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가 아마존·페이스북 등 글로벌 정보통신기술(ICT) 기업들에 이른바 '디지털세'를 부과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는 '무역법 301조(수퍼 301조)'라는 초강수로 맞대응할 방침이다. 수퍼 301조는 교역 상대국의 불공정한 무역제도나 관행에 대해 미 정부가 조사를 개시해 경우에 따라 관세 부과 등 보복 조치를 할 수 있게 하는 조항이다.
12일 파이낸셜타임즈(FT)에 따르면 프랑스 상원은 이날 '부당하게 미국 기업을 목표로 삼고 있다'는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경고에도 다국적 IT기업에 세금 부과를 승인했다.
디지털세는 연간 전세계 매출 7억5000만유로(약 9571억원) 이상, 프랑스 매출 2500만유로 이상 매출을 올리는 IT기업에 대해 영업매출의 3%를 부과한다.
구글, 아마존, 페이스북, 애플 등 미국 대형 IT기업을 포함해 30여개 업체가 과세 대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프랑스 정부는 연간 4억유로 정도 세수를 예상하고 있다.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무역대표부(USTR) 대표는 성명을 통해 프랑스 세금이 차별적인지, 비합리적인지, 미국 상거래에 부담을 주거나 제한을 주는지를 조사할 것이라고 밝혔다.
FT는 한 소식통을 인용해 “트럼프는 프랑스 움직임에 분노했다”며 “트럼프가 IT기업에 가진 적대감에도 미국 대통령으로서 프랑스 세금 부과가 곧 미국 산업에 대한 직접적인 공격이라고 받아들인 것”이라고 보도했다. 미국의 조사 착수는 디지털세 도입을 검토하는 다른 유럽 국가들에 대한 경고라는 해석도 있다.
미국은 앞서 2017년 중국의 기술, 지식재산권, 혁신정책에 대한 301조 조사를 실시했다. 이 조사 이후 미국은 250억달러 상당의 중국산 수입품에 대한 관세를 인상해 오랫동안 지속돼 온 미중 무역전쟁을 촉발시켰다.
브뤼노 르메르 프랑스 재정경제부 장관은 미국 조치에 대해 “세금 문제는 우리 주권의 문제”라며 “동맹국 사이에서 논쟁적인 문제는 위협이 아닌 다른 방법으로 풀어야 한다”고 말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현재 유럽 항공사 에어버스 보조금도 문제 삼고 있다. EU의 농산물과 공산품에도 고율 관세 부과를 추진 중이다. 올해 말에는 유럽산 자동차에도 고율 관세를 부과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블룸버그통신은 “미국의 이번 조치는 대서양 연안국들의 관계에 위협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현수기자 hsool@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