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반도체·디스플레이 핵심 소재의 대 한국 수출 규제 조치 이후 우리 경제 상황이 악화일로를 치닫고 있다. 지난 8일 증시가 폭락한 데 이어 9일에도 부진을 면치 못했다. 여기에 모건스탠리는 올해 우리나라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2% 아래로 내렸다. 한-일 경제 전쟁 여파가 간단치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반영됐다.
실제 기업들의 우려도 심각하다. 중소기업중앙회 조사에 따르면 이번 일본 정부의 조치가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응답한 비중은 60%에 달했다. 다소 긍정적이라고 응답한 비율은 5%에 불과했다. 일본의 수출 제한 조치가 지속될 경우 감내할 수 있는 최대 기간은 3개월에서 6개월 이내라는 응답이 30%에 달했다. 3개월 이내라고 응답한 기업도 비슷한 수준이다.
더 큰 문제는 기업 차원의 대응책이 마땅치 않다는 것이다. 응답 기업의 47%는 '대응책이 없다'고 답했다. 정부 차원에서 외교적 협상을 통한 원만한 해결이 가장 필요하다고 응답한 배경이다.
양국 정부가 12일 실무협의를 일본 도쿄에서 진행한다고 하니 이번 사태 해결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그러나 현재까지 양국 정부 관계자들의 수사를 보면 첫 만남에서 전격적인 해결책을 마련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문재인 대통령까지 나서서 양국의 성의 있는 협의를 촉구했지만 일본에서 돌아온 답은 이번 수출 규제 조치는 협의 대상이 아니라는 것이었다. 여기에 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일본의 핵심 소재 북한 유출 가능성과 관련해 어떤 증거도 없다고 반박했다. 당분간 양국 정부 간 긴장이 더욱 고조될 것은 빤하다.
이번 사태가 장기화되면 안 된다. 정치적, 외교적으로 협의하거나 양보해야 할 사안이 있다면 전향적으로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 12일 양국 실무회의부터 실타래를 잘 풀어야 한다. 무엇보다 우리에게 중요한 것은 경제와 기업의 활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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