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돌도 안지난 한국 인터넷전문은행 카카오뱅크가 모바일 은행 원조로 꼽히는 일본 인터넷전문은행을 모조리 뛰어넘었다. 대형 일본 인터넷은행 3곳을 합친 것보다 실적이나 사용자 모두 많았다.
문화와 인구 등 처한 상황은 다르지만 성장 속도에서 일본은 물론 세계에서 유래를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급성장했다. '온리 모바일' 전략이 국내는 물론 글로벌 성공모델로 자리잡았다.
◇카카오뱅크, 일본 라쿠텐도 앞질렀다
지난 12일 카카오뱅크가 출범 2년여 만에 고객 1000만명을 돌파했다. 20대와 30대 인구 10명 중 4명이 카카오뱅크를 사용한다. 의미가 남다르다. 고객 유입 속도를 분석한 결과 세계 인터넷전문은행 중 가장 빠르게 성장했다. 인구가 5000만명인 한국에서 2년 만에 1000만명 고객을 확보했다. 해외 주요 인터넷전문은행과 비교해도 고객수, 실적 등에서 월등하다.
레볼루트(400만), 몬조(200만), N26(230만) 등 유럽은 물론 라쿠텐(732만), 지분(200만), 소니(147만), SBI스미신(357만) 등 일본의 주요 인터넷전문은행을 넘어섰다. 카카오뱅크보다 먼저 출범한 은행들이다. 일본 라쿠텐은 2001년 출범했다.
이런 성공에는 '온리 모바일' 전략이 주효했다.
카카오뱅크는 국내 은행과 비교해도 뱅킹 앱 사용이 눈에 띄게 높다. 지난달 카카오뱅크는 전체 은행 앱 방문자 수 1위를 달성했다. 앱 추정 순 이용자수는 703만명에 달한다.
카카오뱅크 관계자는 “'쉽고 즐거운 금융'이 '익숙한 금융'을 앞지른 것”이라며 “금융은 편리해야 한다는 고객 인식 전환이 빠른 속도로 이뤄진 결과”라고 밝혔다.
◇플랫폼의 승리...베낀 상품에 질린 소비자들
카카오뱅크가 내놓은 상품, 서비스는 쉽고 편하다. 엄밀히 말하면 하나의 플랫폼으로 연결된다. '모으고, 잇고, 연결하는' 금융 플랫폼 비즈니스를 지향한다. 현재 서비스 중인 플랫폼을 활용해 비이자수익 비즈니스로 연결하는 사례를 만들었다.
지난 3월 말 출시한 한국투자증권 주식계좌개설 서비스가 대표적이다. 6월말 현재 약 93만 계좌가 개설됐다.
카카오뱅크에서 대출이 거절된 고객에게 저축은행, 카드사, 캐피털 대출을 연결해주는 서비스도 인기다. 약 1500억원의 대출 실적을 기록했다. 이른바 플랫폼을 통한 '연계 대출'이다. 기존 은행에서 엄두를 낼 수 없는 서비스다. 이 같은 초연결 플랫폼 사업으로 카카오뱅크는 올 1분기 흑자를 기록했고 2020년 기업공개(IPO)를 준비 중이다.
◇새우잠 자며 고래 꿈 꾸는 '카뱅'
은산분리 규제 등 각종 규제와 IT기업을 바라보는 금융권 색안경에 카카오뱅크가 걸어온 길은평탄하지는 않았다. 1000만명 고객 돌파 뒤에는 IT보안 힘이 숨어 있다.
카카오뱅크 IT인력은 과거 포털에서 오랜기간 x86기반 리눅스 시스템과 오픈소스 개발, 운영 경험을 보유한 베테랑으로 구성됐다. 타 금융사에게 x86기반 리눅스 시스템과 오픈소스 도입이 새로운 시도인 반면 카카오뱅크의 전력인력은 이미 충분한 경험치를 쌓았다. 어떤 이슈가 발생해도 안정적으로 관리가 가능한 이유다. 주전산센터 내재화와 차별화한 ICT 인프라 덕분이다.
금융 IT인프라가 아무리 잘 돼 있어도 보안에 구멍이 생기면 의미 없다. 1000만명 고객 돌파를 실현은 카카오뱅크의 IT인력이 있어 가능했다.
보다 자유로운 상품 설계와 서비스가 가능했던 이유이기도 하다.
26주 적금 누적 계좌 개설수는 270만좌를 넘어섰고, 모임통장 서비스 이용자는 285만명을 웃돈다. 해외송금(계좌송금)도 57만건을 돌파했다.
길재식 금융산업 전문기자 osolgil@etnews.com
-
길재식 기자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