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영준 이공특허법률사무소 변리사
영국은 한국무역협회 통계를 기준으로 2019년 한국의 제11위 수출 국가이고, 유럽연합(EU)의 국가 중 독일, 네덜란드, 프랑스, 이탈리아 다음의 제5위 수출국에 해당하는 중요 교역국가로서의 지위를 가진다. 이와 같은 영국의 정치경제적 지위의 큰 변화가 예상되고 있는데, 널리 알려진 바와 같이 2016년 6월 23일 영국의 유럽연합 탈퇴에 대한 찬반을 묻는 국민투표 결과 영국의 유럽연합 탈퇴를 지지하는 투표결과가 나온 이후, 영국의 테리사 메이 총리가 2017년 3월 28일 유럽연합 탈퇴를 선언하는 서한에 서명하였으며, 이 서한이 29일 EU 정상회의 상임의장에게 전달되면서, 이른바 브렉시트(Brexit) 절차가 공식적으로 개시되었다.
현재 브렉시트(Brexit)의 현황을 보면, 당초 영국은 탈퇴선언일로부터 2년 뒤인 2019년 3월 29일에 탈퇴하기로 예정되어 있었으나, Brexit 합의안이 영국 하원에서 세 차례 부결되는 등 진통을 겪고 있어 최근에는 유럽연합과 아무런 합의 없이 유럽연합을 떠나는 이른 바 '노 딜'(no deal) 브렉시트(Brexit)의 가능성이 커지자 결국 2019년 10월 31일까지 Brexit가 연기되었다.
◇Brexit의 영향을 받는 지재권의 대상
브렉시트(Brexit)는 유럽연합이라는 정치적 공동체로부터 영국이 이탈하는 것이기 때문에 유럽연합조약에 기초를 두지 않은 단순한 다국간 협약인 유럽특허협력조약(European Patent Convention, EPC)에 근거한 유럽특허에는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못하며, 마찬가지로 영국이 EU를 떠나더라도 베른 협약 등은 브렉시트(Brexit)의 영향을 받지 않으므로 저작권 보호에도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
반면에, 유럽공동체상표와 디자인은 유럽연합 회원국 내에서만 보호가 되는 것이므로 브렉시트(Brexit)로 인하여 더 이상 유럽연합 회원국 지위를 가지지 못하는 영국에 대해서는 큰 폭의 변화가 불가피하게 된다.
이하에서는 유럽공동체상표(이하 ‘유럽상표’. 지면 관계로 디자인에 대해서는 별도 설명하지 않으나 대체적으로 상표에 준하여 이해될 수 있다)의 브렉시트(Brexit)로 인한 변화에 대하여 자세히 살펴보고 그 대응방안을 소개한다. 아래에서 “예상”된다는 표현이 등장하는데 그 이유는 유럽연합과 영국간의 협의가 완료되지 않았거나 영국지재청(UKIPO)의 정책의 변동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주요 변동사항
원칙적으로 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즉 브렉시트(Brexit)이후에 출원되는 유럽상표 뿐만 아니라, 브렉시트(Brexit)이전에 출원되거나 등록된 유럽상표 내지 유럽연합을 지정한 마드리드 국제상표(헤이그 디자인 출원도 마찬가지)는 더 이상 영국에서 효력이 중지되어 영국을 제외한 유럽연합 회원국 27개국에서만 유효하게 된다.
단, 브렉시트(Brexit)이전에 출원되거나 등록된 유럽상표에 대해서 일괄적으로 영국에서의 보호를 중단하면 영국에서의 상표권 보호의 거대한 공백이 발생하여 수많은 모방상표가 등장하여 권리관계가 불안정해질 수도 있고 기존 유럽상표 출원인의 신뢰이익을 보호하기 위해서 일종의 경과 규정이 논의되고 있는데, 국내 기업의 유럽상표가 영국에서의 효력이 지속적으로 유효할 수 있도록 위 경과 규정과 이를 적용 받기 위한 필요 절차의 준수가 필요하게 된다.
△유럽상표 등록
브렉시트(Brexit)이전에 등록된 유럽상표는 영국에서 자동으로 별도 수수료 없이 유럽상표와 동일한 출원일과 갱신기한을 가지는 영국등록상표(Comparable Trade Mark)로 전환될 예정이고, 물론 영국에 대한 자동 권리전환을 원치 않을 경우 이의 거부도 가능하다(Opt out). 단, 이후 영국상표에 대한 등록갱신, 제3자의 심판청구 등에 대하여 적기에 대응할 수 있도록, 자동 권리전환이 되는 경우라도 영국 내의 상표관리자로서의 영국변리사를 선임해두는 것이 바람직하다.
△심사 중인 유럽상표
만약 유럽상표가 브렉시트(Brexit) 당시에 심사 계류 중일 경우, 자동으로 영국출원상표(Comparable Trade Mark)로 전환 인정되지는 않고, 대신, 탈퇴일로부터 9개월 이내에 새로운 영국 상표출원을 하면서 유럽상표에 대하여 우선권 주장을 하는 방식으로 영국출원상표로 전환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따라서, 유럽상표 출원을 진행 중이거나 예정하고 있는 국내 기업들은 Brexit 이후 영국에서의 전환을 희망하는 경우 규정된 기간(9개월)을 준수해서 권리 공백이 발생하지 않도록 주의할 필요가 있다. 또는 유럽상표 출원의 주목적이 영국에서의 보호를 받는 것이거나 영국에서의 보호가 유럽연합의 다른 어떠한 국가에서의 보호만큼 중요하다면 현재의 과도기적인 불확실성을 제거하기 위하여 유럽상표 출원과 영국상표 출원을 동시에 진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국제등록상표
탈퇴일 전에 유럽에서 등록된 마드리드 국제상표의 경우, 자동으로 별도 수수료 없이 영국등록상표(Comparable Trade Mark)로 인정될 것으로 보인다. 이 경우의 영국등록상표는 마드리드 국제상표의 영국 지정의 효과로 인한 등록에 준할 것으로 생각되므로, 이때의 영국등록상표에 대한 갱신 등의 절차는 기존의 유럽연합을 지정한 마드리드 국제상표와 마찬가지로 WIPO를 통하여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위 “① 유럽상표 등록”과는 달리 별도의 영국변리사의 선임은 불필요할 것으로 생각된다.
△갱신출원
브렉시트(Brexit) 전후로 가장 혼동이 많을 것으로 예상되는 점인데, 전환된 영국등록상표(Comparable Trade Mark)에 대해서는 유럽상표와는 별도의 갱신절차를 영국지재청(UKIPO)가 요구할 것으로 예상된다. 주의할 점은 브렉시트(Brexit)시점에 존속기간이 만료되지 않은 유럽상표를 정상적으로 미리 갱신했다고 하여도 그 갱신의 법적 효력이 전환된 영국등록상표에 영향을 미치지 못하므로 전환된 영국등록상표에 대해서는 별도 갱신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서 2019년 11월 1일에 브렉시트(Brexit)가 예정이라고 할 때, 존속기간 만료일이 2019년 12월 1일인 유럽상표를 2019년 10월 1일에 서둘러서 갱신하였음에도 2019년 11월 1일 이후에 전환된 영국등록상표에 대해서는 갱신 효력이 미치지 못하므로 전환된 영국등록상표에 대해서 재차 갱신을 해야 한다.
△유럽상표에 대한 영국 사용의 효력 인정여부
영국상표와 유럽상표는 모두 등록 후 5년 이상 불사용을 한 경우 상표 등록을 취소하도록 하고 있는데, 브렉시트(Brexit) 이전 5년 내에 영국을 제외한 유럽에서만 사용된 상표가 이후 영국등록상표로 전환되었을 때, 반대로 영국에서만 브렉시트(Brexit) 이전 5년 내에 사용된 유럽상표가 브렉시트(Brexit) 직후에 불사용취소의 위험에 직면하지 않을지, 즉 유럽연합 27개국에서의 사용이 영국상표의 등록을, 그리고 영국에서만의 사용이 유럽상표의 등록을 유효하게 유지할 수 있는 정당한 사용으로 인정될지 문제된다.
이에 대하여, 영국지재청(UKIPO)은 브렉시트(Brexit) 전 5년 이내에 유럽에서 사용한 증거는 전환된 영국등록상표의 사용 증거로 인정해주되, 탈퇴 후에는 영국에서 사용한 증거만 영국등록상표의 사용 증거로 인정하고, 영국 출원으로의 전환 기간(2020년 12월 31일 예정)이 끝날 때까지 불사용취소심판청구가 불가하도록 할 예정이라고 발표하였다. 유사하게 유럽지재청(EUIPO)은 탈퇴 전 5년 이내에 영국에서 사용한 증거는 유럽상표의 사용증거로 마찬가지로 인정해주기로 하였다. 따라서, 브렉시트(Brexit)직후 과거 5년간 위와 같은 영국 또는 유럽연합에서만 사용된 유럽상표 또는 영국상표가 당장 불사용취소 되는 일은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유럽지재청에서도 브렉시트(Brexit)이후 3~5년 내에, 브렉시트(Brexit) 이전 5년 내의 영국에서 사용한 증거라도 유럽상표의 사용증거로 더 이상 인정하지 않도록 변경할 가능성이 있다고 하므로, 브렉시트(Brexit)시점까지 영국에서만 사용된 유럽상표라면 조속히 영국 이외 27개국 유럽연합 국가에서 사용을 개시하여야 유럽상표권을 잃지 않을 수 있다는 점을 유념해야 한다. 이에 대해서는 유럽지재청의 입장을 지속적으로 확정 전까지 모니터링 해야 될 것이다.
△영국상표 또는 영국에서만의 주지저명성에 기초한 유럽출원에 대한 이의신청의 처리
과거 영국과 유럽은 상표에 있어서는 하나의 ‘권역’으로 인정되었기 때문에, 영국상표와 유럽상표 사이에서는 상호 출원의 선후에 따른 저촉이 발생될 수 있었으나, 브렉시트(Brexit) 이후에는 이들 사이의 출원 선후나 어느 일 상표의 주지성으로 인한 상표권 저촉이 더 이상 유효하지 않게 된다. 따라서 브렉시트(Brexit) 이후 영국상표에 기한 유럽상표에 대한 이의신청 사건이 계속 중일 경우 이의이유 없음 결정이 내려질 수 있으므로 유럽상표에 대한 거절결정을 이끌어 내기 위해서는 또 다른 유럽상표나 유럽연합의 다른 27개국의 상표에 근거한 새로운 이의신청이나 추가 증거 제출이 필요하게 된다. 유사하게, 선사용상표의 주지성을 근거로 한 유럽상표에 대한 이의신청에서 그 선사용상표가 영국에서만 주지저명한 경우에도 마찬가지이며, 유럽연합 27개국 내에서의 주지저명성을 이유로 한 새로운 이의신청이 필요하게 될 수 있다.
브렉시트(Brexit)로 인한 유럽상표의 영국에서의 효력 변화는 기존 출원인에게 단순히 영국상표로 자동전환 해주거나 전환할 수 있는 기회를 주는 것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독립된 국가들이 모인 정치적 연합체에서 하나의 권리가 균일하게 효력을 발휘하도록 설계된 유럽상표와, 이로부터 탈퇴하는 영국상표 상호간의 상표권 갱신, 상표 사용의 인정여부, 상호간에 출원 심사의 거절이유로 삼을 수 있는지 여부, 지면 관례로 미처 포함하지는 못하였으나 유럽상표권자와의 공존합의가 전환된 영국상표에도 미칠 수 있을지 여부, 유럽상표권에 기한 영국 내에서의 침해소송의 속행 여부 등 상표에 관련된 거의 모든 이슈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유럽과 영국에 진출한 국내기업들이 향후 그 논의의 진척사항에 대하여 관심을 기울여 유럽 및 영국에서의 상표권 보호에 공백이 발생되지 않기를 희망하며 본 글을 마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