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부가 인체 이식 의료기기 부작용 피해 보상을 원활히 하기 위해 수입·제조사 대상 책임보험 가입 의무화를 추진한다. 그동안 외국계 의료기기 기업이 국내 피해 보상에 소홀히 한다는 지적 때문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인체 이식 의료기기 피해 보상 방안으로 제조·수입 업체 책임보험 가입 의무화를 검토한다. 이르면 10월 피해 보상 방안을 마련, 부작용 피해자 구제에 나선다.
인체 이식 의료기기란 엉덩이, 무릎 등에 이식한 인공관절이나 인공유방, 인공판막 등 인체에 직접 이식하는 인공 의료기기를 뜻한다. 인체 내 이식하기 때문에 부작용이 발생할 경우 생명과 직결될 정도로 민감하다.
최근 인체 이식 의료기기 기술이 높아지면서 수요가 높지만 부작용 사례도 곳곳에서 발견된다. 기동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에 따르면 2014년부터 지난해 6월까지 전국 의료기기 부작용 수는 총 7336건이다. 이중 인체 이식 의료기기인 인공유방은 5502건으로 전체 1위(75%)를 차지했다. 대부분 파열, 실리콘 누수, 볼륨 감소 등이다.
이어 인공관절 이동·감염이 573건, 소프트 콘택트렌즈 이물감·충혈 등이 234건 등이 꼽혔다. 단순 부작용을 넘어 사망사례도 7건이 나왔다. 스텐트 등 환자 생명과 직결되는 인체 의료기기 부작용이 주원인이다.
지난해 국정감사에서도 인체 이식 의료기기 부작용 문제가 지적되면서 정부 대응을 주문하는 목소리가 높았다. 식약처는 갈수록 증가하는 부작용을 줄이고, 책임과 보상을 명확히 하는 대응 방안을 이르면 10월경 내놓을 예정이다.
유력하게 검토 중인 내용은 인체 이식 의료기기 수입·제조업체 책임보험 가입 의무화다. 스텐트나 인공관절 등 민감도가 높은 인체 이식 의료기기는 대부분 외산 업체가 개발·공급한다. 부작용 발생 시 유독 국내에서만 피해 보상에 소극적이라는 비판이 뒤따른다. 존슨앤드존슨(J&J)은 인공고관절 부작용이 확산되면서 세계적으로 리콜을 했다. 미국은 환자 1인당 2억원가량 손해배상을 받았지만, 우리나라는 리콜 시행 8년이 지났어도, 상당수 환자가 제대로 된 설명조차 못 들었다.

식약처는 수입·제조사에 제품 판매를 위해 책임보험 가입을 의무화해 부작용 사례 신고 시 책임소재 규명과 피해보상을 의무화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부작용을 환자가 입증해야 했던 기존 체계에서 제조·수입업체로 전환해 환자 권익을 보호하겠다는 방침이다.
식약처 관계자는 “인체 이식 의료기기 부작용 피해보상 방안으로 검토되는 것 중 하나가 책임보험 가입 의무화”라면서 “현재 다양한 방안을 검토 중이며 10월경 대책이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환자가 부작용을 입증해야 했던 구조에서 수입·제조사 책임을 강화할 경우 피해 보상도 더 원활해진다. 상대적으로 의학·법률적 지식이 부족해 거대 외국계 의료기기 업체와 맞서야 했던 불합리를 해소할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반면 외국계 의료기기 업계 부담은 늘어난다. 국내에서 보고되는 부작용 신고 사례에 기존보다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의료기기 업계 관계자는 “의료사고와 마찬가지로 의료기기 부작용 사례 역시 피해자가 입증해야 하는 구조여서 사실상 국내에서 환자는 항상 약자”라면서 “책임보험 가입은 환자 권익을 높이는 동시에 글로벌 기업 본사 차원에서 국내 고객을 바라보는 관점을 바꿀 수 있지만, 외국계 의료기기 기업은 상대적으로 부담이 늘어난다”고 말했다.
정용철 의료/바이오 전문기자 jungyc@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