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체인 기반 모바일 신분증(분산ID, DID) 시장이 열리면서 각 진영의 신경전이 치열하다. DID 생태계 주도권을 잡기 위해서다. 특히 금융투자협회, 금융결제원 등 금융 유관기관을 중심으로 회원사 확보를 위한 경쟁이 한창이다.
21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금융결제원은 최근 시중은행과 증권사 등 금융권에 분산ID사업 선정 안내 메일을 발송했다. 금융결제원은 안내메일에서 “최초 1회 분산ID 발급 후 바이오인증 공동앱 간편 인증을 실시하면 1+1으로 처리해야 하는 비대면 실명확인 과정을 분산ID 인증만으로 처리하는 내용을 핵심으로 한다”면서 “내년 10월까지 서비스 독점권 또한 보장받게 됐다”고 설명했다.
금결원의 안내 메일에 분산ID 서비스 참여를 검토하는 금융회사는 혼선에 빠졌다. 국내 금융권에 지급결제 인프라를 제공하는 금결원이 분산ID 서비스를 독점으로 수행한다는 사실에 또 다른 분산ID 서비스를 추진하고 있는 아이콘루프로 관련 문의가 쏟아졌다. DID 서비스를 준비하고 있는 아이콘루프 역시도 불만을 터뜨렸다.
아이콘루프 관계자는 “당초 혁신금융서비스 지정 과정에서는 핀테크 스타트업 이름을 내걸고 정작 핵심 서비스는 공공기관이나 다름없는 금결원이 수행한다는 사실은 핀테크 기업의 영역을 대형 공공기관이 침해하는 꼴”이라면서 “핀테크 기업에게 새로운 사업 기회를 준다는 금융규제 샌드박스 정신과도 거리가 있어 보인다”고 말했다.
금융위원회는 지난달 아이콘루프와 파운트의 분산ID 서비스를 혁신금융서비스로 각각 지정했다. 아이콘루프에는 '디지털 신원증명 플랫폼', 파운트에는 '분산ID 기반 로보어드바이저 서비스'를 각각 지정했다.
아이콘루프가 분산ID 플랫폼 자체를 규제 특례로 인정받은 반면, 파운트는 분산ID에 기반한 개별 서비스로 특례를 인정받았다. 파운트가 이용하는 분산ID는 금결원 플랫폼에서 운영되는 구조다.
금결원 측은 이런 반발에 분산ID 서비스에 참여할 회원사 확보 과정에서 발생한 오해라고 설명했다. 금결원 관계자는 “금융위원회로부터 로보어드바이저라는 특정 영역에서 우선 서비스를 1년간 테스트한 이후에 확장을 하는 것이 좋겠다는 컨설팅을 받았고, 금융위가 정한 대로 규제 특례를 인정받은 영역에서만 서비스를 실시할 방침”이라면서 “어떤 부분에서 회원사의 혼선이 생겼는지 다소 이해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처럼 분산ID 서비스 개시 이전부터 갈등이 발생하는 주된 이유는 더 많은 회원을 확보할 수록 분산ID의 활용도가 커지기 때문이다.
실제 이미 SK텔레콤 등 이동통신 3사와 우리은행, 코스콤 등으로 연합전선을 구축한 SK텔레콤 컨소시엄에는 추가 참여 의사를 원하는 기업의 관심이 이어지고 있다. 아이콘루프 역시도 증권사를 중심으로 시중은행과 지방은행, 핀테크 기업, 전자상거래 업체 등으로 회원 범위를 꾸준히 넓혀가고 있다.
금융결제원이 시범 서비스를 개시하기도 전에 회원사 확보에 공을 들이는 것도 마찬가지 이유에서다. 금결원과 공동으로 분산ID 사업을 추진하는 라온시큐어는 24일 금융권과 비금융권으로 구성된 DID 얼라이언스(연합) 발족식을 개최할 계획이다.
업계 관계자는 “금융규제 샌드박스를 통해 분산ID 도입을 위한 물꼬가 트인 만큼 앞으로 주도권 확보를 위한 경쟁이 치열해질 것”이라면서 “핀테크 기업이 새로 열린 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낼 수 있도록 정부 차원에서도 기존 기업의 아이디어 베끼기 등을 고려해 혁신금융서비스 운영 방향 개선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유근일기자 ryuryu@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