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비 창업자들이 가장 흔히 저지르는 실수 중 하나는 창업 맴버들에게 '과한 약속'을 하게 된다는 점이다. '사업이 안착하게 될 경우 어떠한 성과급을 지급하겠다' '머지않아 이익 내지 매출 규모가 일정 수준 이상으로 올라올 것이다' 등 쉽게 단정할 수 없는 내용을 남발하는 경향이 많다.
이러한 성향은 창업 초기에 형성되는 자기 과신으로 인해 유발되는 현상이거나 동료들에게 미래 비전을 제시하기 위함일 것이다. 때로는 지금 당장 동료들에게 무언가를 줄 수 없는 상황에서 그들에게 미래의 희망을 제시하기 위한 의도 때문이기도 하다. 그런데 중요한 점은 창업자가 어떠한 이유로 과한 약속을 하게 되었든지 간에 그 과정에서 동료들에게 더욱 커다란 실망감 내지 배신감마저 들게 만들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상황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우리 스스로가 일단 소유한 것에 더 큰 애착을 보이는 이유를 이해할 필요가 있다. 이는 부존자원효과와 관련됐다. 먼저 부존자원이란 정상적인 거래나 법률에 근거해 합법적인 경로를 통해 소유하게 된 자원, 지위, 권리를 말한다. 부존자원효과는 자신이 적절한 절차를 거쳐 소유하게 된 것에 집착해 이를 과대평가하는 경향을 말한다. 우리가 일단 받은 물건에 애착을 갖게 되고 더 큰 가치를 부여하기 때문에 이를 되돌려 달라고 요청받게 되면 처음부터 아무 것도 받지 않았을 때보다 더 크게 반감을 갖게 되는 이유도 부존자원효과와 관련이 있다.
부존자원효과를 실증적으로 규명해 준 것이 그 유명한 머그잔 실험이다. 실험대상자들에게 먼저 머그잔을 보여만 준 뒤 해당 머그잔을 얼마에 팔 생각이 있는지 물어본다. 그리고 난 뒤 이번에는 동일한 실험대상자들에게 해당 머그잔을 나누어 주고 직접 만져볼 수 있게 해 준 뒤 얼마에 팔 생각이 있는지 다시 물어본다. 실험 결과, 처음 지불 의사를 물었을 때보다 직접 만져보고 난 뒤에 물었을 때가 2배 이상 높아진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러한 실험 결과는 본인 소유의 물건이 아니더라도 신체적 접촉이나 심리적으로 자신의 물건이라는 생각이 강화될 경우, 해당 물건에 더욱 강한 애착을 갖게 됨을 확인해 주었다.
부존자원효과는 사실 손실회피 성향과도 관련이 크다. 손실회피현상은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미국 프린스턴대 경제학과 다니엘 카네만과 그의 동료 아모스 트베르스키가 발견한 현상이다. 어떤 물건을 획득함으로써 얻게 되는 효용보다 그 대상을 잃게 됨으로써 느끼는 비효용이 훨씬 크다는 현상을 말한다.
다니엘 카네만 연구 결과에 따르면, 일정 분량의 손실감은 동일 분량의 이익이 가져다주는 즐거움의 2배 이상 괴로움을 가져다준다. 구체적으로 설명하자면 100만원의 손실을 상쇄하려면 100만원이 아닌 200만원 이상의 이익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실제 카네만의 실험결과는 동일한 액수의 손실을 상쇄하기 위해서는 2.25배에 해당하는 이익이 필요했다.
이상에서 설명한 인간의 손실회피성향과 부존자원효과로 인해 창업 초기부터 참여했던 창업 공신들은 창업자가 제시한 내용이 적시에 실현되지 않을 경우, 슬슬 커다란 낙담을 하게 된다. 기대가 컸던 만큼 상실감도 클 수 있음을 기억해야 한다. 따라서 창업자들은 동료들에게 우리가 가야할 길이 험난할 것이라는 사실도 함께 제시해야 한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당초 기대했던 성과를 달성하기 어렵게 만드는 난관이 많다는 점도 인지시킬 필요가 있다. 이것이 성과가 미진했을 때 느끼게 될 실망감도 줄이고, 더 나아가 성과를 달성할 가능성도 높이는 길이다.
박정호 KDI 전문연구원 aijen@kdi.re.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