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중국 배터리 업체 CATL이 국내 인력을 대상으로 적극적인 채용 활동을 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 간 소송전으로 국내 인력 이동이 위축된 가운데, 중국 경계령까지 떨어졌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CATL은 헤드헌팅 업체를 앞세워 국내 배터리 업체 부장급 인력을 대상으로 세후 3억원 안팎 연봉을 제시하며 접근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식 채용 공고를 내기보다 기존 한국에서 중국으로 이직한 인력을 통해 추천을 받아 개별 접근하는 경우가 많다.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CATL이 최근 중국과 유럽에서 공격적인 증설에 나서면서 전문인력도 대거 필요해진 상황”이라면서 “국내 배터리 전문인력 리스트를 구축해놓고 반복적으로 제안을 하는데다 제시하는 연봉 수준도 기존 2배+α 수준에서 보다 높아졌다”고 말했다.
정부와 각 기업도 이 같은 움직임을 감지하고 대응책을 마련하고 있지만 해외 경쟁 업체로 이직을 막을 뾰족한 수는 없는 상태다. 국내 기업 간에는 전직금지가처분신청 소송을 하는 경우가 더러 있지만 해외 기업 이직의 경우 구체적인 기술 유출 혐의가 포착되지 않는 이상 제지할 명분이 없다.
전기차 시장이 급격히 커지면서 중국뿐만 아니라 유럽, 인도, 미국 등이 배터리 사업 진입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 중 전기차 배터리 생산 경험이 있는 국가는 한·중·일 3개국 뿐이어서 인력 확보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그 중에서도 CATL은 국내 업체의 강력한 경쟁자로 자리매김했다. SNE리서치에 따르면 지난 1~5월 CATL 전기차 배터리 출하량은 10.6GWh로 25.4% 점유율을 차지하며 글로벌 1위를 지켰다.
기술력 측면에서도 한국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다. 현지 보도에 따르면 CATL은 NCM 811(니켈·코발트·망간 비율이 8대1대1인 양극재) 배터리를 최근 현지 전기차 업체들에 공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NCM 811은 지난해 SK이노베이션이 세계 최초로 양산에 적용한 기술이다. 기존 2~3년 정도로 알려졌던 중국과 국내 배터리 기업간 기술 격차가 1년 안팎으로 좁혀졌다는 의미다.
CATL은 중국뿐만 아니라 글로벌 시장 진출도 공격적으로 진행하고 있다. CATL이 독일 튀링겐에 짓는 전기차 배터리 공장은 당초 2022년까지 14GWh 규모로 계획됐지만 최근 2026년까지 100GWh로 생산능력이 상향조정됐다. 투자 규모도 기존 2억4000만유로에서 18억유로로 확대됐다.
업계 관계자는 “CATL은 지난해 폭스바겐, 다임러 등에 이어 최근 볼보와 수조원대 장기 공급 계약을 체결하는 등 글로벌 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내며 인력 확보에 혈안이 돼 있다”며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간 소송으로 국내 업체간 이직이 어려워진 틈을 타 중국행을 택하는 인력이 늘어날까 바싹 긴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현정 배터리/부품 전문기자 iam@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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