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와 이스라엘이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대비해 수소 경제, 인공지능(AI), 자율주행 자동차, 5세대(5G) 정보통신기술(ICT) 등 분야에서 실질 협력을 확대하기로 했다. 또 양국 간 자유무역협정(FTA)의 조기 타결 의지도 재확인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레우벤 리블린 이스라엘 대통령과 15일 오전 청와대에서 정상회담을 갖고 이 같은 내용에 합의했다. 이스라엘 대통령의 방한은 2010년 이후 9년 만이다.
문 대통령은 이날 회담에서 첨단 산업 분야 경험과 기술력이 풍부한 이스라엘과의 실질 협력을 더욱 공고히 하는데 집중했다. 이스라엘이 세계적 혁신 창업 국가인 만큼 창업 생태계 조성과 관련한 경험 공유도 희망했다.
양 정상은 4차 산업혁명 공동 대응에 적극 임한다는 데 뜻을 모았다. 이를 위해 수소 경제, AI, 자율주행 자동차, 5G ICT 등 첨단 산업 분야에서 양국 간 실질 협력을 더욱 강화해 나가기로 했다.
수소경제와 관련해서는 양국 관계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정부 간 협력 양해각서(MOU)를 교환했다. △수소에너지의 생산 및 저장·운송 기술 △수소경제 활성화 및 안전에 관한 기술 및 법률 △수소 충전소 등 인프라 보급 △ 정책·법률 및 규정 개발 분야에서의 협력 증진 등을 담았다.
문 대통령은 회담 직후 가진 오찬자리에서 “4차 산업혁명 시대를 함께 열어 갈 양국의 잠재력과 가능성을 확인했다”면서 “이스라엘의 뛰어난 첨단 산업 분야 기술력과 한국의 ICT 및 제조업 융합 능력이 결합한다면 양국은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앞서갈 수 있을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리블린 대통령은 “우리 모두 4차 산업혁명의 도전 과제에 직면하고 있다”면서 “우리가 협력을 증대시킬 수 있다면 이 같은 도전 과제를 기회로 전환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감을 표했다.
양 정상은 양국 간 교역 규모가 꾸준히 증가하고 있음을 높이 평가했다. 지난해 역대 최고치인 27억달러를 기록했다. 양 정상은 최적의 상생 협력이 가능하도록 양국 간 FTA의 조속한 타결이 필요하다는 데 공감했다. 문 대통령은 “리블린 대통령 방한으로 혁신·창업을 비롯한 경제 협력이 더욱 확대되고, 양국 간 FTA 체결로 이어지는 기회가 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정의선 현대차 수석부회장은 이날 레우벤 리블린 이스라엘 대통령과 경기도 화성시 현대·기아차 기술연구소에서 미래 산업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정 수석부회장은 “현대차그룹은 앞으로 다양한 산업 분야의 이스라엘 스타트업에 투자를 확대할 예정”이라며 “이스라엘 스타트업들과 공동 개발한 기술 일부는 향후 양산차에 적용하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답했다.
이스라엘의 자동차 시장 규모는 연간 26만여대 수준이다. 현대차와 기아차는 지난해 이스라엘에서 각각 3만8022대(14.2%), 3만5806대(13.4%)를 판매해 시장점유율 1·2위를 기록했다.
현대차그룹은 이스라엘 스타트업 등 현지 기업 전략 투자도 강화하고 있다.
한편 문 대통령은 리블린 대통령에게 지난 6월 30일 이뤄진 판문점 남·북·미 정상 회동 결과 등 최근 한반도 정세에 관해 설명하고 한반도 비핵화와 항구적 평화 구축을 위한 이스라엘 측의 지속적인 지지와 협조를 기대했다.
리블린 대통령은 “중동 지역과 바로 이 한반도 지역에서 항구적 평화가 있기를 소망한다”며 한반도 평화 구축에 대한 문 대통령의 의지와 대한민국 정부의 노력을 높이 평가했다.
성현희 청와대/정책 전문기자 sunghh@etnews.com, 박태준 자동차 전문기자 gaius@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