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가 유료방송 합산규제 논의를 또다시 한 달 연기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방송통신위원회의 유료방송시장 규제개선 방안을 일치시키는 작업이 남은 한 달 간 진행된다.
국회에서 유료방송시장 구조개편을 이유로 합산규제 재도입을 반대하는 기류가 강해 합산규제가 역사 속으로 사라질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는 12일 정보통신방송법안심사소위원회를 열고 일몰된 유료방송 합산규제 처리 방안을 논의했지만 결론을 내지 못하고 한 달 후 추가 논의하기로 했다.
과기정통부와 방통위가 일부 핵심 쟁점에 대해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는 이유다. 과방위는 8월 12일까지 두 부처가 합의한 유료방송시장 규제개선 방안을 제출하면 합산규제 처리 방안을 재논의하기로 했다. 과방위는 지난 4월에 이어 또다시 논의 일정을 한 달 미루며 '결정력 부족'을 드러냈다.
김성태 소위원장(자유한국당 의원·비례)은 “과기정통부가 준비한 규제개선 방안이 방통위와 충분한 조율을 거치지 못 했고, 이해관계자 의견수렴도 충분히 이뤄지지 않았다”면서 “소위 마지막 회의를 한 달 후 열고 어떤 일이 있어도 사안을 종결할 것”이라고 말했다.
과기정통부와 방통위는 한 달 내 이견을 조율해야 하는 임무를 떠안았다. 두 부처는 합산규제 재도입 반대에는 의견이 일치했으나 요금·이용약관 승인, 방송 다양성 평가 문제에서 주도권 다툼을 벌이고 있다.
방통위는 방통위가 방송·통신 경쟁상황평가를 통해 지정하는 시장집중사업자에 대해 요금과 이용약관을 승인하도록 하자는 의견인 반면, 과기정통부는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특정사업자에 대해 결합상품 승인제를 하자는 입장이다.
방송 다양성에 대해서도 방통위는 현행 미디어다양성위원회 역할을 확대하자는 입장이지만 과기정통부는 소유제한·채널구성운용제한·시청점유율제한 등 현행 규제를 강화하자는 논리다.
김성수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기본적으로 규제 소관부처를 어디로 할 것인지의 문제”라면서 “두 부처만의 논의로는 합의가 어렵기 때문에 중재가 필요한 문제이고, 입법이나 제도화 과정에서 국회가 중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법안 소위 논의 과정에서 위원 다수가 합산규제 재도입을 반대하거나 유보하는 입장이라 일몰한 합산규제를 되살리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분석이다.
위원 10인 가운데 김성태·박대출·박선숙 의원이 합산규제를 재도입하자는 의견이고, 김성수·박광온·변재일·이상민·이종걸·윤상직 의원은 재도입을 반대하고 있다. 한 달 후 과기정통부와 방통위가 합의를 도출하면 합산규제를 재도입하자는 명분이 줄어든다. 지난해 6월 일몰한 합산규제를 되살리려면 방송법·IPTV법을 개정해야 하지만 소위 분포상 통과가 어렵다.
김성수 의원은 “방송통신 인수합병(M&A)이 진행 중이고, 사후규제가 없다면 지역성 문제 등에 대한 보완책 없이 새로운 유료방송 시장이 열리게 된다”면서 “합산규제 재도입 문제에서 벗어나 사후규제를 어떻게 해야 하는지 논의해야 한다. 합산규제 재도입 논의는 실익이 없다”고 말했다.
김용주 통신방송 전문기자 kyj@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