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세점업계가 연말 서울 시내면세점 신규 입찰을 앞두고 사전작업에 분주하다. 소비자중심경영(CCM) 인증 취득을 위해 너나없이 고객서비스 강화를 선언한 것. 올해부터 CCM 인증기업에 가점을 부여하기로 한 만큼, 입찰전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한 포석으로 읽힌다.
3일 업계에 따르면 면세점 3사(롯데·신라·신세계)는 최근 석 달새 잇달아 CCM 선포식을 열고, 최고고객책임자(CCO)를 새롭게 임명했다. CCM은 기업의 경영이 소비자 중심으로 이뤄지는지 한국소비자원이 평가하고 공정거래위원회가 인증하는 제도다. 국내 유통기업 중에선 17개 업체가 CCM 인증을 취득했다.
면세점들은 표면적인 이유로 고객 중심의 서비스 운영시스템 정착 등을 내세웠지만, 속내는 다가오는 시내면세점 입찰 경쟁에서 가점을 얻기 위함이다.
지난 5월 관세청은 기획재정부의 결정에 따라 서울에만 3개의 대기업 시내면세점 특허를 발급했다. 올해 평가심사에는 '소비자 보호' 항목이 새롭게 개설돼 입찰경쟁에 변수로 떠올랐다.
총 30점이 배점됐으며 그 중 CCM 인증기업에 10점을 가산한다는 방침이다. 현재 면세사업자 중에 CCM 인증을 획득한 기업은 없다. 따라서 잠재적 입찰 경쟁사와 비교해 조금이라도 더 유리한 고지를 점하기 위해 인증 취득에 서두르는 모양새다.
신규 면세점 입찰 접수기간은 올해 11월 11일부터 14일까지다. 올해 하반기 CCM 심사는 이달 29일까지 접수를 받아 9월 현장심사를 실시한다. 11월 인증심의위원회를 거쳐 공정위에서 인증서를 교부한다.
소비자원의 현장심사 방문 시 대표이사와 함께 배석하는 최고고객책임자(CCO)의 역할도 중요해졌다. 이에 따라 신라면세점은 김태호 신라면세점 코리아 사업부장을 CCO로 임명하고 소비자중심경영위원회를 신설했다. 롯데면세점도 김주남 지원부문장을 CCO로 임명했고, 신세계면세점도 마케팅담당 문현규 상무에게 임무를 맡겼다.
면세점 3사가 올 하반기 특허심사부터 가점이 부여되는 CCM 인증 취득에 적극적인 만큼, 이들 기업 모두 시내면세점 신규 입찰에 참여할 공산도 커졌다. 면세시장이 출혈경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시장 점유율 방어를 위해서라도 손 놓고 있을 수만은 없다는 판단이다.
면세업계 한 관계자는 “특허심사 평가기준이 변경되면서 입찰 전략을 세우기가 쉽지 않다”며 “상반기에도 신라면세점이 갱신 심사에서 예상보다 낮은 점수를 받았다. 짠물심사가 이어진다면 1점이라도 더 따내는 것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박준호기자 junh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