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가만났습니다]최재호 무학 회장"창립 90주년 맞아 새도약...국내 넘어 세계시장 도전"

[데스크가만났습니다]최재호 무학 회장"창립 90주년 맞아 새도약...국내 넘어 세계시장 도전"

무학은 지난 90년간 서민들 애환과 시름을 달래며 지역 공동체로 성장한 대표적 향토기업이다. 한 세기 가까운 기간 동안 갖은 풍파를 겪었지만 무학은 치열하게 경쟁하고 발빠르게 변하는 소주 시장에서 전국 3위 업체로 자리매김 했다.

그 중심에는 최재호 무학 회장이 있다. 최 회장은 1995년 25도로 고정된 소주시장에 23도 저도주 '화이트'를 출시하면서 국내 소주 시장에 새바람을 몰고 왔다. 또 투명한 소주병 일색이던 시절 처음으로 녹색병을 도입했으며 오프너로 따는 병마개 대신 손으로 돌려 따는 방식을 채택하는 등 소주업계에서 파격적 행보로 주목받았다.

이후 2006년에는 16.9도 '좋은데이'를 출시하며 국내 소주업계에 초저도 소주 시장을 개척했다. 좋은데이는 부산·울산 소주 시장 75%를 장악하며 현재 부산·울산·경남을 아우르는 대표 소주로 자리매김했다. 좋은데이 '컬러시리즈'를 출시하며 과일 리큐르 열풍을 이끌어 냈고 '좋은데이'를 성공적으로 시장에 안착시킨 뒤 최 회장은 2013년 3월 대표이사 자리에서 물러났다. 이후 지역 사회공헌 활동과 미래 먹거리 발굴에 집중했지만 2016년 7월 경영에 복귀했다.

경영복귀 후 최 회장은 실적을 개선하고 과감한 투자를 단행하는 등 무학의 변화를 주도하고 있다. 올해는 창립 90주년을 맞아 국내 최초로 당을 첨가하지 않은 소주 '딱좋은데이'를 선보이면서 또 다른 변화를 맞이하고 있다.

최 회장은 2020년 국내 시장 안정화를 이룬 뒤 소주 세계화와 해외 시장 공략에 박차를 가하는 등 '글로벌 주류기업'으로 성장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 이와 함께 2029년 100년 기업으로서 당당히 자리매김한다는 목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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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담=김승규 전자자동차유통부장

-창립 90주년을 맞은 소회를 밝힌다면.

▲자부심과 함께 두려움이 공존한다. 이와 함께 새로운 100년을 준비해야 되는 책임감도 크다. 무학의 역사는 한 세기에 가깝다. 1929년 소주와 청주를 생산하던 소화주류공업사로 출발해 1965년 현 명예회장이신 최위승 회장이 인수한 후 '무학양조장'으로 상호를 변경하면서 '무학'이라는 이름을 쓰기 시작했다. 오랜 기간이 지나며 무학을 제외한 타 주류회사는 모두 경영자 집안이 바꼈다. 대를 이어가지 않는 기업들은 부담이 덜하다. 반대로 대를 이어 가는 것은 돈을 많이 준다고 해도 쉽게 빠져나가지 못하는 숙명이다. 숙명적인 사업 이끌어가야 한다. 그러한 숙명이 기존 다른 기업과 비교해 굉장한 부담감으로도 작용한다.

무학은 90년간 갖은 시련을 이겨내 온 장수 주류기업이고, 주류사업을 가장 오래 근무한 경영자와 임직원이 한마음으로 이겨내 왔기 때문에 지금이 있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2020년까지 주류시장 점유율 15%를 달성하는 것을 목표로 열심히 노력했고 또 더 나아갈 것이다. 시간이 좀 걸릴지 모르지만 뼈를 묻는다는 각오로 반드시 이룰 수 있다고 확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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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년간 경영하며 기억에 남는 점은.

▲환경 변화에 대한 자극이다. 이것에서 성공과 실패가 비롯된다 생각한다. 과거 자사주 50% 제도가 폐지되며 제한경쟁에서 완전경쟁으로 바꼈다. 당시 몇몇 업체는 회사를 매각했고, 다른 업체는 버티다 매각했지만 무학은 현재까지 버티고 있다. 다만 우리는 무학을 버리고 '화이트소주'를 만들었다. 완전경쟁 시대에 변하지 않으면 안되겠다는 절실함에 25도 벽을 깨고 23도 소주를 개발했다. 새로운 환경을 맞아 변화를 선택해 좋은 소비자 반응을 얻었던 것이 기억에 남는다.

부채를 '제로'로 만든 것도 기억에 남는 부분이다. 외환위기(IMF) 당시 보증을 서며 부도가 나 워크아웃을 경험했다. 당시 영업만 열심히 하면 기업이 잘 된다는 생각했지만 재무적으로 튼튼하지 않으면 언제든지 무너질 수 있구나라는 교훈을 얻었다. 때문에 이후 빚이 없는 회사를 만들어야겠다 다짐했다. 2002년 부채를 제로로 만들었고 이후 투자에 매진했다.

2006년도 23도 화이트소주에서 16.9도 '좋은데이'를 출시한 해라 기억에 남는 해다. 당시 소주업계는 경쟁사들의 경영주들이 바뀌는 변화를 맞이하는 시기였다. 살아남기 위한 변화, 즉 제 3의 창업이 필요했던 시기다. 초저도주 '좋은데이'로 부산 시장 공략에 나섰고 2015년 수도권 공약을 시작했다. 환경에 따라 대응하고 변화해온 것들이 기억에 남는다.

-소주값 동결 배경은 무엇인가.

▲무학은 지역 공동체로서 하나 된 지역향토기업이다. 전국으로 나아가는 경쟁력을 갖추는 것은 기업 내의 일이지만 지역민과 함께 성장해온 지난날을 잊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다. 가격을 많이 올리면 기업이야 좋다. 하지만 큰 그림으로 이윤창출적인 측면에서 볼때 시장이 있어야 상품이 있다. 현재 소주 시장은 청탁금지법(김영란법), 미투문화로 회식 자제 등 다양한 이유로 2~3년간 산업이 급격하게 줄어들고 있다. 이런 상황에 가격을 올리는 것은 시장을 줄이는 주요 원인이 될 것이라 판단했다. 시장이 없는데 상품을 아무리 잘 만들면 뭐하나. 경쟁사 인상에 따른 외압이 많지만 미래 시장을 지키기 위한 나의 결단이고 기업의 의무라 생각한다. 무학은 고객을 통해 살아왔다. 회장으로서 월급과 배당을 안받는 일이 있더라도 지켜나갈 것이다. 어려울 때 함께 동참해주는 것이 기업의 도리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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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경남 지역 점유율이 빠지고 있는 상황이다.

▲무학의 역사는 경쟁의 역사다. 1996년 1도 1사 자도주보호법 폐지 후 대기업의 지역소주 시장 공세에도 첫 브랜드 네임 소주 '화이트'라는 신제품 출시로 대기업과의 경쟁에서 이겨냈고, 2006년 출시한 '16.9도 좋은데이'도 시장개척에서 수많은 경쟁을 이겨냈다. 이런 경쟁 과정에서 우리는 좋은 상품으로 꾸준하게 고객을 설득하고 고객에게 감동을 줘 마음을 얻을 수 있는 품질개발과 생산시설 고도화를 지속했다.

무학은 여러 기업들 중 지역에 본사를 두고 있는 몇 안 되는 향토기업이다. 하지만 지방 시장만을 가지고는 장기적 성장을 가져갈 수 없다. 국내 최대 시장인 수도권을 가져와야 살아갈 수 있다. 미래를 위해 수도권 시장 공략에 박차를 가했다. 현재는 과투자이며 리스크가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생존을 위해 힘들지만 수도권 시장을 계속해서 공략해야 한다. 최근 지방 시장에서 밀린 부분은 인정한다. 회장직에서 잠시 물러났던 시기라 개의치 않는다. 경영 복귀 후 나아지고 있는 상황이다. 올 연말이나 내년까지 원상복귀를 자신한다.

-식음료 등 타 업종 진출 계획은.

▲무학은 항상 고객 입장에서 트렌드 변화 및 소비자 요구를 지켜보고 생각하고 행동한다. 무학은 주세법 개정안, 경쟁 주류업체들의 견제 등 급변하는 환경 속에서 동남권 소주 시장 안정화와 전국 진출에 집중하고 있다. 신규 사업은 시장성 등을 심도 있게 검토 후 추진하고 있다. 다양한 브랜드와 주종에 대해서 검토하며 시장 흐름에 맞춰 결정할 예정이지만 변신할 생각은 언제든 있다. 신사업에 대한 지식과 지혜는 있었다. 하지만 경영을 시작한지 30년이 넘었고 현재 나이 60세를 넘은 상황이다. 회사가 100년 기업을 앞두고 있는 상황에서 내가 신사업을 주도할 수 없다. '새 술은 새 부대에 담아야 한다'라는 말이 있듯이. 새로운 100년은 새로운 사람이 해야 한다. 나는 새로운 시대를 여는데 밑거름 역할을 해야 한다. 이를 위해 '올바른 틀'을 만들기 위한 노력들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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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력 브랜드 '좋은데이'에 대한 견해는.

▲'좋은데이' 브랜드가 주는 어감이 너무 좋다고 생각한다. '좋은데이'를 버릴 수 없는 지경까지 왔다. 항상 변화를 해야 하는 기업 입장에서는 원치도 않는 상반된 교차점에 도달한 것이다. 하지만 이번에 '딱좋은데이'로 변화를 줬다. '딱좋은데이'는 과당이 첨가되지 않은 최초의 소주다. 과당이 들어가있지 않아 단맛이 없고 씁쓸한 맛이 나지만 효소가 들어 있어 특유의 단맛과 깔끔한 맛이 나는 것이 특징이다. 이러한 효소 용법은 1년간 독점 계약을 맺었다. 시간은 경쟁에 있어 매우 중요한 요소다.

-기타 밝히실 부분이나 강조하실 부분이 있다면.

▲2020년이 되면 현재 규모의 배를 가져야 한다는 목표를 두고 전진 중이다. 매출, 규모, 이익도 모든 면에서 배가 돼야 한다. 지금의 무학이 크다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이는 무학의 장기적인 목표에 비하면 부족하다. 특히 무학은 글로벌기업을 목표로 나아가고 있는 상황이다. 목표 달성을 위해선 지역 주류시장 내에서 안정화된 기반을 중심으로 수도권 시장을 진입을 넘어 세계시장에 대한민국의 우수한 주류제품을 제공해 국익에 도움이 되는 무학으로 자리매김하고자 한다.

우리가 일을 함에 있어서 항상 앞으로 나가자는 생각은 우리의 희망이다. 2020년 목표달성을 위해 지역 주류시장에서의 신뢰와 믿음은 불가피한 사항이며 고객 여러분의 무한한 애정과 관심이 필요한 만큼 다양한 도움을 부탁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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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재호 회장은...

최 회장은 1960년 무학 창업주 최위성 명예회장 둘째 아들로 태어났다. 경남대학교 경영학과, 일본 토카이대학교 대학원, 창원대 경영대학원을 졸업했다. ROTC 20기로 육군 소위에 임관했고 특전여단에서 중위로 전역했다. 이후 1988년 1월 기획실장으로 입사한 뒤 1994년 대표이사 사장, 2008년 무학그룹 회장에 올랐다.

경영활동 외 후학 양성에도 힘썼다. 1997년 창신대학교 경영학과 겸임교수를 시작으로 창원대학교 경상대학 경영학과 겸임부교수를 지냈으며 현재는 가야대학교 석좌교수를 역임하고 있고 경남대학교 총동창회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주요 경력으로는 2002년 1월~2010년 7월 마산시 육상경기 연맹회장, 2002년 2월~2011년 2월 경상남도 사회복지협의회 회장, 2007년~2011년 5월 경상남도 자원봉사센터 이사장, 2009년 6월~2011년 5월 한국자원봉사센터 이사, 2007년 5월~현재 경상남도 장애인 고용대책위원회 위원장 등을 역임했다.

1995년과 1998년 노동부장관 표창을 수상했으며 2001년 재경부장관 및 부총리, 2005년 국무총리, 2008년 대통령, 2012년 고용노동부 장관 등 다양한 표창을 받은 바 있다.

이외에도 2004년 마산상공회의소 상공대상, 2010년 한국마케팅 CEO 대상, 2014년 대한민국 주류(소주 부문) 대상, 2015년 제11회 투명경영대상 우수상, 2017년 경남메세나대회 대상, 2018년 서울대학교 경영대학원 최고경영자과정(AMP) 대상 등을 수여했다.

정리=이주현 유통 전문기자 jhjh13@etbews.com

사진=박지호기자 jihopress@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