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보다 먼저 금리를 내렸다. 시장에서 8월 인하설이 나돌았지만 일본의 대 한국 수출 규제가 크게 작용했다. 올해 국내총생산(GDP) 성장률도 2.2%로 낮췄다. 시장에서는 한은이 연내 금리 인하를 한 번 더 단행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한은은 18일 연 7월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금리를 1.50%로 0.25%포인트(P) 인하했다. 2016년 6월 이후 3년 만이다. 지난해 11월 인상(1.75%) 이후 7개월 동안 이어지던 동결 기조도 깨졌다.
주요 국가의 통화정책 변화와 금융 시장 변동성 확대 등이 주요인으로 작용했다. 당장의 물가 상승 압력이 적다는 점도 한몫했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물가 상승 압력이 당초 예상보다 약한 것으로 전망됨에 따라 경기 회복을 뒷받침할 필요성이 강화돼 인하를 결정했다”면서 “일본의 수출 규제까지 최근 한두 달 동안의 대외 여건 변화가 상당히 빨랐다”고 인하 배경을 설명했다.
미국보다 한발 앞서 금리를 인하했다는 점에서 이례적이다. 이번 결정으로 한국과 미국 간 금리 역전 폭은 '1%P'로 다시 확대됐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미국과의 금리 차 확대에 따른 외국인 자본 유출을 우려했다.
그러나 미국이 올해 동결 기조로 들어선 데 이어 최근 인하 신호까지 보내자 통화정책 여력을 확보했다. 시장에서는 이미 연준이 이달 말 연방시장공개위원회(FOMC)에서 금리를 하향 조정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한·미 기준금리 격차 '1%P'가 일시 현상에 그칠 것으로 분석된다.
한은은 이날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2.2%, 2019~2020년 잠재성장률 전망치를 2.5~2.6%로 각각 하향 조정했다. 한은은 1월 2.6%, 4월 2.5%를 거쳐 이달 0.3%P나 전망치를 내렸다.
이달 초 발표한 정부 전망치(2.4~2.5%)보다 더 낮은 수준이다. 의사록에서도 '성장세가 잠재성장률에 부합한다'는 문구를 삭제했다.
한은은 이날 하반기 경제 전망에서 반도체 경기, 미-중 무역 분쟁, 일본 수출 규제가 주요 리스크 요인이라고 평가했다. 반도체 단가 하락으로 정보기술(IT) 수출이 상당 폭 감소하며 수출 증가세가 둔화될 것으로 진단했다.
어려운 경제 상황 속에 시장에서는 연내 추가 금리 인하까지 예상하고 있다.
이 총재도 “인하 한 번으로 실효 하한에 근접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어느 정도 통화정책 여력이 있다”며 가능성을 열어 뒀다. 다만 충격을 최소화하기 위해 8월보다는 10월 가능성이 크다는 게 시장의 전망이다.
박태근 삼성증권 리서치센터 채권팀장은 “금융안정 리스크는 당국 차원에서 충분히 제어할 수 있으며, 경기 부진에 더욱 먼저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한 것 같다”면서 “그러나 인하 시점이 다소 앞당겨진 것과 관련해 시장 충격이 있기 때문에 10월 인하 가능성이 유력하다”고 진단했다.
함지현기자 goha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