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차공유 스타트업 VCNC가 선보인 '타다' 서비스와 택시 간 갈등이 국토교통부 상생안 발표로 일단락됐다. 서비스 전면 중단을 요구하던 택시업계 반발을 누그러뜨리고 신규 운송사업자 지위를 확보했다는 점은 성과다.
그러나 타다를 포함한 승차공유 스타트업은 내상을 크게 입었다. 택시 발전 기여금 명목으로 차량당 수십만원을 내야 한다. 40만원 안팎에서 결정될 전망이다.
렌터카 영업에도 제동이 걸렸다. 타다는 현재 1000대가량 렌터카를 운영 중이다. 상생안 조건에 맞추려면 차량을 직접 매입해야 한다. 타다의 상징과도 같았던 카니발 차량 역시 사실상 운행이 어렵게 됐다. 경유차는 사업 허가 대상이 아니기 때문이다.
강력한 복병도 만났다. 국토부가 택시운송 가맹사업 확대에 나서면서 가맹사업자와 경쟁에서 살아남아야 한다는 숙제를 떠안았다. 가맹사업은 기존 택시와 플랫폼 사업자가 결합한 형태다. 웨이고, 마카롱 서비스가 대표적 예다. 카카오, 우버와 같은 대형 택시 플랫폼 기업이 가맹사업에 나설 것으로 점쳐지면서 다시 한 번 사활을 건 승부가 예고됐다.
택시와 오랜 기간 줄다리기 끝에 불법 논란을 털어냈지만 과실은 결국 가맹사업자에게 돌아갔다는 지적이다.
◇브랜드 택시 전성시대 개막…카카오·우버 참전 유력
택시운송 가맹사업에 청신호가 켜졌다. 이미 마카롱택시 운영사 KST모빌리티를 비롯해 카카오모빌리티와 손잡은 타고솔루션즈가 보폭을 넓히고 있다. 타고솔루션즈가 서비스하는 웨이고블루는 카카오T 애플리케이션(앱)으로 부를 수 있다.
규제가 대폭 완화됐다. 스타트업이 몰린 운송사업 시장과 비슷한 수준으로 풀렸다. 차종을 다양하게 고를 수 있다. 승합형, 고급형 차량 서비스가 가능해졌다. 차량 외관을 창의적으로 꾸밀 수도 있다. 특히 요금제 설계에 자율권이 부여됐다. '합리적 수준'이라는 단서가 붙긴 했지만 유연하게 요금을 책정할 수 있다. 진입 장벽도 낮아졌다. 가맹사업자가 동원해야 할 최소 택시 대수가 4000대에서 1000대로 줄었다.
카카오, 우버와 같은 대형 택시 플랫폼에도 구미가 당길 만한 구조로 시장이 바뀐 셈이다. 플랫폼 영향력을 감안하면 법인택시 회사를 우군으로 확보할 유리한 위치를 점했다. 우버는 참전 채비에 시동을 걸었다. 현재는 제한적 사업을 벌이고 있다. 고급택시 '우버블랙'과 외국인 전용 택시 '우버인터내셔널', 일반 택시 호출서비스 '우버택시'를 서비스한다. 오랫동안 택시사업에 관심을 보여왔다.
정부도 가맹사업 확장에 집중한다. 택시시장 선진화에 기여하는 모델로 평가한다. 체계적 택시기사 관리 프로그램을 도입한 웨이고, 마카롱 서비스를 통해 이 같은 결론을 내렸다. 법인택시 월급제를 비롯해 급변하는 시장 상황에 발 빠르게 대응하기 위해서라도 통제력을 갖춘 가맹사업자 도움이 필요하다.
◇들러리 선 '타다'…사업 원점 재검토 불가피
이번 상생안 발표로 스타트업 업계는 충격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직격탄을 맞은 건 타다다. 현재 렌터카 1000여대를 운행 중이다. 올 연말까지 갑절 이상 차량을 늘릴 목표였다. 계획을 원점에서 재검토해야 한다. 렌터카, 경유차 영업이 불가능하다.
시장 상황도 어려워졌다. 가맹사업 규제가 동시에 개선되면서 새로운 복병을 만났다. 쏟아질 브랜드 택시와 경쟁해야 한다. 운송사업자 지위는 확보했지만 기회비용이 크다. 택시 발전 기여금도 운송사업자가 홀로 부담해야 한다. 대수 제한이 없는 가맹사업자와 달리 택시 감차 숫자만큼만 시장을 키울 수 있다. 1000대를 넘지 않을 것으로 추정된다.
택시시장에 혁신 바람을 일으킨 것은 스타트업이다. 타다는 물론 파파, 차차밴, 벅시 등이 택시와 직접 충돌을 겪으며 상생안을 도출했다. 그러나 논쟁 중심에서 한 발 떨어져 있던 가맹사업자만 속도를 낼 수 있게 됐다. 스타트업 업계는 정부에 일격을 당했다는 분위기다. 사업 기회 상당 부분을 내주고 타협에 성공한 것처럼 포장됐지만 결과적으로는 운송사업이 어렵게 됐기 때문이다.
운송, 가맹 사업 간 구분이 중요하지 않은 소비자 입장에선 규모의 경제 논리로 택시를 선택할 가능성이 높다. 시장 주도권을 쥐기 위한 대형 택시 플랫폼 간 물량 공세가 이어질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카카오, 우버가 수천대 규모 택시 플랫폼을 만든다면 스타트업 기회는 완전히 사라질 것”이라면서 “스타트업이 자체 경쟁력을 갖출 때까진 가맹사업 규제 완료 조치를 늦춰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부 관계자는 “스타트업 사업 불확실성이 해소됐다는 데 의미가 크다”면서 “가맹, 운송 사업자 모두 초기에는 대규모 사업 추진이 힘들 것”이라고 전했다.
[표]택시·플랫폼 상생안 일지
자료=업계 취합
최종희기자 choij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