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15일 수석보좌관회의에서 일본 정부의 반도체 소재 수출제한에 대해 '일본 경제에 더 큰 피해가 갈 것' '대단히 현명하지 못한 처사' '한일 반도체 분업을 깨트리는 조치' 등의 표현을 쓰며 일본 정부에 경고했다.
이같은 경고에도 일본측이 외교적 해결을 위한 대화에 나서지 않을 경우 우리측의 상응조치가 있을 것임을 시사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우리 정부는 지속적으로 국장급 양자협의를 요구하고 있는 상황이다.
앞서 일주일 전인 8일 수보회의와 10일 기업인 간담회에서 일본의 '보복' 조치에 관한 입장을 낸 이후 대일메세지는 더욱 강경하고 날카로워졌다. 이날 발언은 정부가 이번 일본의 조치를 단순한 일회성 무역분쟁이 아니라 한일경제협력 역사의 근간을 뒤흔드는 '엄중한 사안'으로 바라보고 있다는 점을 강조한 것으로 풀이된다.
문 대통령은 “반세기간 축적해온 한일경제협력의 틀을 깨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문 대통령은 과거사 문제까지 언급하며 “한일관계에서 과거사문제는 주머니 속의 송곳과 같다. 때때로 우리를 아프게 찌른다”며 “그러나 지금까지 양국은 과거사 문제를 별도로 관리하면서 그로 인해 경제문화 외교안보분야의 협력이 훼손되지 않도록 지혜를 모아왔다”고 말했다.
일본이 이번 조치에 처음엔 강제징용 판결을 문제삼았고, 최근들어서는 전략물자 밀반출과 대북제재 위반 의혹를 제기하고 있는데 대해 현명하지 못하다고 지적했다. 이번 사태의 배경에 강제징용 판결 등 과거사 문제는 물론이고, 우리 경제의 성장을 견제하려는 등의 복합적인 의도가 작용했다고 본 셈이다.
문 대통령은 이례적으로 일본의 이같은 의도와 입장을 바꾸는 속셈 등에 대해 자세히 언급하며 일본 정부를 비판했다. 한걸음 더 나아가 일본의 이번 조치가 일본 스스로의 경제를 옭아매는 '부메랑'이 될 것이라고도 강력하게 경고했다.
우리 정부는 해법으로 일본 정부에 '국장급 양자협의'를 지속 요구해 왔다. 실질적으로 문제 해결을 논할 수 있는 '국장급'에서 양자 협의가 이뤄줘야 문제 해결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정승일 산업통상자원부 차관은 이날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일본에) 추가적인 국장급 협의도 제안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 12일 우리 정부와 일본은 일본 도쿄 경제산업성 본관에서 일본 수출 제한 관련 첫 실무 회의를 개최했다. 우리측에서 산업통상자원부의 전찬수 무역안보과장, 한철희 동북아 통상과장이, 일본측에서는 경제산업부의 이와마쓰 준 무역관리과장, 이가리 가쓰로 안전보장무역관리과장 등 양국 실무 과장급이 참석했다. 당초 우리 정부는 국장급 협의를 제안했지만 일본 정부가 이를 거부했다. 또 일본은 '협의'가 이난 사실 관계를 위한 사무 설명회라고 주장했다.
양국 실무자급 협의는 두 국가 간 '진실공방'으로 번지고 있다. 우리 대표단은 일본 측에 수출 규제를 철회해달라는 의사를 전했다고 밝혔지만 일본은 한국으로부터 철회 요구를 받은 적 없다고 부인했다. 이 때문에 국장급 협의가 있어야 꼬인 실타래를 풀 수 있다는 분석이다.
산업부 관계자는 “국장급 협의는 지난 12일 양자 협의에서도 제안한 사안”이라며 “이전부터 일본 정부에 국장급 협의를 계속 요구해 왔다”고 설명했다.
성현희 청와대/정책 전문기자 sunghh@etnews.com, 변상근기자 sgbyun@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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