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 경제전쟁] WTO서도 강대강 대결 이어져…12일 양자협의에 촉각

[한일 경제전쟁] WTO서도 강대강 대결 이어져…12일 양자협의에 촉각

지난 9일(현지시간) 제네바에서 열린 세계무역기구(WTO) 상품무역이사회에서 우리 정부가 일본의 수출규제 조치에 대한 해명과 철회를 요구했지만, 일본은 안보 목적의 수출관리 제도라며 양보 없이 맞받았다. 12일 도쿄에서 한일 양자협의가 예정됐지만, 이 같은 강대강 대치가 이어질 공산이 크다는 분석이다.

우리 정부는 WTO 상품무역이사회에서 일본의 조치에 대한 해명과 철회를 촉구했다. 이에 일본은 안보상 우려를 거론하며 WTO 규범에 위배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우리 측은 백지아 주제네바 대표부대사가 나서 일본의 수출규제가 한국 기업뿐 아니라 글로벌 공급망 차원에서 전 세계 전자제품 시장에 부정적 효과를 줄 수 있다고 강조했다. 또 자유무역 가치를 심각하게 훼손하는 조치라는 점을 회원국에 설명했다.

백 대사는 “일본의 수출규제 대상이 되고 있는 것은 한국뿐으로, 이는 WTO 규정에 반한다”며 “일본이 G20 정상회의에서 자유무역 중요성을 주장했던 것에 어긋난다”고 비판했다.

이에 일본 대표는 “WTO 위반이라는 지적은 전혀 맞지 않으며 철회는 생각하지 않고 있다”고 반박했다. 일본 측은 일본 정부 조치가 수출규제가 아니며, 안보와 관련된 일본 수출 시스템을 점검하기 위해 필요한 조치라고 거듭 강조했다.

일본 정부는 10일 우리 정부가 WTO에서 부당함을 지적한 것에 대해 관방부 부장관이 나서 '수출 규제를 철회할 뜻이 없음'을 재차 밝혔다.

양국 정부가 강대강으로 맞서면서 12일 일본 도쿄에서 열릴 예정인 실무자급 양자협의가 사태 해결의 단초가 될지 주목된다. 일본 수출규제 조치 이후 양국 정부 관계자가 협의를 하는 것은 처음이다.

우리 측은 당초 국장급 실무협의를 타진했지만, 최종적으로 과장급으로 확정됐다. 일본은 실무적 설명을 우선하며 국장급 협의에 난색을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우리 정부는 양자협의에서 일본이 제기한 이른바 '부적절한 사안'에 대해 터무니없는 주장이라는 입장과 함께 수출무역관리령 개정 문제에 대해서도 강하게 이의를 제기할 것으로 관측된다.

하지만 뚜렷한 해결책을 도출하기는 힘들 전망이다.

정부 관계자는 “쌍방간 의견 개진이 이뤄지고, 트랙 레코드를 쌓는다는 차원에서 의미가 있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통상 라인을 통한 우회적인 만남도 시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한 통상 전문가는 “과거 일본과 대립하는 와중에 낮에는 맞대응을 하다가도 밤에는 서로 만나 대화를 통해 문제를 해결했다”며 “강대강 대결보다는 서로 입장을 이해하는 별도 채널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이경민 산업정책(세종)전문 기자 kmle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