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들에게 졸업하기 전 꼭 창업하라고 이야기합니다. 학생이 창업하면 공간, 실험장비, 자문 등 모든 것이 무료입니다. 휴학을 해서라도 창업한 뒤 경험을 쌓으라고 설득합니다. 졸업 한 뒤 창업하면 모든 것이 돈 아닙니까.”
서울시 노원구 서울과학기술대 본관에서 만난 김종호 총장은 '창업전도사' 역할을 자처한다고 밝혔다. 김 총장은 “우리 학생에게 기술을 바탕으로 창업을 시도하라고 설득한다”며 “창업을 한 번이라도 경험하면 졸업 후 취업을 할지 창업을 할지 자기 적성에 맞는 진로를 정확하게 잡을 수 있다”고 말했다. 김 총장은 서울과기대는 창업 선도대학으로 창업의 A부터 Z까지 모든 것을 지원하는 아주 좋은 환경이라고 덧붙였다.
2015년 말 취임한 이후로 김 총장은 서울과기대 경쟁력을 한층 높였다. 서울과기대는 QS 대학평가 순위 3%대에 진입했고, 교육부 자율개선대학에 선정됐다. 김 총장으로부터 창업, 산학협력, 인공지능(AI) 인재 양성, 대학의 위기 극복 방안 등에 관한 의견을 들었다. 다음은 일문일답.
-서울과기대는 창업과 산학협력 분야가 강하다. 창업 활성화 정책을 소개해달라.
▲서울과기대는 아이디어를 시제품까지 만들 수 있는 창업 전 과정을 지원하는 '핏스톤(Fit-stone)'이라는 모델을 사용하고 있다.
먼저 창업기반을 구축하는 정책으로 창업에 관심 있는 서울과기대 모든 학생에게 기업가의 사회적 책임과 공헌을 가르치는 창업연계전공(복수전공·부전공)을 통해 창업 아이디어를 개발할 수 있도록 한다. 창업문화를 대학 내 널리 확산하기 위해 창업동아리 프로그램(동아리 30개), 창업경진대회(연간 2회), 청년창업 한마당 투어, 창업캠프, 글로벌 프로그램 참여, 티우미스쿨(지역 중, 고등학교 대상 기업가정신 확산 프로그램), 서울테크 창업 마일리지 장학제도 등을 운영한다. 시제품 제작 지원, 사업계획성 작성 실무지원, 창업보육센터와 기술지주회사를 통한 창업 맞춤형 지원도 한다. 사업 전주기를 지원할 수 있는 체계적인 핏스톤 창업지원 모델을 통해 기업가를 배출하는데 힘쓴다.
학생 성향에 맞춘 창업 전용 건물 '창조융합연구동(가칭)'도 짓고 있다. 그 중 3개 층은 요즘 학생 성향에 맞춰 소통할 수 있는 공간으로 구성했다. 학생이 자유롭게 '떠들 수 있는' 공간에서 좋은 아이디어가 많이 나온다고 판단했다. 요즘 세대는 과거와 달리 혼자 공부한 뒤 성과를 내는 스타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학생은 소통을 통해 효율적으로 역량을 분배하고, 좋은 아이디어를 도출해낸다.
스탠포드 등 미국 대학생 중에는 구글, 아마존에 버금가는 기업을 나도 만들어 보겠다는 도전정신을 가진 이가 많다. 반면 우리나라 학생은 대부분 안정적인 기업에 입사하려고 한다. 국내 학생도 도전적으로 바뀌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 실패해도 리스크가 적은 대학생 시절에 창업에 대한 경험을 쌓을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는 것이 학교의 역할이다.
-AI인재 양성을 위한 정책은 무엇인가.
▲4차 산업혁명 시대는 개개인의 다양한 요구를 수용하기 위한 빅데이터 처리와 인공지능(AI) 기술이 필수적이다. 관련 기술의 근본은 창의, 융합적 사고 능력과 이를 구현할 수 있는 실천 능력이다.
전공 관계없이 수강 가능한 연계과정의 교육 프로그램에 AI 관련 과정을 올해 개설할 계획이다. 지금까지는 AI 관련 교과목이 컴퓨터 공학, 산업공학, 정보통신 분야 학과에 개설됐다. 앞으로는 4학년 캡스톤디자인 교과목을 수행하는 과정에서 점차로 C언어와 파이썬 언어를 사용한 창의 작품이 많이 나오도록 할 계획이다.
서울과기대는 '창의적·논리적 사고' 및 '컴퓨테이셔널 씽킹(Computational Thinking)' 교과목을 교양필수로 정했다. 인문, 조형대학을 포함한 모든 신입생이 이들 과목을 반드시 이수하도록 했다. 이를 통해 학생이 알고리즘적 사고 능력과 함께 프로그래밍·컴퓨터 활용능력을 배양하도록 유도하고 있다.
학제 간 융합 교육과정, 전학기 설계기반 학습 캡스톤 디자인 교육과정과 문제기반학습(Problem based learning), TBL등의 스마트 교수법을 도입·운영하고 있다. 학교 행정업무 처리 시스템으로 AI 기반 챗봇 시스템 구축을 계획 중이다.
AI는 다양한 분야에 적용된다. 대학도 AI 중 어떤 부분에 집중할지 고민해야 한다. AI 관련 기술은 크게 프로그램 개발자, 응용기술자 그리고 마케팅과 서비스 분야로 구분할 수 있다. 서울과기대는 응용 중심의 과학기술 특성화 대학으로서 고급 응용 기술자를 양성하는데 주력할 계획이다.
-산학협력의 지향점과 주요 성과에는 어떤 것이 있는가.
▲산학협력의 지향점은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요구되는 융합기술 중심의 스마트 ICT, 스마트 바이오그린, 스마트 머신 3개 분야를 특성분야로 설정했다. 이를 통해 학문간 융합, 창의 인재 육성이라는 교육 트렌드 및 정책에 부합하는 연구를 하고, 기업맞춤형 인재를 양성하는 것이 학교의 목표다.
교수, 학생, 기업체 직원이 함께 기술 개발 및 연구를 하는 환경 조성이 산학협력에 있어서 가장 중요하다. 이를 위해 우리 대학은 캠퍼스 내에 서울시가 600억원, 학교가 100억원을 출연하여 테크노파크를 유치했다. 70여개 업체가 입주해 산학협력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산학협력으로 스마트 캠퍼스 환경을 구축한다. 학교 빌딩의 에너지 소비를 최소화하기 위한 스마트 그리드 기술 적용, 풍력과 태양광에 의한 신재생에너지 활용 극대화, 에너지 저장장치(ESS)와 전기 충전소 설치, 자율 주행차 시범 운영을 이달 중순부터 시작한다. 이를 위해 10여개 기업이 학내에 입주한다. 그야말로 산학협력의 현장이 만들어진다.
연구시설 확충을 위해 최근 산학연구의 중심 기지인 테크노큐브동을 신축했다. 현재 중소벤처기업부 총괄 산학연협력기술개발사업인 '연구마을사업'에 참여하고 있는 중소기업 20개가 입주했다. 이들 기업은 산학연계를 통한 연구를 활발히 수행 중이다.
지난해 대학 기술지주회사 설립을 시작으로 올해 제1호 자회사 스탠스를 설립했다. 향후 일자리 창출과 학교 재정확보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한다.
-등록금은 10년째 동결됐고, 학령인구는 감소하고 있다. 대학이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방안은 무엇인가.
▲이미 도래한 학령인구 감소에 따른 대학정원 역전현상은 대학재정 건전성에 큰 위협 요인이다. 서울과기대가 올해 교육비 원가분석을 해본 결과 교육부의 일부 재정지원사업이 없다면 우리 대학에 이미 재정적자 요인이 발생한 것으로 파악됐다.
우수 학생을 유치하기 위해 학교의 위상과 평판도를 국내외적으로 계속 높여야 한다. 졸업생의 만족도가 높아지도록 사회수요에 맞는 교육과정 개편과 교육내용의 질적 제고, 교수방법 개선 등을 통해 취업의 질과 양의 향상을 유도해야 한다.
대학 자체적으로도 개발도상국에 대한 이중학위제 등 교육과정 수출과 최근의 한류문화 분위기를 활용한 외국인 어학생 및 유학생 유치 등 재정수입확대 노력이 필요하다. 이와 병행해 대학의 자체 중장기 발전계획과 연계된 예산편성제도 도입 및 사업별 실행계획을 수립해서 중복 예산을 배제하고 사업성과 분석을 통해 예산집행의 효율성을 증진해야 한다.
각 대학이 타 대학과는 차별화된 특화 교육 및 연구 분야를 발굴하여 집중 지원함으로써 재정운영의 효율성을 높이는 것도 중요하다. 우리나라의 모든 대학이 똑같은 학과 및 교육과정을 운영하는 것은 국가적으로도 인력양성과 교육재정운영의 효율성이 떨어지는 요인이다.
-대학 교육에서 중요시하는 부분은 무엇인가.
▲서울과기대는 공학과 디자인에 강점을 지녔다. 4차 산업혁명에 따른 새로운 학문분야로서 ICT, BT, 국방방호 등 미래 핵심기술과 관련된 연구 분야를 선제적으로 발굴, 육성할 계획이다.
가장 중요하고, 근본적인 답은 '교육'이다. 신입생이 서울과기대를 졸업할 때는 입학 전보다 훨씬 더 발전된 인재가 되도록 교육하는 것이 중요하다.
교과 과정을 잘 가르치는 것도 필요하지만 의사소통 능력, 타인 배려 등 인성 교육도 빼놓을 수 없는 부분이다. 그래서 서울과기대는 팀과제를 많이 내준다. 팀을 통해 협동정신을 배울 수 있다. 서울과기대 졸업생 한명 한명이 우리 학교의 평판을 만들어나간다. 대학과 학생이 함께 발전한다는 생각으로 학생을 교육하고 있다.
전지연기자 now21@etnews.com
사진=이동근기자 foto@etnews.com
○김종호 총장은…
김종호 총장은 공학교육 전문가로 불린다. 서울과기대에서 교무처장, 기획처장, 공과대학장, 공학교육혁신센터장 등을 수행하면서 공학교육 혁신 기반을 구축했다.
2015년 11월 총장으로 취임했다. 대학내 행정시스템, 교육지원시스템, 연구환경 조성 등 내실화를 위한 다양한 정책을 추진했다. 서울과기대는 전통산업 중심의 교육시스템에서 탈피해 과학기술을 기반으로 하는 '연구중심대학'으로 자리매김했다.
김 총장은 전국 85개 대학이 참여하는 한국공학교육인증원 원장도 역임했다.
김 총장은 한국금형공업협동조합과 함께 금형용어를 KS규격으로 표준화한 고등학생용 국정교과서 교재 '금형설계'를 집필했다. 대부분 일어, 영어였던 금형 용어를 표준화된 한글 용어로 바꿨다.
김 총장은 서울대 기계공학과를 졸업하고, KAIST에서 기계공학 석사학위와 박사학위를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