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더위가 시작되지 않으면서 가전업계 여름 영업전선에 비상이 걸렸다. 7월 중순에 접어들고 있지만, 에어컨을 중심으로 가전 주력 제품 실적이 부진하다. 업계 일선에서는 초조감이 나타나고 있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여름가전 실적이 전반적으로 둔화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에어컨을 비롯한 에어서큘레이터, 제습기 등 여름 주력상품 실적이 전년만 못하다는 것이다. 복수 소식통은 지난해 여름과는 분위기가 다르다고 입을 모은다. 낮에는 기온이 높지만 밤에는 선선한 날씨가 계속돼 소비자가 체감하는 더위는 미미하다.
익명을 요청한 한 관계자는 “이달 들어서도 여름가전은 아직 전년 수준을 회복하지 못했다”며 “주력제품이 에어컨도 전년 같은 기간보다 역성장했다”고 답했다.
외국계 가전사 담당자는 “3월 이후 대기질이 좋아 공기청정기 실적은 큰 상승세를 보이지 못하고 있다. 여름가전은 더 지켜봐야겠지만, 지난해보다 상승하지는 못하고 있다”고 전했다.
한 중견가전사 최고경영자도 “올해 여름은 날씨 영향으로 여름가전 판매가 부진한 편”이라면서 “날씨는 제조사가 통제할 수 없는 부분이다. 기다리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최근 수년간 여름가전 호황이 지속되면서 각 제조사는 이번 여름에 대비해 상당한 물량을 확보했을 것으로 예상된다. 지금과 같은 흐름으로는 지난해보다 시장이 성장하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그간 여름가전 시장은 에어컨과 에어서큘레이터를 필두로 높은 성장세를 보였다.
특히, 에어컨 판매 부진은 가전업계 실적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에어컨은 가전업계 1년 실적을 좌우할 정도로 한 해 매출 비중이 높다. 단가와 판매량이 높기 때문이다. 지난해 에어컨 시장 규모는 250만대 규모로 추산된다. 올해 5월 에어컨 판매량은 상승세였지만 이후에는 흐름이 저조하다.
업계에서는 이달 말까지 날씨를 지켜봐야 한다는 입장이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에어컨 판매량을 보면 역대 1위가 2017년, 역대 2위가 2018년이었다. 최근 2년간 판매량이 매우 높았기 때문에, 기저효과로 작용하고 있다”면서 “올해 여름 실적은 이달 말까지 가봐야 짐작할 수 있다. 2016년에도 7월 중순까지 잠잠하던 날씨가 7월 말부터 기록적인 폭염을 기록, 에어컨 품귀현상으로 이어졌다”고 분석했다.
이영호기자 youngtige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