며, 과정을 세세하게 밝히기 어렵다”며 “시간이 지나고 상대국에서 나오면 저희는 밝힐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조선신보는 이날 “세계의 경탄을 자아낸 역사의 장면은 오로지 조미수뇌분들 사이의 친분관계에 기초해서만 실현될 수 있었다”며 “세기를 이어 지속된 적대관계에 종지부를 찍자면 이처럼 격식, 의전의 관례도 벗어나 기존상식을 크게 뒤집는 충격요법이 필요하다. 싱가포르공동성명에 명기된 '새로운 조미관계의 수립'은 바로 이러한 독특한 방식에 의해서 이뤄진다”고 보도했다.

성현희 청와대/정책 전문기자 sungh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