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일본이 국내기업을 대상으로 핵심소재에 대해 수출규제조치를 단행하면서 한일 양국 관계가 악화일로다. 아베 정권이 참의원 선거에서 승리를 거둬 경제 보복 철회 가능성도 희박해졌다. 사태 장기화가 확실시 되고 있는 가운데 일본에 진출한 한국 기업들도 반한(反韓) 감정 확산 추세에 노심초사중이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일본 진출 기업들은 현재까지 일본 수출 물량 변동이나 소매점에서 한국 제품 판매량 감소는 없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그러나 업계는 현상황을 예의주시하면서 만일의 사태를 대비한다는 분위기다.
일본은 우리 농식품 제1의 수출시장이다. 지난해 기준 20억8400만달러 상당의 한국식품이 일본에서 유통됐다. 전체 농식품 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만 22.4%에 이른다. 라면과 김치, 인삼, 김, 파프리카, 막걸리 등의 대일 수출 비중이 높다.
일본에 법인을 둔 식품업계 관계자는 “일본 정부의 무역보복 조치가 수출과 현지 시장 판매에 미치는 특이사항이 없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면서도 “중국 사드 보복때와 같이 검역과 통관에서 문제를 제기할 가능성이 있어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자칫 불매운동 리스트에 이름을 올리거나 역풍을 맞을 우려가 있어 적극적인 마케팅 활동은 자제하고 있지만 국내 업체의 신제품 출시와 현지 대형 유통업체 입점도 이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일본에서 불고 있는 한류 열풍에 따른 10~20세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한국 제품에 대한 호감도가 높고 반한 감정이 덜한 것이 주요 원인으로 보고 있다.
과거에는 한국 아이돌 가수에 열광하다가도 정치 이슈가 부각되면 싸늘히 식어버리는 양상이었지만 최근에는 정치·역사적 이해관계와 상관없이 본인의 취향을 우선시 하는 분위기가 형성됐기 때문이다.
이는 식품·주류·패션·뷰티 뿐만 아니라 전자상거래 등으로도 확산하고 있어 일본에 진출한 한국 업체들에게는 일종의 기회라는 분석도 제기된다.
정부도 힘을 싣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18일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해외 지사와 하반기 국가별 농심품 수출 대책을 논의하며 일본에서 10~20대 '신한류세대'를 대상으로 온라인 판촉을 중점 추진하기로 했다. 전략품목을 중심으로 국가별 현장 세일즈에 총력을 기울인다는 방침 아래 일본에서 반한 감정이 커지고 있지만 판촉을 강화하기로 한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상황을 예의주시하며 하반기 판촉 활동을 지속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이주현 유통 전문기자 jhjh13@etnews.com