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위원회 정상화 됐지만 노사 간극 여전...공익 위원이 또 칼자루 쥘 듯

두 차례 파행을 겪고 정상화된 최저임금위원회가 본격적으로 내년 최저임금 협상을 시작했다. 최초 제시안 8000원 대 1만원에서 9570원과 8185원으로 경영계와 노동계가 수정안을 제시했지만 간극은 여전히 컸다.

최저임금위원회 11차 전원회의 모습.
최저임금위원회 11차 전원회의 모습.

최저임금위원회는 10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제11차 전원회의를 열어 내년도 최저임금 수준 결정을 위한 심의를 재개했다.

이날 전원회의에는 전날 사용자 위원이 최초요구안으로 4.2% 삭감안(8000원)을 낸 데 반발해 제10차 전원회의를 보이콧했던 근로자 위원도 참석해 정상적으로 회의가 진행됐다.

전원회의 핵심은 노사 양측이 제시하는 수정안이다. 사용자 위원은 올해(시급 8350원)보다 4.2%(350원) 삭감한 8000원을, 노동자 위원은 19.8% 인상한 1만원을 최초 제시안으로 내놓은 바 있다. 회의에서 근로자 위원은 수정안으로 올해(8350원) 대비 14.6% 인상한 9570원을, 사용자위원들은 2.0% 삭감한 8150원을 각각 제시했다.

박준식 최저임금위원장은 노사가 제출하는 수정안을 바탕으로 간극을 좁혀나갈 계획이지만, 양측이 워낙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어 상당한 진통이 예상된다.

회의에서 노사 양측은 팽팽히 맞섰다. 근로자 위원인 백석근 민주노총 사무총장은 “마이너스라는 비상식적인 사용자 위원 제시안은 여전히 납득할 수 없지만, 협상을 통해 최저임금 노동자의 생계보장을 해야 하기 때문에 회의에 참석했다”라고 말했다.

이에 사용자 위원인 류기정 한국경영자총협회 전무는 “과거 2년간 급격하게 오른 최저임금에 대한 충격을 완충하기 위해 마이너스 요구안을 제시한 경영계의 고충을 이해해주길 바란다”라며 “공익 위원은 우리나라 경제상황 등 객관적인 지표를 최저임금 결정에 감안해 주길 부탁한다”라고 말했다.

노사가 간극을 좁히지 못하면 공익 위원이 일정 구간 협상 범위를 설정하는 '심의촉진구간'을 제시해 합의를 유도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노사 간에 어느 정도 협상이 진전된 상태에서 내놓을 때 의미가 있다.

심의촉진 구간 범위 내에서도 협상에 실패하거나 아예 심의촉진구간을 꺼내지도 못하는 상황에서는 표결로 내년도 최저임금을 의결하는 수순으로 넘어간다. 노사가 공익 위원으로부터 많은 표를 받을 수 있을 만한 안을 제출하게 한 다음 두개 안을 놓고 표결에 들어가는 방식이다.

이 경우 한 표라도 더 확보하려는 판단에서 노사 양측이 보다 현실적인 수준의 안을 제시할 수 있다. 지난 2017년 협상때도 이런 방식으로 2018년도 최저임금을 결정했다.

이렇게 되면 박준식 위원장이 목표로 정한 11일까지 최저임금 결정이 어려워진다. 고용노동부는 현행 최저임금법상 내년도 최저임금 최종 고시 기한(8월 5일)까지 이의 제기 절차 등이 남아 있는 점을 고려하면 늦어도 오는 15일까지는 최저임금위원회가 내년도 최저임금을 의결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함봉균 정책(세종) 기자 hbkon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