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일감정 격화→위기의 유니클로...토종 패션업체 기회될까

일본 정부의 수출규제 사태로 반일감정이 격화되면서 일본 브랜드가 지배한 국내 SPA(제조·유통 일괄) 시장에도 적잖은 변화가 예고된다. 유니클로·무인양품 등 일본 SPA에 대한 불매운동 조짐이 일면서 그간 억눌려왔던 토종 패션업체에겐 기회로 작용할 것이라는 기대다.

지난 2005년 한국에 들어온 유니클로는 한국 SPA 시장에 절대강자다. 무려 30%대의 점유율을 차지하며 국내 패션산업의 판도를 뒤흔드는 존재가 됐다.

반일감정 격화→위기의 유니클로...토종 패션업체 기회될까

유니클로를 운영하는 FRL코리아의 2018년(회계연도 기준) 매출은 1조3732억원, 영업이익은 2344억원에 달한다. 토종 SPA브랜드 중 1위인 이랜드 스파오 매출이 3200억원인 점을 감안하면 독보적 위치다. 국내 SPA 브랜드(스파오·탑텐·에잇세컨즈)의 매출을 전부 다해도 7000억원대로 유니클로의 절반에 불과하다.

라이프스타일 시장도 일본기업의 성장세가 매섭다. 일본 생활용품 브랜드 무인양품(MUJI)의 지난해 매출은 1378억원으로 전년대비 25.8% 증가했다. 2003년 국내에 진출한 이후 사상 최대 실적을 냈다. 매장수를 34개로 키우며 2014년 479억원이었던 몸집이 4년만에 3배가 됐다.

그러나 최근 일본 정부의 경제보복으로 양국 관계가 냉각되면서 시장 판도에도 미묘한 기류의 변화가 포착됐다. 온라인상에는 '일본 제품 불매 리스트'에 포함된 유니클로·무인양품 등에 대한 구매를 자제할 것을 독려하는 취지의 글이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과 교수는 “이번 불매운동의 지속가능성에 대해서는 추이를 지켜봐야 하지만 유니클로에 밀렸던 국내 기업들에겐 긍정적인 모멘텀이 생긴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국내 기업들은 절치부심이다. 스파오는 올해 매출을 3500억원까지 끌어올린다는 목표다. 2022년까지 연매출 1조원을 달성해 유니클로와 맞불을 놓겠다는 청사진도 세웠다.

이랜드 스파오(SPAO) 매장
이랜드 스파오(SPAO) 매장

스파오는 해외 생산기지에 수직 계열화된 SPA 시스템을 구축해 급변하는 패션시장에서 고객 니즈를 즉각 반영한다. 업종을 가리지 않는 다양한 컬래버레이션 작업도 강점으로 꼽힌다.

신성통상 탑텐도 올해 연매출 2800억원을 기대하고 있다. 상대적으로 단가가 낮은 상반기에만 120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전년 동기대비 무려 45%나 증가한 수치다.

2012년 후발주자로 시작했지만 공격적인 할인 마케팅으로 저가형 SPA 시장에서 굳건한 입지를 구축했다. 2020년엔 연매출 3500억원을 달성해 해외 SPA 브랜드를 견제하겠다는 의지다.

삼성물산 패션부문의 에잇세컨즈도 운영 효율화를 통해 긴 부진에서 벗어나 재도약에 나선다는 각오다. 지난해에는 적자가 누적된 중국 직영점을 폐점하며 사업 효율화에 속도를 냈다.

한국패션산업협회 관계자는 “이미 국내 SPA시장이 포화로 접어든 상태에서 유니클로 역시 과거와 같은 급성장은 어려울 전망”이라며 “단순히 반일감정에 기대기보단 자체적인 생산 기술력과 품질 향상 등의 자구책이 선행돼야 한다”고 조언했다.

박준호기자 junh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