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가전업계에서 전례가 없던 '예약제'를 데이코 쇼룸 '데이코하우스'에 도입했다. 쇼룸을 둘러보려면 사전에 방문 일정을 잡아야만 한다. 더 많은 소비자를 끌어들이기 위해 각종 편의시설을 보강하는 가전업계 흐름과 정반대 전략을 채택해 눈길을 끈다.
삼성전자는 삼성디지털프라자 메가스토어 대치점 내 데이코하우스에 예약제를 도입한 것으로 7일 확인됐다. 현재 기업간거래(B2B) 관계자를 대상으로 예약제를 운영 중이다. 일반 소비자 대상으로는 당초 예정보다 지연됐다. B2B 선 공개 일정이 끝난 연내에는 일반에 공개할 것으로 보인다. 소비자에게도 예약제를 적용한다.
삼성전자는 데이코 쇼룸 운영방침을 두고 상당기간 고심했다. 소비자들이 자유롭게 왕래하는 개방 운영과 폐쇄적 형태인 예약제를 저울질했다. '운영의 묘'를 살려 데이코 마케팅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서였다. 예약제 운영으로 럭셔리 브랜드 입지를 강화하고 입소문 마케팅 효과를 노린다.
예약제는 가전유통업계에서는 처음 시도하는 방식이다. 현재 업계 흐름은 매장을 고급화하고 편의시설을 확보, 불특정 다수 소비자를 끌어들이는데 집중하고 있다. 온라인으로 쏠리는 소비자를 오프라인 매장으로 돌려세우고, 소비자가 오프라인에서 제품을 구매하도록 유도한다. 사전 예약제는 제한된 인원만 출입하는 폐쇄 운영으로 업계 흐름과 배치된다. 다만 가구업계에서는 초고가 브랜드를 중심으로 예약제를 운영하는 사례가 있다.
삼성전자는 5월 데이코하우스를 B2B 거래선에 먼저 공개했다. 6월에는 일반에도 공개할 예정이었지만, B2B 예약이 몰리면서 일정이 미뤄졌다. 인테리어 업계 관심이 특히 크다는 게 업계 관계자 전언이다.
삼성전자 측은 “B2B 방문 예약 일정은 이미 수개월치가 가득 찼다. 연내에는 소비자들에게 쇼룸을 공개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면서 “기존 가전 쇼룸과는 다른 럭셔리 쇼룸으로, 방문객에게는 전문 가이드가 동행해 쇼룸 배치 제품을 하나하나 상세하게 설명한다”고 강조했다.
데이코하우스 흥행에 따라 예약제가 가전유통업계에 전면적으로 도입될지 주목된다. 삼성전자가 선례를 만든 만큼 예약제가 업계 새로운 럭셔리 전략으로 활용될 여지가 있다.
업계 관계자는 “데이코와 협업한 해외 고급 가구 브랜드의 프리미엄 전략이 데이코하우스 사전 예약제 도입에 영향을 끼친 것으로 안다”면서 “업계 상식과는 반대되는 전략이지만 삼성전자가 이를 처음 시도한 만큼, 가전업계와 유통업계에서도 예약제 운영을 고려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영호기자 youngtige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