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가 구글, 아마존, 페이스북 같은 글로벌 정보기술(IT) 기업에 '디지털서비스세(DST)' 부과를 시작한다. 자국 이용자에게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올린 매출의 일부를 세금으로 걷는 것이다. '구글세'로 불리는 다국적 IT 기업에 대한 법인세가 도입되면 미국 IT 기업이 재정적으로 영향을 받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는 무역법 301조(슈퍼 301조)에 따라 불공정성 조사에 들어갔다. 조사 후 프랑스산 와인과 자동차 등에 보복관세 부과를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화웨이에 이어 기술로 촉발된 전쟁이 확산 조짐을 보이고 있다.
프랑스 재정경제부는 연수익이 7억5000만유로(약 9926억원) 이상이고 프랑스에서 연 2500만유로(331억원) 이상 수익을 내는 IT 기업에 프랑스에서 올린 연간 총매출의 3%를 세금으로 부과하기로 했다. 과세가 이뤄지면 연간 약 5억유로의 세수가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
구글 모기업인 알파벳과 애플, 페이스북, 아마존 등 미국 기업을 포함해 30여개 기업이 대상에 들어간다.
그동안 미국에 본사를 둔 다국적 IT 기업은 법인세가 낮은 지역의 특수목적법인(SPC)을 통한 거래로 '합법적 탈세'를 이어 왔다. '더블 아이리시 위드 더치 샌드위치'로 잘 알려진 이 방법을 통해 미국 외에서 발생한 수익에 대해서는 세금을 거의 내지 않는다. 그러나 DST 부과가 본격화되면 세금을 내야 하기 때문에 수익성이 악화된다. 이들 IT 기업의 해외 매출 비중은 70% 이상을 차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글로벌 IT 기업의 영업 행태는 세금뿐만 아니라 불공정 경쟁의 원인으로도 지목돼 왔다. 미국 글로벌 IT 기업은 절세한 금액을 바탕으로 무인자동차, 인공지능(AI), 사물인터넷(IoT) 등 4차 산업혁명 관련 신기술 개발에 투자했다. 복지를 향상시키고 우수 인력을 모아 기술 주권을 차지하는 데 유리한 고지를 선점할 수 있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논의하고 있는 가운데 프랑스는 자국 기업 크리테오를 DST에 포함시키면서까지 독자적으로 도입하는 초강수를 띄운 것이다. 대항마로 트럼프 미국 행정부는 슈퍼 301조 카드를 꺼내 들었다. 슈퍼 301조는 교역 상대국의 불공정한 무역 제도나 관행에 대해 미국 정부가 조사해서 과세 부과 등 보복 조치를 할 수 있게 하는 조항이다. 기술 도둑질로 규정된 중국의 불공정 관행을 문제 삼아 관세 폭탄을 투하하는 무역전쟁을 촉발할 때 적용했다.
미국과 유럽연합(EU)은 이미 관세전쟁을 치르고 있다. 미국이 지난해 무역확장법 232조를 적용, 철강·알루미늄 품목에 고율의 관세를 부과했다. EU는 미국을 상징하는 청바지, 오토바이 등 품목에 맞불 관세로 대응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현재 유럽 항공사 에어버스의 보조금도 문제로 삼고 있다. EU 농산물과 공산품에도 고율의 관세 부과를 추진하고 있다. 올해 말에는 유럽산 자동차에도 고율 관세를 부과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기업이 세율이 낮은 조세피난처 지역에 SPC를 세우고 세금을 줄이거나 회피하는 건 우리나라에서도 이뤄지고 있다. 한 예로 구글은 한국에서 연간 5조원대 매출을 올리는 것으로 추산되지만 우리나라 국세청에 납부하는 법인세는 200억원도 안 돼 과세 형평성을 두고 논란을 빚고 있다.
세금 부과 쟁점은 고정사업장이다. 고정사업장을 두지 않은 기업에 과세할 수 있는 지다. 1920년 미국과 유럽이 국제 조세의 과세 체계를 만들면서 나라에 본점 등 생산과 영업 활동 근거지가 있거나 최소한 고정사업장 등 연계 시설이 있는 경우에만 과세하도록 한 데서 비롯됐다. 다국적 IT 기업은 한국 내에 서버 등 고정사업장으로 간주할 만한 물리적 실체를 두지 않는 방법으로 법인세를 피하고 있다.
이현수기자 hsool@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