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노 산업화를 앞당기려면 산·학·연·관 모두가 정보를 공유하면서 연구 개발을 해야 합니다.”
홍순국 LG전자 소재생산기술원 사장은 3일 '나노 코리아 2019' 기조연설에서 이렇게 말했다. 국내 나노 산업의 경쟁력을 키우려면 모든 분야의 협회, 기관이 하나의 생태계를 만들어서 움직여야 한다는 것이다.
나노 기술이란 가로, 세로, 높이 등에서 한 면의 길이가 100㎚(㎚=10억분의 1m) 이하인 입자의 특정한 성질을 이용해 새로운 물질을 만들어내는 것을 뜻한다. 일례로 탄소나노튜브(CNT), 그래핀 등이 첨단 나노 물질로 주목받고 있다. 기존 물질보다 탄성이 좋거나 강도가 세서 우주산업처럼 최첨단 분야 뿐 아니라 의류관리기, 공기청정기, 디스플레이 제품, 화장품 등 생활 속 다양한 곳까지 스며들었다.
홍 사장은 매년 국내 나노 관련 특허등록 건수가 가파르게 증가하고, 연구 인력과 논문수가 크게 늘어나면서 한국이 세계 4위 나노 기술 연구 경쟁력을 확보했다고 전했다. 그는 “CNT와 그래핀 기술은 세계 1위 수준”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홍순국 사장은 우리나라의 나노 산업 경쟁력은 기술 경쟁력보다 다소 뒤처진 7위에 그친다며 문제를 제기했다.
그는 “각종 협회와 연구기관에서 충분히 양산 지원을 해줬음에도 불구하고, 산업화 하는 과정에서 뭔가 아쉬운 부분이 있었기 때문에 산업 분야 순위는 세 단계 낮아진 것 아닌가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가 분석한 원인은 이렇다. 나노 기술 개발부터 양산 이후 매출이 발생하기 까지는 평균 8년가량이 걸린다. 이후에도 사업화를 하기 위한 추가 개발이 필요하다.
하지만 그 사이 급격한 트렌드 변화가 일어나는 데다, 소비자들이 낮은 가격을 요구하면서 나노 시장을 선점할 타이밍을 잃게 된다는 것이다.
홍 사장은 “산업화와 연구 개발 사이 간극을 줄여야 하고, 개선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홍순국 사장이 제안한 것은 ESI(Early Stage Involvement) 전략이다. 연구개발 초기부터 양산을 고려해 연구개발, 공정 기술, 품질, 생산, 구매 팀 전부가 참여하고 검토하는 프로세스를 도입하자는 데 있다.
그는 “LG전자의 경우 롤러블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TV, 프리 폼 배터리, 마이크로 발광다이오드(LED) 등을 개발할 때 모든 부서와 계열사가 한번에 참여하는 ESI 전략으로 빠르게 신사업을 시작할 수 있었다”며 “대기업뿐만 아니라 스타트업, 중소 기업도 이 절차를 도입해야 양산을 앞당길 수 있다”고 전했다.
홍순국 사장은 이 전략을 기업 뿐 아니라 정부, 관련 단체, 학계 모두에게 적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구체적으로 기업은 제품을 개발하고, 대학과 연구기관은 기초 연구를 집중하면서 인력을 양성하며, 정부는 생태계 구축을 위해 힘을 실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나노 산업은 모든 산업이 관련돼 있는 산업인 만큼, 국내 330여개 산업협회들이 힘을 모아 주기적인 정보 공유가 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홍 사장은 “다양한 산업 분야가 힘을 합쳐야 연구 경쟁력을 넘어 새로운 나노 산업 성과를 창출할 수 있다”고 전했다.
강해령기자 k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