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비롯한 젊은 재계 총수들이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과 만났다. 4차 산업혁명 대비부터 사업 협력, 공동 투자까지 폭넓은 사안을 논의했다. 일본 경제 보복으로 한일 관계가 악화된 가운데 양국 재계가 해결책을 도모했다는 관측도 나온다.
삼성, 현대차, LG 등 주요 그룹 총수들은 4일 오후 7시 서울 성북구 한국가구박물관에서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과 저녁 식사 회동을 가졌다. 회동에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정의선 현대자동차 수석 부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이해진 네이버 글로벌투자책임자(GIO),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가 참석했다.
이재용 부회장과 손정의 회장은 같은 차를 타고 자리에 제일 먼저 나란히 도착했다. 둘은 서울 모처에서 출발해 차를 타고 이동하는 20분간 단독 면담 시간을 가졌다.
손정의 회장은 한일 관계가 조만간 해소될 것으로 보느냐는 취재진 질문에 “정치적인 사안에 대해선 잘 모르겠다(I don't know politics)”고 답했다.
기업들이 현 상황에서 어떤 조치를 취해야하냐는 질문에도 “잘 모르겠다(I don't know)”면서 자리를 이동했다.
구광모 회장과 정의선 부회장, 김택진 대표, 이해진 네이버 GIO도 차례로 도착했다. 이재용 부회장을 비롯한 기업인 5인 모두 취재진 질문에 어떤 대답도 하지 않고 회동 장소로 들어갔다. 민감한 한일 비즈니스 문제가 엮인 만큼 말을 아꼈다는 분석이다.
이번 모임은 손 회장이 이끄는 100조원 규모 소프트뱅크비전펀드(SVF)와 관련해 한국 기업인들을 초청한 자리로 보는 시각이 우세하다. 이 부회장이 재계 구심점 역할을 맡아 젊은 기업 총수들에게 친분이 깊어온 손 회장을 소개해 준 자리이기도 하다.
회동 자리에서는 SVF와 관련한 협력 방안을 주로 논의한 것으로 전해진다. SVF는 ARM, 엔비디아 등 반도체 기업, 차량공유 업체 우버, 동남아시아 최대 차량공유 업체 그랩, 중국판 우버 디디추싱 등 모빌리티 기업까지 4차 산업 관련 혁신 기업에 투자하고 있다.
삼성, 현대차, LG, 네이버, 엔씨소프트는 반도체와 인공지능(AI), 모빌리티 등 분야에서 손 회장과 협력 파트너가 될 수 있는 기업이다. 손 회장이 기업 총수에게 투자 관련 제안을 좀 더 구체화 했을 것으로 짐작된다. 미래 기술과 혁신 산업을 주제로 이야기를 이어갔다
악화일로를 걷는 한일 상황에서 양국 대표 기업인이 만났다는 점도 의미가 높다. 이 자리에서 기업인끼리 만나 현 상황을 타계할 방안을 논의한 것으로 전해진다.
재계 관계자는 “일본의 수출 제재 직후 열린 회동인 만큼 양국 비즈니스 협력과 현 상황 타개에 집중했을 것”이라면서 “신기술 투자에의 세계적인 '큰 손'인 손정의 회장과 만남이 성사된 만큼 앞으로 국내 기업과 가시적인 협업 비즈니스가 나올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박소라기자 srpark@etnews.com,권건호 기자wingh1@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