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온실가스 배출권 거래비용 등을 전력도매가격(SMP)에 반영하는 '환경급전제도'를 올해 안에 도입한다. 에너지업계는 발전사로부터 전기를 구매하는 한국전력공사의 추가 부담금이 연간 4조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했다. 한전이 누진제 완화에 이어 환경급전제 도입까지 '이중고'에 직면했다는 분석이다.
2일 산업통상자원부 고위 관계자는 “올해 안에 환경급전제를 도입할 예정”이라면서 “대기오염물질을 적게 배출하는 발전원이 급전 순위에서 유리한 위치를 확보하는 방식”이라고 설명했다.
산업부는 최근 민간 발전 업체와 만나 환경급전제 도입에 관한 비공개 논의도 진행했다.
환경급전제는 발전원별 생산 원가에 △오염물질 저감을 위해 사용되는 약품비·폐수처리비 △온실가스 배출권 거리비용 등 환경비용 전반을 추가하는 것을 의미한다. 그동안 우리나라는 저렴한 발전원부터 순차 가동하는 '경제급전' 방식을 적용해 왔지만 여기에 환경비용을 추가 반영한 '환경급전' 방식으로 전환하는 게 주요 골자다.
정부는 2017년 12월 발표한 8차 전력수요공급계획에서 석탄발전량 감축을 위한 대안으로 '석탄·LNG 발전비용 격차 축소'를 제안했다. 당시 환경비용을 발전 원가에 적용하면 ㎾h당 석탄은 19.2원, 액화천연가스(LNG)는 8.2원 각각 상승할 것이라고 소개했다. 저렴한 석탄과 상대적으로 비싼 LNG 생산 원가 격차를 11원 줄여서 석탄발전 급전순위를 자연스럽게 낮춘다는 구상이다. 노후 석탄발전소를 친환경 연료 발전원으로 전환하는 것이 궁극의 목적이다.
그러나 LNG 생산 원가가 SMP를 주로 결정한다는 것이 한계다. 정부 계획대로 LNG 생산 원가를 8.2원 늘리면 전기를 사들이는 한전 부담은 증가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에너지업계는 환경급전제 도입으로 인한 한전의 전력 구매가 추가 부담금은 연 4조원이 될 것으로 추산했다. 전력 도매 시장에서 SMP 1원(kWh당) 등락은 약 5000억원 전력구매비 증감을 결정한다는 기존 시장의 결과를 반영한 것이다.
증권가 일각에서는 정부가 환경급전제를 도입하면 한전 재무 부담 증가 요인이 분명해서 '전기요금 현실화'의 명분이 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그러나 전기요금 인상 여부는 정부가 최종 결정하기 때문에 이마저도 쉽지 않을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 중론이다. 한전은 재무 부담을 최소화하기 위한 적절한 대안을 찾고 있다고 밝혔다.
에너지업계 관계자는 “석탄 발전량을 감축하고 친환경 발전을 늘리는 것은 정부의 에너지 전환 정책 일환”이라면서 “그동안 정부는 에너지 전환 정책에 따른 전기요금 인상은 없다고 못 박았지만 환경급전제로 인한 한전 전력구매비 상승은 부정할 수 없는 전기요금 상승 요인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산업부 관계자는 “온실가스 배출권 거래비용 등은 기존에도 발전원 생산 원가에 일부 반영되고 있다”면서 “환경급전제 도입은 대기오염 물질을 감축시키고 급전순위 변화 효과를 유도하기 위한 차원”이라고 설명했다.
최재필기자 jpchoi@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