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최저임금이 올해 8350원보다 2.87% 오른 8590원으로 결정됐다. 최근 2년 연속 두 자릿수 인상률을 기록했지만 2020년에는 역대 세 번째로 낮은 인상률로 내려앉았다. 인상률은 국제통화기금(IMF) 위기 때인 1999년(2.69%)과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인 2010년(2.7%) 수준이다. 최저임금위원회는 12일 새벽까지 이어지는 격론 끝에 막바지에 합의했다. 노동자와 사용자측은 이날 회의에서 최종 요구안으로 8880원(6.35% 인상)과 8590원(2.87% 인상)을 각각 제시했다. 표결에서는 사용자 안이 15표를 얻어 노동자(11표)를 이겼다. 공익위원 9명 가운데 6명이 사용자위원이 낸 최종 요구안에 표를 던진 것으로 보인다.
액면만 보면 사용자 측의 완승이다. 사용자위원은 1차 수정안 역시 삭감안(-2.0%)을 제시하며 어느 해보다 완고한 입장을 견지했다. 사회 분위기도 사용자편을 들어 주었다. 그러나 지난 2년 동안의 인상률을 감안하면 사용자측 압승이라고 볼 수 없다. 반응은 갈린다. 노사 모두 만족하지 못하는 분위기다. 한국노총은 표결 직후 “최저임금 참사”라면서 “노동존중정책과 최저임금 1만원 실현, 양극화 해소는 거짓 구호가 됐다”고 입장을 냈다. 반면에 사용자위원은 “최근 2년 동안 급격하게 인상된 최저임금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중소·영세기업과 소상공인 상황을 감안하면 아쉬운 결과”라고 밝혔다.
노동자위원의 강력한 반대에도 2020년 최저임금 인상률이 크게 꺾인 데는 엄혹한 경제 상황이 주효했을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까지 공약 파기를 각오하며 최저임금과 관련해 속도조절론을 얘기할 정도로 급격한 인상을 경계해 왔다. 남은 과제는 합의에 따른 파장 최소화다. 노사는 상호 합의를 끌어내 결론을 내린 이상 불필요한 여론전으로 분란을 유도해서는 안 된다. 나아가 노사가 이제는 경제 성장에 힘을 모아야 한다. 기업 역동성을 되살리고 주춤하고 있는 생산성을 끌어올리는 데 총력을 쏟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