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국내 바이오 신규 투자가 1조원을 돌파할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해 8417억원 규모였던 투자 규모가 최근 증가한 기술특례상장, 시장 잠재력 등으로 정보통신기술(ICT), 유통·서비스를 제치고 유망 산업으로 발돋움한다.
9일 벤처 전문가와 바이오 업계에 따르면 올해 바이오벤처 투자 규모는 1조원 이상으로 예상된다. 벤처캐피털 외에 개인, 자산운용사 등 다수 주체로부터 투자를 합치면 신규 투자로는 역대 최대치를 기록할 것이라는 기대다.
1조원 돌파 전망은 최근 기술특례상장을 통해 시가총액을 높인 바이오 기업이 주효하다는 평가다. 올해 상반기 IPO 시장에 신규 상장한 기업은 유가증권 2개사, 코스닥 16개사 등 18개사로 이중 기술특례로 상장한 기업은 셀리드, 지노믹트리, 아모그린텍, 압타바이오 등 7곳에 달한다. 아모그린텍을 제외한 6곳은 모두 바이오 업체다.
임정희 인터베스트 전무는 “올해 신규 바이오 투자는 1조원을 수월하게 돌파할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바이오 업계는 특성상 매출이나 실적보다는 잠재성을 평가하는 영역이다 보니 투자자 입장에서는 좋은 수익을 기대하는 부분이 크고 초대형 기술이전 계약, 신약 등 투자 금액에 대한 회수 유인 효과가 지속 작동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간 바이오 분야는 연구개발(R&D), 임상시험 등 매출이 발생할 때까지 오랜 시간과 비용 드는 특성으로 인해 벤처캐피털 투자는 전체 투자 중 10% 내외에 불과했다. 하지만 2015년 한미약품 글로벌 기술수출에 성공한 이후 투자자 인식이 달라졌다.
이어 개발과정에서 시행착오를 줄이고 제품 개념 검증까지 빠르게 진행하는 개발중심 바이오벤처(NRDO), 신약후보물질 글로벌 기술수출 사례가 다수 등장하면서 개발기간 지연 우려가 어느 정도 해소한 것으로 평가된다.
또 다른 투자 상승 요인으로는 전통 제조업계 부진이다. 그동안 경제 전반을 이끌던 자동차, 반도체 업계가 글로벌 경제 위축으로 난항을 겪으면서 투자자는 미래 성장 가능성과 잠재력이 높은 바이오업계로 눈을 돌렸다.
오픈 이노베이션을 통해 기업 투자와 협업을 병행해 투자 증가에 영향을 준 것으로 평가된다. 대표적으로 유한양행은 최근 뇌 질환 치료제 개발을 위해 연구소 기업 아임뉴런에 60억원 규모 투자를 하는 등 제약·바이오업계에서도 전략적 투자가 본격화되고 있다.
내년에도 이러한 투자 기조는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최근 기대에 미치지 못한 임상 3상 사례, 인보사 사태 등 악재가 있었지만 큰 영향은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바이오 분야는 지난해 전체 벤처캐피털 투자금액 가운데 24.6%로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했다. 미국, 유럽 등 바이오 선진국에서 바이오 투자 비중이 30%인 것을 감안하면 국내 투자 비중은 선진국 수준에 가까워지고 있다.
신정섭 KB인베스트먼트 상무는 “바이오 투자는 하반기에 더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면서 “신약개발과 글로벌 기술 이전 등 바이오 업계에 대한 기대감에 투자 건수뿐만 아니라 액수 자체도 크게 늘어 이제는 글로벌 시장에서도 미국, 유럽 기업 등과 경쟁할 수 있는 성장 여건이 갖춰졌다”고 전했다.
성다교기자 dksu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