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산(産) 제품에 대한 불매운동이 본격화되며 대형쇼핑몰 내 입점한 일본 패션브랜드 매출이 15% 가량 줄었다. 국민적 분노가 거세지며 '찻잔 속 태풍'으로 점쳐졌던 불매운동도 극한으로 치닫는 양상이다.
18일 서울 시내 한 대형쇼핑몰에 따르면 이달(7월1일~16일) 들어 일본계 패션브랜드인 유니클로·데상트·ABC마트 3곳 점포의 평균 매출이 전년 동기대비 15.0%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해당 쇼핑몰 관계자는 “올해 쇼핑몰 전체 매출과 방문객이 늘어난 상황에서 특정 브랜드의 매출 감소세는 무척 이례적”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같은 쇼핑몰 내 입점한 국내 브랜드는 오히려 매출이 늘었다.
삼성물산 패션부문의 SPA 브랜드 에잇세컨즈는 이달 들어 해당 점포의 매출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9.0% 급증했다. 토종 신발 편집숍인 이랜드의 폴더 매장 역시 동기간 매출이 12.5% 뛰며 반사이익을 누렸다.
서울뿐 아니라 지방에서도 불매운동의 불길이 번졌다. LF스퀘어 광양점 관계자는 “이달 들어 쇼핑몰 내 유니클로 매출이 30~50%가량 감소했다. 아무래도 소비자들 사이에서 반감이 커진 것 같다”고 말했다.
유동인구가 많은 대형 쇼핑몰 내에서도 한일 패션브랜드 간 매출이 극명하게 엇갈리며 불매운동의 성과가 가시적으로 드러나고 있다. 일상에서 접하기 쉬운 B2C 중심의 소비재 기업은 즉각적인 타격을 받기가 쉽다.
이에 따라 국내 패션 시장에도 적잖은 변화가 예고된다. 이번에 불매운동 영향권 아래 놓인 유니클로와 데상트, ABC마트 모두 국내서 각 카테고리별 선두업체로 자리매김해 왔다.
그러나 반일 감정에 기반한 소비 단절이 하반기 내내 지속될 경우 이들 업체의 실적도 올해 중요한 변곡점을 맞을 것으로 보인다.
에프알엘코리아(한국 유니클로)의 2018년 회계연도 매출은 1조3732억원으로 전년대비 10.9% 증가했다. 영업이익은 32.8% 늘어난 2344억원에 달한다. 토종 SPA 브랜드 3사의 매출을 전부 더해도 유니클로의 절반 수준이다. 그만큼 국내 패션시장서 유니클로의 영향력은 절대적이다.
신발 편집숍인 ABC마트도 마찬가지다. ABC마트코리아는 일본 본사의 지분이 99.96%인 외국인투자기업이다. 지난해 매출은 전년대비 7.7% 늘어난 5114억원으로 이랜드의 슈펜과 폴더 매출 합계보다 많다. 영업이익도 427억원으로 역대 최대 실적을 거뒀다.
데상트코리아 역시 일본 데상트가 지분 100% 보유한 외투기업으로 2010년 1983억원이던 몸집이 지난해 7270억원까지 불어났다.
이들 업체는 모두 2000년대 초반 국내에 진출해 지금까지 쉼 없이 성장세를 달려왔다. 그러나 올해 하반기 시작된 불매운동이 장기화될 경우 사상 처음 역성장할 수 있다는 가능성도 제기된다.
게다가 올해부터는 외투기업에 대한 법인세 감면 등 세제지원 혜택도 사라졌다.
패션업계 한 관계자는 “이전에도 독도 망언이나 욱일기 등의 논란이 일 때마다 산발적인 불매운동은 있었지만 이번처럼 조직적인 움직임은 처음이다. 시장에서 느끼는 체감도 예전과 다르다”며 “각종 논란에도 끄떡없이 성장해 온 일본 패션업체들도 이번에는 상당한 위기감을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박준호기자 junh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