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면전차 '트램'이 미래 대중교통수단으로 떠오르고 있다. 노인과 어린이 등 교통약자에게 편리하고 원도심과 대중교통 활성화를 위한 해법으로 주목받고 있다.
최근 미세먼지 등 심각한 대기오염 문제를 비롯해 매년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있는 도심 내 자동차로 인한 대중교통수단 혁신 요구가 트램 도입의 긍정적 요인으로 작용했다.
정부는 도시철도법, 철도안전법, 도로교통법 등 이른바 트램3법 개정을 마무리하며 본격적인 운행을 위한 법적 조치도 마쳤다. 트램 관련 국내 기술도 상당한 수준이다.
차량 위 전차선을 통해 전력을 공급하는 유럽 대도시와 달리 국내 도입 예정인 트램은 배터리를 탑재한 무가선으로 운영될 예정이다.
1968년 국내 운행이 중단된 트램에 대해 부정적인 시각도 만만치 않다. 가뜩이나 비좁은 도로에 트램이 두 개 차로를 사용하면 교통체증을 불 보듯 뻔하다는 것이다. 안전도 아직 담보할 수 없어 사고가 나면 자칫 대형 인명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이런 우려도 커지만 트램은 지자체 도입 경쟁으로 생각보다 빨리 우리 생활 속으로 스며들 전망이다. 트램 도입을 앞두고 국내 기술현황을 살펴보고 지자체 건설 계획을 짚어보고자 한다.
◇국내 트램 기술 수준
현재 세계 약 400개 도시에서 2300여개 트램 노선이 운행 중이지만 아직 국내는 상용화 노선이 없다. 유럽 등 선진국은 오래 전부터 관련 산업이 형성됐다. 1990년대부터 신형 트램 도입이 증가하면서 기술도 크게 앞선다.
한국철도기술연구원은 지난 2009년 12월부터 2017년 1월까지 국토교통부 국가연구개발사업으로 무가선 저상트램 시스템(차량, 궤도, 신호, 법제도) 개발을 완료했다.
공동연구기관인 현대로템이 개발기술을 이용해 2014년 터키 이즈미르 38편성, 2015년 터키 안탈리아 18편성, 올해 폴란드 바르샤바 123편성 수출계약도 맺었다.
해외 수출을 통해 국내 트램 관련 기술력이 선진국과 비교해도 상당한 수준에 이르렀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기존 트램은 전차·전기기관차 집전장치인 팬터그래프가 차량 위 전차선(OCS)을 통해 전력을 공급하는 방식이다. 하지만 도심을 운행하는 트램에 이 시스템을 적용하면 누설전류나 전차선 접촉으로 인한 보행자 안전문제를 유발하고 도시 미관도 해칠 수 있다. 또 약 1.5㎞ 간격으로 노선 중간에 건설해야하는 변전소는 협소한 도시공간에 만만찮은 비용을 발생시키고 민원 발생 우려가 크다.
이런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철도연구원은 전차선 없이 주행 가능한 무가선 트램에 대한 다양한 기술을 개발해왔다.
무가선 트램 기술은 지상전력공급시스템(GLPS, 접촉급전·무접촉급전방식)과 차량에너지 저장시스템(OESS, 배터리·슈퍼커패시터방식)으로 구분할 수 있다.
국내 도입 예정인 무가선 트램 전력공급 방식은 배터리다. 철도연은 무가선 저상트램 시스템 개발 1단계 사업을 통해 1회 충전 시 25㎞ 주행이 가능한 내장형 배터리 시스템을 개발했다.
매립형궤도도 개발해 충북 한국철도기술연구원 오송기지에 1㎞ 시험선로를 구축, 시험주행에 성공했다.
이어진 2단계 무가선 저상트램 실용화 사업을 통해서는 6만㎞ 주행을 달성하며 신뢰성을 확보했고, 최고설계속도 70㎞/h를 기록했다. 1회 충전 시 35㎞ 주행이 가능한 세계 최고 전지(196㎾h)를 탑재하며 배터리 성능도 개선했다. 배터리 수명도 기존 2.5년에서 5년까지 늘었다.
현재는 47톤 차량에 3~4톤가량 배터리를 장착하면 45㎞까지 주행이 가능한 수준까지 성능을 끌어 올렸다. 급속시공 궤도, 저진동 궤도, 매립형 분기기도 개발해 시험선에 적용했다.
◇2022년 부산 시범노선 상용운전 토대 마련
철도연은 '무가선 저상트램 실증' 연구개발과제 공모를 통해 부산시를 최종 시범사업 대상지로 선정했다. 부산시는 2022년까지 트램 실증노선 1.9㎞, 정거장 5개, 차량기지 등을 건설한다. 오륙도선을 시작으로 4개 트램선도 추가 확충할 예정이다. 이 트램은 5량의 객차가 칸막이 없이 연결돼 있으며 한 번에 승객 300명을 실어 나를 수 있다.
시범노선 운행을 통해 그동안 개발한 기술을 검증하고 안전성을 확보하게 된다. 무엇보다 앞으로 도입 예정인 도시 트램 상용운전의 토대가 될 전망이다.
이와 별도로 철도연 내부 연구예산을 활용해 무가선 트램 자율주행 기능 구현과 능동안전기술 개발을 위한 연구개발도 동시에 진행한다.
곽재호 한국철도기술연구원 트램국책연구단장은 “대기환경이나 도시재생 등 문제가 불거질수록 트램 도입 필요성은 높아지고 있으며 운행에 필요한 국내 기술개발도 국가 주도로 이뤄지면서 이미 상당한 수준에 올라와 있다”면서 “다만 기술이나 행정적인 부분에서 경험이 없다는 부분이 우려되는 만큼 시범노선 운영으로 노하우를 쌓아 무가선 저상트램의 성공적인 실용화를 이끌어 내겠다”고 말했다.
대전=양승민기자 sm104y@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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