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는 지난 5월 '대학 내 산학연협력단지 조성사업' 선정 결과를 발표했다. 대학의 관심사인 산·학 협력을 목적으로 한 때문인지 경쟁률이 11대 1에 이를 정도로 대단히 치열하게 펼쳐진 것으로 알려졌다. 결과부터 본다면 지방 소재 1개 대학과 수도권 소재 1개 대학이 선정됐다. 이들 2개 대학은 올해부터 3년 동안 대학 당 20억원, 이후 2년 동안 연 10억원 안팎을 지원받는다.
어찌 보면 근래 추진된 대학지원사업과 비교해 사업비 규모가 그다지 크지 않고, 단 2개 대학만이 선정됐기 때문인지 대학 사회를 넘어선 폭넓은 관심은 끌지 못했다. 그러나 이 사업에는 눈여겨 두고 싶은 두 가지 특징이 있다.
첫째 사업 목적이다. 내용 면에서 본다면 이 사업은 기업 및 연구소 유치, 시설·장비 등 운영, 기업 역량 강화 및 취업 연계, 입주 기업 실무 지원 등을 수행한다는 측면에서 기존의 산·학 협력 사업과 큰 차이가 없어 보인다. 그러나 이 사업은 대학 내 유휴 시설을 활용해 유망 기업과 연구소를 대학 내에 유치하는 플랫폼으로 만들겠다는 것으로, 이번에 선정된 한 대학은 기존 캠퍼스 가운데 한 곳을 일종의 '산학협력형 캠퍼스'로의 전환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지금 추세로 대학 입학생이 줄고 있는 현실에서 과거의 정원에 맞춰 설계된 대학 시스템은 모두 새 기능을 찾아야 한다. 교육 측면에서는 플립러닝 같이 사고력과 자기 주도 학습 능력 위주로 점진으로나마 변화가 가시화되고 있지만 공간과 시설의 경우 실상 마땅한 대안도 없지만 리모델링을 위한 대규모 투자가 필요한 속사정이 있었다. 이런 현실에서 대학 유휴 공간을 기업과 연구소를 위해 개방한다는 것, 나아가 산·학 협력 지향 캠퍼스로 재설계하는 것은 정부나 대학에 공히 타당한 대안이라 할 수 있다.
이번 사업을 흥미로운 눈으로 보는 두 번째 이유는 이 사업이 과거 여타 정부 지원 사업과는 사뭇 다른 순서로 설계되고 추진됐다는 점이다. 실상 이 사업의 원형은 한 지방자치단체가 자체 기획해서 지자체 예산으로 수행한 '대학산학연연구단지조성사업'에 있다. 사업 목적에서도 '대학의 유휴 공간과 인프라를 기반으로 기업, 연구기관의 협력을 추진한다'는 면에서 교육부의 대학 내 산학연협력단지 조성 사업과 궤를 함께한다. 단지 지자체 관점에서 우선 지원 분야를 지역 전략 산업으로 하고 그 궁극의 모습을 '미래산업 클러스터 거점대학'으로 했다는 정도의 차이가 있다.
다시 말해서 과거 중앙 부처의 대학 지원 사업이라면 으레 수도권 소재 대형 대학을 성공 모델로 기획해 지역별 경쟁을 통해 선정하던 것이 이번에는 지역에서, 그것도 지자체가 자체 예산으로 추진한 사업에서 우수 사례를 찾아낸 일종의 '역설계(逆設計)' 사업이라는 두드러진 특징이 있는 셈이다.
어느 지방 대학의 산·학·연 협력 캠퍼스 사례에 주목하는 것은 무엇보다 이것이 대학 입학생 감소로 대두될 유휴 시설 문제에 나름의 함의를 제시하고 있다는 점이다. 물론 모든 유휴 시설을 기업 지향의 기술 지원 목적에 사용할 수는 없다. 그러나 그동안 사회에서 필요했지만 당장 인프라 확보가 어려워서 미뤄 온 기능들을 찾아 활용 방안을 찾아가면 될 것이다.
무엇보다 이 사례를 의미 있게 보는 것은 이것이 전국으로 확산될 만한 모범 사례를 지자체가 기획하고 성공리에 이끌었다는 점이다. 어쩌면 이것이 그동안 각 지역의 현안 해결을 위해 필요한 연구개발(R&D) 과제를 발굴·기획·추진할 만한 역량이 부족하다는 것에서 찾던 중앙 부처의 역할론에 생각거리를 던진 것처럼 보인다. 언뜻 보면 아무도 모른 채 지나갔을지도 모를 어느 지자체의 이 작은 뒤집기에 시선이 가는 것은 이런 이유 탓이다.
◇ET교수포럼 명단(가나다 순)=김현수(순천향대), 문주현(단국대), 박재민(건국대), 박호정(고려대), 송성진(성균관대), 오중산(숙명여대), 이우영(연세대), 이젬마(경희대), 이종수(서울대), 정도진(중앙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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