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우주개발 산업은 변화의 연속이다. 미국, 중국, 일본, 인도, 유럽 등 우주 기술 강국이 앞다퉈 달 탐사·기지 건설, 화성 유인 탐사 등 우주개발에 나서 성과를 내고 있다. 산업 분야는 첨단 정보통신기술과의 융합으로 규모를 더하고 있다. 미국, 유럽을 중심으로 '우주산업=정부주도'라는 공식이 깨지고 있다. 스페이스X, 영국의 버진갤럭틱을 비롯해 세계 각국에서 민간 업체 활약이 돋보인다.
각국이 우주 산업에 도적 적으로 나서는 것은 새로운 성장동력으로써 가치가 충분하기 때문이다. 세계 우주산업 시장 규모는 2010년 2765억 달러에서 2016년 기준 3391억 달러로 약 23% 증가했으며, 미국 투자은행 모건스탠리는 우주산업 시장이 2040년 1조1000억 달러까지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위성 서비스 산업, 네트워크 장비 등을 포함하는 지상장비 산업을 필두로 위성, 발사체 제조 분야에 스타트업까지 등장하며 변화를 주도하고 있다.
반면 우리나라는 우주 산업 부문에선 좀처럼 세계 흐름을 따르지 못하고 있다.
정부가 연구개발(R&D) 중심으로 산업을 육성하지만 예산부터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우리나라 우주 관련 예산은 올해 기준 5813억원으로 선진국 대비 미흡하다. 우주 탐사 예산은 우리가 위성 기술을 전수한 UAE의 30% 수준에 불과하다.
국가 R&D 예산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매년 3% 내외로 다른 연구에 비해 홀대받고 있다는 인상이 역력하다. 1992년 국내 최초 인공위성 우리별 1호 발사를 시작으로 나로호와 누리호 개발 등 성과를 올렸지만 달 궤도선 발사 사업 등 정부 주도 대형 사업은 교착에 빠졌다.
산업계는 산업생태계가 착근하지 못한 시장 상황을 더 심각하게 받아들인다. 정부주도, 정부예산 기반의 시장으로는 다양한 사업 기회를 엿보는 세계 추세를 따라잡을 수 없다는 우려가 따른다.
김병진 쎄트렉아이 연구소장은 “최근 우주산업 트렌드는 정부와 민간의 융합과 활용중심으로 변하고 있다”면서 “민간투자, 민관협력 모델을 발굴하고 확대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 소장은 “우주산업이 비용이 많이 들고 발기간이 길다는 편견도 깨야 한다”면서 “빠른 시장 대응이 가능하고 투자비용도 조기에 회수 할 수 있는 사업을 개발하면서 활성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안재명 KAIST 항공우주공학과 교수는 “우주산업, 시장이 급속히 변화하고 있고 기술선도국은 신속하게 대응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위기와 기회를 동시에 맞았다”면서 업계 관심과 정부 지원을 당부했다.
안 교수는 “적기를 놓치고 흐름을 따라가지 못할 수 있는 위험이 있지만 우주 탐사 분야도 경제성을 중시하고 국가 간 협력 사례가 늘고 있어 우리나라도 좋은 아이디어로 기회를 살릴 수 있다”고 전망했다.
최호 정책기자 snoop@etnews.com
-
최호 기자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