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테크]연비·성능 동시에 잡은 현대·기아차 CVVD 엔진

현대·기아자동차 연속가변밸브듀레이션(CVVD·Continuously Variable Valve Duration) 기술이 적용된 스마트스트림 G1.6 T-GDi 엔진과 CVVD 시스템. (제공=현대·기아자동차)
현대·기아자동차 연속가변밸브듀레이션(CVVD·Continuously Variable Valve Duration) 기술이 적용된 스마트스트림 G1.6 T-GDi 엔진과 CVVD 시스템. (제공=현대·기아자동차)

현대·기아자동차가 133년 가솔린 엔진 역사에 큰 변화를 줄 수 있는 '연속가변밸브듀레이션(CVVD·Continuously Variable Valve Duration)' 기술을 세계 최초로 개발했다. 지금까지 내연기관은 성능과 연비 중 '양자택일'만 가능했다. 하지만 CVVD는 밸브 듀레이션(열림시간)을 조절해 기존 동급 엔진보다 성능을 4%, 연비를 5% 향상 시킬 수 있게 됐다.

자동차 엔진은 실린더 내에서 '흡입-압축-팽창-배기'의 4행정을 거쳐 열에너지가 운동에너지로 바꾸어 동력을 발생시킨다. 이때 열에너지 효율을 결정짓는 중요한 요소가 밸브다. 밸브가 이상적인 시기에 열리고 닫혀야만 엔진은 최대 효율을 발휘할 수 있다.

엔진 밸브는 흡기와 배기 밸브로 구성된다. 흡기 밸브는 흡입행정 시 열려서 공기 혹은 공기와 연료의 혼합 가스가 연소실 내부로 들어가도록 하고, 배기 밸브는 배기행정 시 열려서 팽창 행정 후 생성된 배기가스를 배출하는 역할을 한다. 밸브는 통상 0.02초라는 아주 짧은 시간에 열리고 닫히며, 엔진의 수명 동안 약 1억번 정도 동작한다. 밸브는 연소를 위한 공기가 오가는 통로로, 엔진 힘을 결정하는 중요한 요소다.

연속가변밸브타이밍(CVVT·Continuously Variable Valve Timing) 기술, 연속가변밸브리프트(CVVL·Continuously Variable Valve Lift) 기술, 연속가변밸브듀레이션(CVVD·Continuously Variable Valve Duration) 기술 비교 (제공=현대·기아자동차)
연속가변밸브타이밍(CVVT·Continuously Variable Valve Timing) 기술, 연속가변밸브리프트(CVVL·Continuously Variable Valve Lift) 기술, 연속가변밸브듀레이션(CVVD·Continuously Variable Valve Duration) 기술 비교 (제공=현대·기아자동차)

때문에 자동차 업체들은 100년이 넘는 기간 동안 밸브 기술을 발전시켜왔다. 그러다 밸브를 여닫는 기술에 변화를 준 것은 1992년 독일 '포르쉐'가 개발한 '연속가변밸브타이밍(CVVT·Continuously Variable Valve Timing)' 기술인 배리오캠(Vario Cam)이다. CVVT는 밸브를 언제 열어줄지를 제어하는 기술로서, 유압 혹은 모터의 힘으로 밸브가 열리는 타이밍을 조절한다. 엔진의 힘이 크게 필요하지 않은 운전상황에서는 피스톤이 공기를 압축할 때 필요한 힘(펌핑 손실)을 줄이고, 동시에 연료 분사량도 같이 줄이는 방향으로 밸브 타이밍을 제어해 연비를 획기적으로 높일 수 있다.

밸브 개폐에 대한 두 번째 혁신은 2001년 BMW에서 '밸브트로닉(Valvetronic)'이라는 이름으로 발표됐다. BMW의 밸브트로닉은 '연속가변밸브리프트(CVVL·Continuously Variable Valve Lift)' 기술로 밸브 리프트(열림양)을 제어한다. 이를 통해서 밸브의 열림 시점 뿐 아니라 열림양까지 제어 할 수 있다. 이 기술은 BMW, 토요타, 현대·기아차 등 CVVL에 대한 특허를 보유한 일부 자동차 회사만 양산이 가능하다.

현대·기아자동차 CVVD 기술이 적용된 스마트스트림 G1.6 T-GDi 시스템. (제공=현대·기아자동차)
현대·기아자동차 CVVD 기술이 적용된 스마트스트림 G1.6 T-GDi 시스템. (제공=현대·기아자동차)

기존 가변 밸브 기술은 주행 상황에 따라 밸브 열림 타이밍이나 열림량을 제어해 성능과 연비를 높여왔지만 여기엔 분명한 한계가 있었다. 엔진 성능과 연비 중 하나에 집중하거나, 아니면 양쪽을 밸런스 있게 절충해야 했다. 엔진 사이클은 △연비를 우선시하는 '아킨슨 사이클' △성능에 중점을 둔 '밀러 사이클' △절충형인 '오토 사이클'이 개발됐지만, 모두 밸브 듀레이션이 고정적이었다. 현대차는 CVVL을 개발하던 2010년 6월부터 밸브 듀레이션을 조절하는 CVVD 기술 메커니즘을 고안했고, 5년 간 선행개발, 4년 간 양산개발을 거쳐 세계 최초로 양산에 성공했다.

CVVD기술은 엔진의 4행정 과정에서 부분적으로만 가능했던 엔진 밸브 열림 시간 제어를 획기적으로 늘려주는 기술이다. 운전 상황에 따라 성능 영역이 중요할 때는 성능을, 연비 영역이 중요할 때는 연비에 유리하도록 밸브 듀레이션을 바꿔주면서 아킨슨, 오토, 밀러 사이클을 모두 구현할 수 있다. 밸브가 열리고 닫히는 시점과 깊이를 주행상황에 따라 조절해 엔진 성능과 연료소비효율(연비)을 동시에 향상시키면서 배출가스까지 줄여주는 것이 특징이다. 또 유효 압축비를 4:1~10.5:1까지 탄력적으로 조절하는 것이 가능해 가변 압축 효과까지 얻을 수 있다.

현대·기아자동차 CVVD 기술의 장점 (제공=현대·기아자동차)
현대·기아자동차 CVVD 기술의 장점 (제공=현대·기아자동차)

CVVD 엔진은 출력이 적게 필요할 때는 흡기밸브를 압축 행정의 중후반까지 열어둔다. 압축 시 발생하는 저항을 감소시키고 압축비도 낮춰 연비 개선 효과를 볼 수 있다. 가속 주행 시에는 흡기 밸브를 압축 행정 초반에 닫아 폭발에 사용되는 공기량을 최대화해 엔진 토크가 향상된다. 또 최적의 밸브 열림시간을 구현해 엔진 성능이 4% 이상, 연비의 경우 5% 이상 향상되며 배출가스는 12% 이상 저감된다.

현대·기아차는 올 하반기 출시하는 신형 쏘나타 터보에 CVVD 기술이 적용된 1.6 T-GDi 엔진을 처음으로 장착한다. 향후 신형 K5 터보, C세그먼트(준중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등 현재 1.6 T-GDi 엔진이 장착된 차량에 순차적으로 적용한다. 현재 최고출력 200마력 이상의 CVVD 기술이 적용된 G1.6 T-GDi엔진에 대한 개발도 진행하고 있다. 향후에는 CVVD 기술을 고배기량 엔진에 적용해, 전체 터보 엔진 라인업을 CVVD로 구성하는 것도 계획하고 있다.

현대차 신형 쏘나타에 적용된 스마트스트림 파워트레인. (제공=현대차)
현대차 신형 쏘나타에 적용된 스마트스트림 파워트레인. (제공=현대차)

류종은 자동차/항공 전문기자 rje312@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