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다보스포럼(세계경제포럼·WEF)에서 클라우스 슈바프 박사가 4차 산업혁명을 화두로 던진 이후 산업혁명은 친숙한 용어가 됐다. '4차 산업혁명'은 아무 곳에나 가져다 붙이기만 하면 무엇인가 해야 할 일이 있는 것처럼 느끼게 하는, 모든 것을 흡수하는 블랙홀 같은 이슈가 됐다. 그렇다면 우리는 산업혁명을 잘 알고 있는 것일까? 슈바프가 4차 산업혁명을 말하기 훨씬 전부터 독일이 '인더스트리 4.0'을 추진해 오고, 이에 뒤질세라 미국이 산업 인터넷 컨소시엄을 추진한 배경과 이유는 무엇일까?
무엇보다 4차 산업혁명을 통합 이해하고 그로부터 대안을 찾는 노력을 더 해야 할 것 같다. 수많은 의견과 정책이 발표되곤 하지만 조금 지나면 충돌과 마찰이 빚어진다. 어떤 방향이 옳은지 혼란스럽기 그지없다. 산업혁명은 말 그대로 그 이전과 이후 간 산업 전반에 걸쳐 변혁의 차이가 있는 것은 물론 사회 전체 구조와 성격이 격변하는 대전환에 해당한다. 이에 따라서 산업혁명을 산업 영역에서 일어난 변화만으로 볼 수 없다. 산업혁명을 이해하는 것이 간단치 않은 일이고, 앞으로 펼쳐질 4차 산업혁명을 예측하는 것은 더욱 조심스러운 일이지만 수백, 수천 개의 퍼즐 조각을 맞추는 기분으로 우리가 느끼고 있는 혼란스러움을 조금이나마 줄여 보고자 한다. 이 연재를 하게 된 이유다. 연재할 내용 가운데에는 생각이 다른 부분이나 전개가 매끄럽지 못한 부분이 있겠지만 연재하게 된 취지의 관점에서 너그럽게 이해되기를 바란다.
4차 산업혁명이라는 말은 이보다 앞서 세 차례 산업혁명이 있었다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같은 일 또는 유사한 일이 반복해서 나타날 때는 반드시 공통이 되는 까닭이 있기 마련이다. 특히 혁명이라고 부를 정도로 큰 변화는 자주 일어나지도 않을 뿐만 아니라 반복해서 일어난다면 공감할 수 있는 배경이 있어야 한다. 변혁은 극복하지 않으면 안 될 상황에서 전혀 익숙하지 않은 새로운 변화를 받아들여야 할 정도의 절실함이 팽배해 있어야 한다. 또 그 절실함을 해결해줄 수 있는 수단이 있어야 하며, 새로운 변화를 만들어 가는 의지가 있는 주체가 있어야만 가능하다. 산업혁명은 길게는 100년 동안에 걸쳐 진행되는 과정이기 때문에 그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은 변화하는 환경에 적응해서 살아가기조차 바쁘기 때문에 변화의 범위나 세기를 실감하기가 어렵다. 긴 역사의 흐름으로 봤을 때 한참 후에야 비로소 짧은 기간 동안에 큰 변화가 일어난 것으로 인식하게 된다. 1차 산업혁명이 일어난 지 약 100년이 지난 후 경제학자 아널드 조지프 토인비가 영국의 산업에서 일어난 변화를 추적해 보니 혁명 같은 변화였다. 아직 1차 산업혁명만큼 많이 연구되지 않았지만 지난 세 차례의 산업혁명을 돌아보면 역시 짧은 기간에 산업 전반은 물론 사회 전체가 크게 달라졌다. 즉 지금까지 산업혁명은 역사 기록을 해석한 결과물이다.
그러나 4차 산업혁명은 이제 시작되고 있기 때문에 역사 결과물이 아니다. 심지어 여전히 3차 산업혁명이 진행되고 있다거나 이제 막 3차 산업혁명이 시작되고 있다고 주장하는 사람도 있다. 지금 얘기되고 있는 대로 진행된다면 4차 산업혁명은 인류사에서 최초로 의도되고 설계된 산업혁명이 될 것이다. 이보다 앞선 세 차례 산업혁명에서 얻은 교훈을 바탕으로 네 번째 산업혁명을 만들어 가려는 것이다. 4차 산업혁명이 일어나게 된 배경은 아마도 과거 세 차례 산업혁명과 달리 새로운 산업혁명을 설계할 수밖에 없는 환경에서 찾아야 할 것이다. 4차 산업혁명을 주도하기 위해 경쟁하고 있는 독일이나 미국의 환경이 새로운 산업혁명을 필요로 하고, 최고 강국의 지위를 꿈꾸는 중국의 환경 역시 그럴 것이다. 4차 산업혁명을 이해하고 방향을 찾아가는데 도움이 될 내용들을 하나씩 풀어가 보기로 하자.
박종구 나노융합2020사업단장, '4차 산업혁명 보고서' 저자
jkpark@nanotech2020.org
-
정현정 기자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